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균형발전 명시한 헌법 123조2항 무색
- 인구수와 비례하지 않는 5G기지국 현황
- SK텔레콤, ‘기지국 숫자 의미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4월 3일 5G를 상용화한 세계최초의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세 달여쯤 지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백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선초롱 기자)
(사진=선초롱 기자)

하지만 취재결과 5G 기지국은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들어서는 반면 지방은 기지국 설립에서 대도시의 뒤꽁무니만 겨우 따라가며 5G로 통신할 권리를 잃고 있었다. 특히 대도시 이외의 지역들 사이에서도 호남과 강원 등은 5G 기지국 점유율이 더욱 열악했다.

대한민국 헌법 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망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가기간망인 까닭에 지역경제 육성에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지역균형발전 이념이 무색할 정도로 지방은 5G 기지국 설립과정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 서울·수도권 58.8% vs 5대광역시 24.8% vs 그 외 지역 16.2%

<뉴스포스트>가 입수한 중앙전파관리소의 14일 기준 ‘5G 기지국 및 장치 수’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세워진 5G 기지국 수는 6만1,303개였고 장치 수는 14만4,914개 등이었다.

17개 시도별 5G기지국(장치수) 숫자는 △서울 19,380(46,178) △경기 13,255(32,847) △부산 4,629(8,432) △대구 3,649(7,795) △인천 3,470(7,980) △대전 2,968(7,148) △광주 2,546(5,329) △경남 1,793(3,300) △경북 1,653(4,559) △울산 1,461(2,434) △충남 1,377(4,151) △충북 1,100(3,201) △전북 1,057(3,565) △강원 1,047(2,275) △전남 867(2,945) △제주 583(1,487) △세종 468(1,288) 등이었다.

5G 기지국 및 장치 수(자료=중앙전파관리소)
5G 기지국 및 장치 수(자료=중앙전파관리소)

점유율로 살펴보면 5G 기지국 수는 △서울·수도권(인천·경기) 58.8% △5대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24.8% △그 외 지역 16.2% 등으로 국내 이통사의 5G 기지국이 대도시 중심으로 들어서는 현실이 드러났다. 특히 호남과 강원 등이 5G 설비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기지국 별 최대 3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 5G 장치는 서울·수도권에 60%가 들어섰다. 5G 장치 하나는 최대 120도까지만 커버할 수 있는 까닭에 360도를 커버하려면 3개의 장치가 필요한데, 기지국과 마찬가지로 장치도 서울·수도권에 더 오밀조밀하게 분포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5G 기지국과 장치 숫자가 대도시 이외 지역에 턱없이 모자란 현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망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대도시 중심으로 5G 기지국이 먼저 마련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아무래도 서울과 수도권이 우선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부산 등 광역시가 그 다음”이라며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없는 지역에 구축을 한다는 것은 사실 이용자 측면에서도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구수·인구밀도·국토면적 등과 비례하지 않는 5G 기지국
 
하지만 취재결과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 5G 망사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도시 중심으로 5G 기지국을 세우고 있다는 국내 이통사 관계자들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지난 2017년 기준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른 지역별 인구수와 인구비율을 살펴보면 △서울·수도권 2,551만9,439명(49.6%) △5대광역시 1,004만9,057명(19.5%) △그 외 지역 1,585만4,011명(30.8%) 등이었다.

지역별 인구수(자료='통계청 인구총조사' 편집)
지역별 인구수(자료='통계청 인구총조사' 편집)

인구수와 인구비율을 따져 봐도 5G 기지국이 서울·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셈이다. 서울·수도권과 그 외 지역의 인구비율은 18.8% 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해 5G기지국 숫자는 42.6% 포인트나 격차가 났다.

또 국토면적 대비 5G기지국과 장치 수를 살펴봐도 서울·수도권이라는 좁은 면적에 5G 기지국 등이 상당수 몰려있는 형편이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Ⅰ’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면적은 남한 전체면적의 11.7%에 불과하다. 남한 전체면적은 10만266km2이고 서울·수도권은 1만1,816.9km2다. 5대광역시의 면적은 더 적다. 남한 전체면적 대비 3.7%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반면 세종특별자치시·강원도·충청북도·충청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북도·경상남도·제주특별자치도 등 나머지 지역은 전체국토 가운데 84.4%인 8만4,694.5km2에 이르지만 5G 기지국은 16.2%, 5G장치는 18.4%만을 점유했다.

또 취재결과 인구밀도에 따라 5G 기지국이 분포한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 2015-2045’와 국토교통부 ‘지적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밀도 순위는 명/km2 기준으로 △서울 1만6,154 △부산 4,454 △광주 2,995 △대전 2,839 △대구 2,790 △인천 2,751 △경기 1,258 △울산 1,099 △세종 593 △제주 343 △경남 318 △충남 261 △전북 227 △충북 217 △전남 146 △경북 141 △강원 90 등이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인구밀도 대비 5G 기지국 수가 모순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광주의 인구밀도가 대전보다 높고 두 광역시의 면적은 비슷하지만 5G 기지국과 장치는 대전에 더 많았다. 또 전북의 인구밀도는 충북보다 높고 국토면적도 전북이 충북보다 더 넓지만 5G 기지국과 장치 숫자는 충북이 더 많았다.
 

▲ SK텔레콤 ‘기지국 수 의미 없다’, LG유플러스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워’

현재 커버리지 맵과 함께 각 지역별 5G 기지국과 장치 숫자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곳은 KT가 유일하다. KT는 일자별로 해당 사항을 업데이트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본지에 “이동통신사별 이동통신기지국의 정보공개는 해당사업자가 법인 등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공개를 반대하고 있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제7호 사유로 비공개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제7호는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경우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은 법인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어 5G기지국과 장치 숫자의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5G 신호를 받고 있다고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4G(LTE)로 측정됐다. (사진=선초롱 기자)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5G 신호를 받고 있다고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4G(LTE)로 측정됐다. (사진=선초롱 기자)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기는 어렵고 목표치로만 공개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전국에 5G 장치 수 8만개를 확보하고 아쉬웠던 지방지역도 열심히 깔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기준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5대광역시 이외 지역에는 단 하나의  5G 기지국도 세우지 않은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는 하나의 장치가 120도를 커버하기 때문에 단순히 커버리지를 알기 위해서 사이트 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이트 숫자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고 장치수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4만개”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KT를 제외한 국내 이통사들은 법인의 영업상 정당한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5G기지국과 장치 숫자에 대해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커버리지 맵만 공개할 뿐 타당한 이유도 없이 각 지역별 5G기지국의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입장인 것이다.

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이 중앙전파관리소를 통해 밝힌 '5G 기지국 숫자 공개가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어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5G 관련 정보를 국민과 5G 가입자들에 숨기며 영업상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정당한 이익 추구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이유로 5G 기지국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타당성을 갖는다는 주장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5G 기지국과 장치 수를 지역별, 일자별로 공개하는 KT의 경우에 현저한 이익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5G기지국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KT 관계자는 “기지국 숫자가 의미가 없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며 “지금은 5G 초기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리지 않지만 결국 수많은 이용자가 망으로 몰릴 것인데 기지국이 1개 있는 것과 2개 있는 것은 원활한 5G를 사용하는 데 분명히 속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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