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해서는 돌을 맞을 일이 있다면 제가 다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잘못은 용납할 수가 없다”

이어지는 자유한국당 내 ‘막말’ 논란에 지난 5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내린 ‘최후통첩’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경고가 무색하게 차명진 전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빨갱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당은 또다시 ‘막말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차명진 한국당 전 의원. (사진=뉴시스)
차명진 한국당 전 의원. (사진=뉴시스)

차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놓은 이유는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독립운동을 했던 김원봉을 언급했는데, 그는 남북분단 후 북한정권 수립에 공을 세운 인물이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적절한 예시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차 전 의원은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놈”이라며 “이보다 반국가적·반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가”라고 격분했다. 이어 “한국당은 뭐하냐? 이게 탄핵 대상 아니고 뭐냐? 우선 입이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적었다.

이에 여당에서는 차 전 의원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빨갱이는 군부독재 시절 진보 인사들을 낙인찍어 탄압할 때 사용됐던 단어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향해 쓴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이념 갈라치기로 활용해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차 전 의원의 입장은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인가”라며 “지난 번처럼 면죄부주기식 징계로 막말 경쟁을 부추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차 전 의원을 당에서 영구히 축출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전 대표도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 광주 KBS1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아무리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한국당 관계자가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하며 탄핵 운운할 수 있느냐”면서 “대통령이 빨갱이라면,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도 빨갱이라는 막말로 대통령과 국민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차 전 의원의 사례를 ‘용납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차 전 의원의 경우 지난 4월15일 세월호 참사 추념식을 눈앞에 두고 “세월호 유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말해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차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지난 4일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면서 다시 반격에 나섰다. 차 전 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세월호 유가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보고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슬픔을 무기 삼아 신성불가침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한 것이다. 자신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글을 쓴 것은 세월호 유가족의 ‘권력’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차 전 의원이 마음을 바꿔먹은 것은 4억1천만원에 달하는 고소장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다른 페이스북 글에 “세월호 측이 제발 민사소송이라는 고통스러운 무기만은 사용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순진한 마음에서 그동안 방송, 유튜브, 페북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끊고 납작 엎드렸다”며 “근데 오늘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몸 던져 보호하려 했던 사람조차 나를 적들의 아가리에 내던졌는데 더 이상 무슨 미련이 있으랴!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 할 말은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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