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철강업계가 환경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등을 이유로 환경부와 지자체단체로부터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받은 것. 국내 대표 철강업체를 향한 정부의 규제에 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조업정지는 곧 제철소 운영중단을 의미한다”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이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오염물질 배출 책임지고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진=광양제철소)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진=광양제철소)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도가 지난 4월 24일 광양제철소에 대해, 충남도가 5월 16일 당진제철소에 대해, 경북도가 5월 27일 포항제철소에 대해 ‘조업 10일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예고했다. 이 중 충남도는 5월 30일 당진제철소 조업정지를 확정했다. 고로(용광로) 정비 시 ‘블리더(bleeder·안전밸브)’를 개방, 대기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해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철강협회는 이 같은 행정처분에 대해 “현재로서는 블리더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다”며 사실관계 설명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철강생산 첫 단계인 고로 조업은 높이 110미터의 거대한 용광로(고로) 상단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투입하고, 아래쪽에서 고온·고압의 바람(송풍)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 고로는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1500℃의 쇳물을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도 정기정비를 한다. 

정비 시 송풍을 멈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돼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을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 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블리더를 개방하게 된다.

환경단체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 원인으로 지적받는 설비가 바로 ‘블리더’다. 환경단체는 “블리더 개방 시 배출되는 잔여가스에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 유해한 대기물질이 배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잔여가스 대부분은 수증기로,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철강협회는 “블리더 개방 시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가 운행 시 10여일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분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측정이 진행 중이다.

또한 협회는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 해도 현재로선 기술적 대안이 없다”며 “세계철강협회(WSA)에 문의한 결과, 안전밸브를 열어 배출되는 소량의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철강업계는 조업정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우려했다. 고로는 4~5일 이상 멈출 시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재가동 및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3~6개월 이상 소요된다. 실제로 고로 1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약 120만톤의 제품감산이 발생해 8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현재 포스코는 9기의 고로를, 현대제철은 3기의 고로를 운영 중이다.

철강협회는 “대기환경보전법의 관련 조항은 고로 업종의 특성에 맞게 법리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블리더 운영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적 대안을 찾아보고, 주변 환경영향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철소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 사태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업계는 ‘10일 조업정지 처분이 업계 손실이 크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법 위반 사항과 시민의 건강을 침해했다는 걸 겸허하게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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