[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는 시국선언문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 5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한기총을 “6만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정치권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하여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자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사진=뉴시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사진=뉴시스)

전 회장의 발언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일말의 정당한 이유 없이 국민주권을 욕되게 하는 내란선동적 발언”이라며 “기독교를 섬기는 모든 목회자와 신자들에게 망신살을 톡톡히 안긴 전 목사는 즉각 한기총 회장직에서 퇴진하고 그 비뚤어진 세계관과 이념 도착적 현실관을 회개하고 참회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황 대표와의 만남 중 확인되지 않은 부적절한 대화가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전 목사의 행동은 다른 오해로 번질 소지가 크다”며 “시국선언문은 과도하고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 회장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장관직을 주겠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을 제시하며 “최근 도를 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의 배후에 제1야당 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대표성 잃은 한기총, 정작 기독교는 “정치적 입장표명 자제” 입장

전 회장이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면서 내세운 것은 한기총의 ‘대표성’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이 “최대 개신교 단체의 대표가 한 발언이 맞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말한 것처럼, 일반적으로는 한기총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로 본다.

그러나 정작 교계에서는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정확히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목회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한기총이 컸지만 (개신교 교단들이) 많이 탈퇴했다”고 말했다.

7일 현재 한기총 홈페이지에 소개된 소속 교단은 총 79개다. 그러나 워낙 한기총 내 설화가 많다보니 굵직한 교단들은 예전에 탈퇴했거나 행정 및 가입보류된 교단도 많다. 국내 규모가 큰 4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림형석 총회장)·합동(이승희 총회장)·백석대신(이주훈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등은 한기총을 탈퇴했거나 행정 보류한 상태다. 한기총이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는 이유다.

행정 보류하지 않고 ‘실제로’ 한기총에 소속된 교단도 개수는 많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8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단 중 상당수가 소속교회 200곳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예장근본(142개)·예장브니엘(130개)·예장총회(124개)·예장합복(117개)·예장개혁합동A(45개)·예장고려개혁B(80개)·예장합동보수A(50개) 등이다.

오히려 한국 기독교의 대표성을 띠는 단체는 아직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기총 몰락 후 각 교단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으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 그나마 진보 기독교계로 통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이하 교회협)가 통합이나 분열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연합단체다.

실제로 지난 2월18일 청와대가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초청한 ‘기독교 대표’는 한기총이 아닌 교회협(총무 이홍정 목사)이었다.

교회협은 국내 굵직한 교단이 소속돼 있는데, 가장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 통합) 교단 소속 교회는 9050개, 신자수는 278만여명이다. 한교협 소속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는 교회수 6710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은 교회수 1650개가 소속돼 있다. 이 밖에 소수교회가 있는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정교회대교구, 기독교한국루터회 등도 교회협 소속이다.

한편, 국내 주요 23개 교단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는 종교인의 극단적인 정치 참여를 지양하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 4월15일 발표한 바 있다. 당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전광훈 회장을 만나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고, 전 회장은 이에 “이승만, 박정희 다음으로 (황 대표가) 세 번째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해 논란이 됐었다. 전 회장은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까지 했다.

교단장회의는 기독교 연합 단체는 아니지만, 국내 대부분의 교회가 소속된 교단들이 모여있고, 모두 현직 교단장들이 참여해 사실상 기독교 입장을 대표할만한 격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한국교회교단단회의 성명서(안)의 제4항이다.

“우리는 최근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추진하는 편향적인 세속정치 참여와 극단적 발언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으며, 교회의 하나됨을 허무는 행위라고보고, 심각하게 우려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국민된 교인의 자유권에 속하는 정치참여를 왜곡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교회의 성결에 집중하여 하나됨과 본질 회복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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