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6월말 한미회담 전 북미회담 제안
“우리게 필요한 것은 新선언 아냐…이해와 신뢰”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를 주제로한 기조연설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제시한 ‘신 베를린 선언’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청사진이었다면, 이번 오슬로 기조연설은 뿌리 깊은 남북 간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가깝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당초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이후 교착상태인 한반도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구상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면서 “(현재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평화학자 요한 갈퉁의 ‘적극적 평화’ 개념을 제시했다. 전쟁이나 다툼 등 물리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는 ‘소극적 평화’지만 행복, 복지, 번영이 보장된 상태는 ‘적극적 평화’다. 문 대통령은 “그냥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적극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이는 직접적 폭력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까지 극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간 구조적 폭력의 예로 접경지역을 들었다. 그는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접경지역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주장이다. 또 문 대통령은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라면서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간 불신을 해결하는 것 외에도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도 갈등해결에도 우리나라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중재한 ‘오슬로 협정’을 예로 들며 “노르웨이의 평범한 외교관 부부의 상상력과 용기에서 시작됐다. 부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고위직을 한자리에 모아 수차례 비밀협상을 진행했다. 부부의 노력으로 이-팔 양측은 상대를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전했다. 오슬로 협정을 주제로 만든 연극 <오슬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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