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요즘은 한산해요. 국회가 안 돌아가서 일도 없고….”

17일 국회 본관 4층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A씨의 말이다. 이날로 국회는 파행 48일째, 본회의가 열린지는 74일째 ‘올스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로 완전히 멈춘 국회는 여야가 국회 정상화 협상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각종 민생입법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날로 쌓여가고 있다.

텅 비어있는 국회. (사진=김혜선 기자)
텅 비어있는 국회. (사진=김혜선 기자)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가지만 국회 내 청소노동자들은 일거리를 빼앗기고 있었다. 청소노동자 A씨는 최근 국회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국회가 잘 돌아가면 편하다. 사람도 있고 활기가 차야 일할 맛이 나는데, 너무 조용하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이 없는 복도를 쓸고 닦던 A씨는 “국회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B씨도 “평소 같으면 국회 회의가 끝나고 쓰레기가 가득한데 요즘에는 회의가 없다보니 쓰레기가 없다”고 했다. B씨는 “원래 퇴근을 4시에 하는데, 어느 날 30분 일찍 가라고 하더니 요즘에는 3시에 퇴근하라고 한다. 일거리가 없으니 점점 퇴근시간이 빨라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회 본관은 곳곳이 적막했다. 본관은 본회의장은 물론 법안 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원회 회의실이 밀집돼 있는 건물이다. 때문에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들과 보좌진이 복도에 북적이고, 정부부처에서 온 방문자들이 활기를 띠는 게 일상이다. 그러나 이날 본관은 관람객 외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본회의가 열리는 3층은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플랜카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본관 1층에 위치한 정론관도 출입기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지만, 기자회견장 앞에 비치된 테이블은 텅 비어있었다. 기자회견장 앞 테이블은 각 상임위원회나 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항시 비치되어있지만, 이날은 언론사에서 나온 조간신문만 비치되어있을 뿐 상임위 자료는 단 한건도 없었다.

국회 정론관 앞 비어있는 테이블. 각 상임위원회 보도자료를 놓는 자리는 모두 텅 비어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국회 정론관 앞 비어있는 테이블. 각 상임위원회 보도자료를 놓는 자리는 모두 텅 비어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조용한’ 국회는 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도 마찬가지였다. 각 의원실에서는 상주하는 보좌진들이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복도는 본관과 비슷한 적막이 감돌았다. 한 보좌진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근무 상황보다는 여유로운 분위기다. 회의가 열리지 않으니 이전보다 일이 적지만, 나중에 국회가 열리면 일이 쏟아질 것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단독 개의’ 만큼은 피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참을 만큼 참았다”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회소집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늘로서 비정상화된 국회를 매듭지어야 할 것 같다”며 “오늘 오후 의원총회를 통해 우리의 결의를 다지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단독 개의를 부담스러워 한 것은 민생입법과 추경 통과를 위해서는 한국당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두 달 넘게 국회가 파행인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바른미래당이 단독 국회를 개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종의 ‘명분’을 얻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반면 한국당은 ‘경제 청문회’를 여당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 경제가 왜 어려운지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며 “상임위별로 논의가 분산되면 토론이 어려우니 모두 모여서 종합검진을 하자는 것이 경제 청문회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국회 개의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당 역시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정상화에 합의할지, 대여 투쟁을 유지할지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굳게 닫혀 있는 국회. (사진=김혜선 기자)
굳게 닫혀 있는 국회.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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