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로페이 결제 ‘가뭄에 콩나듯’…상인들 “홍보 좀 해주세요”
[르포] 제로페이 결제 ‘가뭄에 콩나듯’…상인들 “홍보 좀 해주세요”
  • 이해리 기자
  • 승인 2019.06.2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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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사용 어려움 느껴…‘진입장벽’ 개선 목소리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제로페이 결제 환영합니다. 많이들 사용했으면 좋겠는데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손님 귀해요. 귀해”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이해리 기자)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이해리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12월 시행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로페이 전도사’를 자처하며 제로페이 확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어 일각에서는 제로페이를 ‘세금 먹는 하마’로 부르기도 한다.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간편 결제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춰 소상공인들이 겪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제로페이의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 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면제되고, 연매출 8억~12억 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올해 카드수수료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30억 원 이하 신용카드 최고 수수료율인 1.6%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원 이하의 외식업체 비율은 96.5%로 대다수 외식업체들이 제로페이 수수료 면제구간에 해당된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된다면 외식업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저조한 결제 실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은행의 올 1분기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6만1790건, 결제 금액은 13억6058만 원에 그쳤다. 이는 서울시가 ‘시정 4개년 계획’을 통해 발표한 올해 목표한 금액(8조5300억 원)의 0.015%에 해당한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제로’로 만든다는 뜻에서 ‘제로페이’로 이름을 정했지만, 지금은 ‘쓰는 사람이 제로여서 제로페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역 지하상가 곳곳에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영등포역 지하상가 곳곳에 제로페이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로페이에 대해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일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서울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지난 20일 방문했다. 

시범사업 당시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기 위해 1시간 가량 돌아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매장에서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푯말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경우는 한 달에 한 두건 있을까 말까 한다고 상인들은 토로했다. 

화장품 가게 점원 A씨는 “한 달에 두 세건 정도 (제로페이)결제가 있긴 하지만 그분들은 시청이나 구청 관계자 같다”며 “써야돼~ 하면서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지하상가 전체에 제로페이가 다 깔려 있긴 하지만 반년이 지났어도 사용은 한 달에 1~2건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제로페이 관계자들이 와서 사용 할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고 갔는데 달라진 게 없다”면서 “프로그램 자체도 보완된 것이 없어 일일이 손님이 금액을 입력해야 하고 우리가 또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똑같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려면 소비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계좌를 연동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이후 가맹점 QR코드를 인식하면 결제하는 곳의 상호명이 있는 화면이 뜬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결제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결제가 완료된다. 연동한 계좌에서 바로 금액이 빠져나가는 체크카트 형태의 지불 방식이다. 

상점 직원의 핸드폰에는 얼마의 결제가 완료됐다는 알림이 온다. 지하상가와 일반 식당의 대부분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판매자 QR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편의점에 도입된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나 바코드만 보여주면 가게에 비치된 리더기로 읽어 결제가 이루어지는 ‘소비자 QR결제 방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제로페이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올 하반기 ‘판매자 QR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상점의 포스기 업데이트 계획은 있다”며 “(가맹점주들이)원하시면 기계를 업데이트 하고 리더기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판매자 QR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상인들은 한 달에 몇 건 이루어지지 않는 결제 시스템을 위해 자기부담금을 내면서까지 업데이트를 신청할지 의문이 든다.  

지난달 2일부터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사진=이해리 기자)
지난달 2일부터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사진=이해리 기자)

여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상점은 계산 후에도 애로사항이 있다. 

A씨는 “결제 완료 알람을 받기 위해 직원을 등록하는 과정도 불편하고, 가끔 알림이 오는데 시간도 걸리기도 한다”며 “특히 알림이 오는 직원이 매장에 없으면 굉장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수수료 부담이 적은 제로페이 결제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제대로 된 홍보활동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홍보를 위해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2월 14일 까지 약 두 달간 34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올해도 98억 원의 세금을 더 투여해 제로페이를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만 개의 매장결제 가맹점을 확보했으며, 지난달 2일부터는 전국 4만3000여 곳의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어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74개 프랜차이즈 매장으로도 제로페이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인 김 모씨는 “라디오에서 제로페이 광고를 듣고 써볼까 생각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게 번거로워 아직 써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해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앱 설치에 진입장벽이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다른 지불 시스템들은 해당 앱을 설치한 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경우 별도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없다. 네이버 페이나 페이코 등 간편결제 앱이나 거래하고 있는 은행 앱에서 결제를 하면 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연말정산 시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부분도 큰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오씨는 “연말정산 소득공제는 챙기는 사람만 챙긴다”며 “요즘 사람들은 결제 시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페이백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지불 시스템은 초반 고객 유입을 위해 결제 시점에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을 유도하지만 제로페이가 내세우는 소득공제는 매력 없는 유인책이라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할인이나 캐시백 서비스, 첫 결제 고객을 위한 경품행사 등을 결제사별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각 결제사별로 문자메시지나 결제 앱에도 항상 이벤트가 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혜택을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제로페이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진=제로페이 홈페이지)
(사진=제로페이 홈페이지)

제로페이 홈페이지에도 각 결제사별로 주는 혜택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40%의 소득공제 혜택과 공공시설 이용요금 할인, 현재 사용하는 간편결제 앱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홍보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로페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소득공제 40% 혜택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다.

서울시는 연봉 5000만 원인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2500만 원을 사용할 경우 신용카드 대비 47만 원을 더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문제는 실제 47만 원의 혜택을 보려면 소득공제액 한도가 현재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어나야 가능한 상황으로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소득공제 혜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 제로페이 결제 서비스만으로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체크카드 소득공제 30%와 차이도 별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존 체크카드의 경우도 소득공제율 30% 혜택을 제공했지만 신용카드의 혜택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와 유사한 제로페이도 역시 계좌 이체 방식이기 때문에 수년간 후불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제로페이 서비스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는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하기 어렵다. 신용카드는 결제 시 무이자 할부, 후불 결제와 통신비 할인, 마일리지 등의 혜택이 있는데 단지 소득공제율이 높다는 이유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결제사들과 지속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사용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소비자 3명 중 2명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용 의향도 절반 이상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별로는 20대 41%, 30~40대 55%, 50대 이상은 72%가 제로페이에 대해 ‘들어본 적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해 연령이 높을수록 제로페이에 대한 인지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제로페이 제도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도 59%에 달했다. 

제로페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인식은 긍정적이지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용자를 더 끌어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인책과 제대로 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리 기자 h4218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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