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 관계자, ‘정부가 LG화학·삼성SDI 살 길 뚫어준다’
- 산업부 ‘결함 있는 배터리셀 교체 완료’, 제조사 ‘배터리셀 결함 아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23차례 발생한 ESS 화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ESS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산업부 조사결과가 알맹이 없는 쭉정이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 ‘배터리셀 결함과 화재원인 인과’, 산업부 발표엔 결론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2018년 12월 27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약 5개월 동안 조사활동을 실시했다. 산업부는 이날 해당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가 밝힌 직접적인 ESS 화재사고 원인은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등 총 4가지다.

산업부는 배터리셀 결함을 확인했지만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배터리셀에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등의 경우에 자체 내부단락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발표내용이라고 지적했다.

ESS 업계관계자 A씨는 <뉴스포스트>에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됐지만 조사위의 모사시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는 게 대체 뭔 이야긴지 모르겠다”며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야 이러면 우리 죽는다, 빠져나갈 구멍 좀 만들어달라’는 호소를 듣고 관료들이 짠 것 같은 이상한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 산업부-‘제조사가 배터리셀 모두 교체’, 제조사-‘배터리셀 결함 아냐’

산업부와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애매모호한 배터리셀의 결함과 ESS 화재원인의 인과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오며 업계의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산업부와 업계종사자, 제조사는 급기야 화재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유권해석까지 내리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비록 모사시험에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사위원회는 배터리셀 자체에 결함이 발견됐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했다”며 “가혹한 환경에서 장시간 결함 있는 배터리셀이 사용되면 발화가능성이 있기에 현재 해당 배터리셀 등은 제조사에서 모두 다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조사 관계자는 “산업부 발표가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보호시스템이 미흡하게 작동해 난 것으로 나왔다”며 “보호시스템인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처리를 하지 못해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서 선제적인 예방조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부가 지적한 배터리셀 교체든 배터리 제조사가 밝힌 보호시스템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든, 최근까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ESS 배터리에 계속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지난 5월 26일 전북 장수에서 발생한 태양광 ESS 화재사고다. 같은 달 4일에는 경북 칠곡에서 역시 태양광 ESS 배터리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산업부와 제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있는 배터리셀과 랙 퓨즈 등이 모두 교체됐지만 화재사고는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편 ESS 배터리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관련 조치를 모두 끝냈다는 제조사의 주장과는 다르다.

국내 ESS배터리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B씨는 “ESS 배터리가 만충상태일 때 화재가 난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제조사 측에서 부품을 교체해놓고 95%로 가동하라고 하다가 하루만에 다시 70%로 내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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