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리포트] 사립대학 비리온상 뿌리 뽑는다
[입법리포트] 사립대학 비리온상 뿌리 뽑는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6.18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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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또 그 아들로 모든 권력이 대물림된다. 아들의 아내가 실권을 쥐고 흔들고, 사촌과 사돈의 팔촌까지 요직에 앉는다. 공적자금은 일가(一家)의 사사로운 일로 쓰인다. 먼 옛날 절대왕정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립대학들의 현주소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사립대학 비리 문제는 크게 족벌경영 체제와 배임·횡령 두 가지가 단골소재다. 지난해 교육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전국 299개 사립대학 학교법인 중 194곳(64.9%)이 이사장(설립자) 친인척 근무가 확인됐다. 설립자 일가가 3대 넘게 총장이나 이사장직을 ‘세습’하고 있는 대학교는 전국에 28곳이나 됐다.

물론 운영권 세습이나 친인척 고용은 현행법 상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사립대학 비리문제는 설립자 일가의 사립대 운영권 독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명지대학교가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파산신청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것도 설립자 일가의 방만경영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명지대 측은 학교법인 파산과 명지대 존립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명지대 총학생회측은 “유영구 전 이사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방만경영으로 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유 전 이사장이 징역 선고를 받은 뒤 총장으로 친동생인 유병진 총장이 취임하며 재정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1년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적발된 사학비리 비위금액도 수천억원을 뛰어넘었다.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사학비리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전체 293개 대학(4년제 167개, 전문대 126개) 중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재단횡령,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건수는 1367건에 달했다. 비위금액은 2624억원이다.

구체적인 비위 사례도 이사장-친인척 간 비리였다. 한 예술대학교 이사장 자녀는 정식절차 없이 학교에 채용돼 출근하지 않는데도 5천여만원의 급여가 지급됐고, 다른 대학교 이사장의 며느리는 자신의 소유 아파트를 실거래가보다 1억원이상 부풀려 학교에 팔았다. 또다른 대학교는 총장의 소송 비용으로 추정되는 김앤장 자문비용 4억7900여만원을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회계에서 지출했다.

그나마 해당 자료도 교육부를 통해 대학이 ‘자진납세’해 신고한 자료여서 실제 비위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실은 “서울 소재 A사립대의 경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용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이 적발돼 392억원 보전이 요구됐으나 이 A대학은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해당없음 이라고 허위제출 했다”며 “향후 허위제출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교육부에 행정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런 회계비리는 그간 개별 대학의 문제이거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돼 왔지만 단순히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며 “사학비리는 구조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족벌경영 차단하고 의사결정과정 투명화

사립대에 만연한 비리는 이사장(설립자)과 친인척 중심의 족벌경영과 그에 따른 폐쇄적인 대학운영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지난 17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사립대 족벌경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투명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립학교법 개정안 발의하는 박용진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현행법 상 사립 학교법인은 이사의 4분의 1만 개방이사추천위가 추천한 이 중에 한명을 선임하도록 되어있다. 사실상 이사장이 학교법인 이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총장까지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개방이사추천위 추천 이사를 이사진의 절반 이상 포함하도록 강화했고, 이사장의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등을 개방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족벌경영’을 원천 차단했다.

대학 총장 임용에 있어서는 대학 실제 구성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학평의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에 힘을 실어줬다. 학교장 임명 시에는 대학평의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가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임용하도록 한 것.

이 밖에 회계부정이 적발될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조항을 못 박았다. 현행법상으로는 교묘한 사립학교 비위행위를 적발하지 못해 교육부나 감사원의 행정처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운영의 의사결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이사회회의록 작성과 공개를 강화했다. 기존 법에서도 이사회 회의록 작성을 기록해야 하지만, 기록이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안건별 심의의결 결과만 적을 수 있는 ‘면피조항’이 있었다. 개정안에는 이 내용을 삭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사록에 발언한 임원 이름과 직원 이름을 포함하도록 했다.

박용진 의원은 의안제출 후 본지 등 국회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유치원3법의 사립대학 버전이라고 보시면 된다”며 “사립대에 지원되는 국가재정이 1조 7천억원으로 사립유치원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국민들이 상당히 많은 돈을 사립대학 운영을 위한 교육비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사립대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서 경영비리 온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사립재단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관련 논의가 잘 이뤄질 수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는 "사립재단 운영하시는 의원들도 상식적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면 거리낄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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