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영어는 모든 국가에서나 모든 영역에서 공통의 언어로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영국문화원>(The British Council)은 영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표 자료를 낸 바 있다.

“영어는 서적, 신문, 통신, 과학, 기술, 외교, 항공, 관제, 학문, 교역, 스포츠, 팝 뮤직, 국제 경연대회, 광고, 홍보의 주요 언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영어로 자료를 읽으며, 세계 우편물의 4분의 3이 영어로 쓰여 진다. 그런가하면 세계의 컴퓨터 정보 80%가 영어로 저장되어 있으며, 세계 인터넷 통신의 약 80% 정도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경영가로 활동 시 주한 미국대사관 지역담당관과 문화예술 교류 환담을 나누던 이인권 대표(우) (제공 문화경영컨설팅)
예술경영가로 활동 시 주한 미국대사관 지역담당관과 문화예술 교류 환담을 나누던 이인권 대표(우) (제공 문화경영컨설팅)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사치성이고 선택성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국경을 넘어 세계무대를 상대하지 않으면 성장 발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환경이니 영어 능력의 구비는 경쟁력의 필수요건이 되어있다.

글로벌 환경은 곧바로 영어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언어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특징이라면 영어는 경쟁력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해 내는 잣대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 능력을 배제하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마치 네 콩이 크니 내 콩이 크니 하며 따지는 것과 같다. 전 세계가 촌각을 다투며 24시간 내내 접속되어 돌아가는 첨단의 글로벌 사회에서 아직도 ‘네타티즘’(Netatism)에 빠져있는가? 네타티즘은 영어를 배울 때의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고 네 탓이라는 의미다. ‘내가 영어로 말을 해서 못 알아들으면 네 귀가 나쁜 것이고, 네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내가 못 알아들으면 네 입이 무엇인가 잘못 된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제는 영어의 네탓주의를 들먹일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의 30%가 영어 때문에 쓰여 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영어 태교에서부터 영어 베이비시터, 영어 유치원에다, 영어 조기유학까지 온통 영어에 몰입되어 있다. 이 마당에 영어를 그저 단순한 외국어 정도로 간과해서야 될까싶다. 전 세계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부류를 나누자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먼저 영어를 제 1언어 또는 모국어로 습득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 다시 말해 원어민 영어로 ENL(English as a Native Language)이 있다.

둘째, 영어를 기본의 자기 나라 말과 함께 제2 언어로 선택하여 병용하는 경우인데 이를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영어를 순전히 외국어로서 쓰는 경우 이를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이 된다. 당연히 한국은 EFL 부류에 속한다.

그중에서 원어민 영어, 곧 ENL에 속하는 언어에는 미국영어, 영국영어, 캐나다영어, 호주영어, 뉴질랜드영어, 스코틀랜드영어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원어민 영어를 쓰는 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대신,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또는 순수 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어 원어민은 세계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비원어민의 영어민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가 앞으로 100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보아도 비영어원어민과 영어원어민의 비율은 3대 1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 원어민에 비해 비원어민의 인구증가율이 2.5배나 크기 때문에 결국 미래에는 영어를 모국어가 아니라 외국어로 쓰는 인구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비영어권에서 영어를 하는 인구가 날로 급증함에 따라 정통영어에 대한 가치도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영어를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풍토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어교육학자인 크리스토퍼 브룸피트(Christopher Brumfit)는 “세계의 언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영어교육의 방법도 시류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지금 불고 있는 세계적인 영어 열풍이 그저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생각했다가는 이 시대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활하는 격이 될 것이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일을 미리 준비하여 두지 않고 있으면 이미 때가 늦어서 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영어는 바로 이와 같다. 영어를 미리 닦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어 있다. 지금 힘들다고 영어를 경시하며 세월을 보낸 후에 그때 가서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인들 떠나간 버스를 세우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어를 익혀야 하는 것은 영어가 미국이나 영국의 말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곧 국제언어이며, 오늘날 첨단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코스모폴리탄들의 생활언어이기 때문이다.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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