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회담을 제안하면서 보름 남짓 남은 6월 안에 남북-한미 정상회담이 연쇄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6월 중 남북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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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6월중 남북회담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북한이 남북회담에 응할지도 불확실하고 남북회담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남북한 간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핵심 의제라고 하는 게 북핵문제인데, 북핵문제도 일정한 진전 있어야 남북관계도 발전한다. 북한은 북핵문제는 미국과 주로 논의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북한에 남북회담 개최 메시지를 강하게 보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방한하게 돼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결국 우리가 만날지나, 만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13일에도 남북회담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에르니 솔베르그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6월 중 남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북 간 짧은 기간에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을 한 경험이 있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제 답변은 나는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돼 있고, 그 시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일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강하게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것은 최근 다소 누그러진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다. 북한은 연일 우리 측과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해 ‘비핵화 판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친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예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두고 “아름다운 편지”라고 칭했다. 문 대통령 역시 친서에 대해 “미국에서 대강의 내용을 알려준 바 있다. 그 친서 내용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도 고 이희호 여사의 장례식을 계기로 다시 고위급 인사들의 접촉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12일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자 김 위원장은 자신의 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했던 북한은 이번에는 조의문만 보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김 부부장을 직접 파견한 것은 최대한 예우를 갖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나와 김 부부장을 만났다. 박지원 의원은 김 부부장에 한미회담 전 남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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