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성운동가’로 한국 현대사를 오롯이 겪은 이희호 여사가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영원한 동지’였던 이 여사가 여권의 ‘큰어른’이었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여사 서거 직후 애도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보다”며 “부디 영면하시고, 계신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각 정당에서도 이 여사를 애도하는 성명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의 거목이었던 여성 지도자 이희호 여사의 삶을 깊은 존경의 맘을 담아 추모한다”고 애도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현대사였다”면서 “사랑과 헌신, 정의와 인권을 위해 몸 바친 이 여사의 삶을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추모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11일 오전 논평을 내고 “김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이 여사는 민주주의를 위해 한 평생을 살아왔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 여사는)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로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여성문제연구회 회장 등을 맡았으며 가족법 개정 운동, 혼인신고 의무화 등 사회운동에도 헌신했다”며 “영부인이 된 후에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명예대회 회장 등을 맡으며 장애인 인권운동에도 힘썼다”고 평가했다. 민 대변인은 “고인께서 민주주의, 여성 그리고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열정과 숭고한 뜻을 기리며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고인은 선구적 여성운동가로서, 김 전 대통령의 내조자이자 민주화 동지이며 정치적 조언자로서,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역사의 위인으로서 가히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고 눈을 감았다”고 애도했다. 이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사무친 그리움을 풀고 헤어짐 없는 영원한 곳에서 변함없이 아름답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모두는 여사님이 걸었던 여성, 민주주의, 인권, 사랑의 길을 따라 전진하겠다. ‘이희호’라는 이름은 항상 기억될 것”이라며 “정치적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에 이희호 여사님이 계셨던 것을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희호 여사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로만 기억될 수 없는 값진 삶을 살아오셨다”며 “정의당은 고인의 위대한 삶을 계승하는 데 노력하겠다. 특히 고인의 필생의 신념이었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6·15 공동선언을 계승 실천하고,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평화 협치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한편, 이 여사의 장례식은 오는 14일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김대중 정부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 측에서는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르기를 원한다”며 “5당 대표들을 사회장 장례위 고문으로, 현역 의원들은 장례위원으로 모시려 한다”고 밝혔다.

장례를 주관할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장상 전 국무총리와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이 맡기로 했다. 이 여사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6시, 이어 장례 예배는 오전 7시 신촌 창전교회에서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로 정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