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기소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기관장이 여전히 월 1천만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재직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단체이고, 약 40억 원의 예산 중 절반가량을 매년 부산시 예산에서 지원받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5일 중기부에 따르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기관장의 연봉은 약 1억2300만 원이다. 여기에 매월 센터장 직책수당으로 지급되는 1백만 원을 더하면 해당 센터장은 매월 약 1125만 원의 급여를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해당 센터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후 5년째 기관장을 맡고 있는 A센터장은 2015년 12월 15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채용심사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롯데 출신인 인사를 정규직으로 뽑기 위해 임의로 최고점을 주는 등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3일에는 부산시 공무원의 자녀 2명을 채용하기위해 서류접수 마감일이 지났음에도 서류를 받아 합격시킨 혐의도 있다.

통상 채용비리 건이 적발되면 ‘직위해제’나 ‘면직’ 등 중징계를 받는 것이 일반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정관에도 채용비리는 직위해제나 면직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리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할 뿐, 기관장 해임은 이사회를 통해서만 결정이 가능하다. 사실상 기관장 비위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어 A센터장이 채용비리 건으로 기소된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 현재 A센터장이 받은 조치는 지난해 중기부가 내린 ‘경고’가 유일하다.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경고 조치는 공무원으로 따지면 ‘주의’정도의 처분이다. 해당 센터장이 받는 의혹 자체는 중기부에서 ‘주의’징계를 내릴 정도의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정부와 부산시가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사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센터 예산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센터장 임의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전 센터 직원은 본지에 “15년~16년도 직원들의 연봉 인상 시 특정인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추가적인 연봉계약을 실시해서 1년에 2번 연봉 인상을 했다”며 “당시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인사관련 부서의 결재라인을 제외하고 센터장 단독으로 결재하여 진행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답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무죄추정의 원칙

결국 A센터장에 대한 추가조치는 중기부와 부산시 그리고 롯데가 당연직 이사로 있는 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회는 김영섭 부경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고 이사진은 모두 8명이다.

그러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부산시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존 ‘경고’ 조치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미 중기부 측에서는 (A센터장에 대한) 조치가 내려갔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없다. 후속조치를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판결과가 나오면 이사회를 통해서 (A센터장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에서 창조경제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정관 수정의 필요성이 있어 그 정관을 고치는 작업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관계자 역시 “현재 규정상 A센터장의 재직은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용비리 등) 문제가 있었을 당시에는 인사규정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 처벌이라는 게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기관장이 완벽히 같지는 않다. (A기관장의 혐의가) 유죄로 나온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롯데가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결정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입장에 있지는 않다. 현재 해당 센터장이 재판 중에 있는데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사회에 소속된 주체로서 A센터장의 추가조치에 대한 안건은 이사회에 낼 수 있지 않나’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는 모두 즉답을 피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담당자가 아니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해당 건을 담당자에게 건의해볼 수는 있다”고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이사회에 출석하지만 센터장 거취에 대한 안건을 부산시 차원에서 올린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롯데 관계자는 “센터장 거취 관련 의견은 해당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람의 개인의견일 뿐 롯데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현재 재판 중인 A센터장의 임기는 올해 11월로 만료된다. 중기부나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동이 없다면 A센터장은 매달 천여만 원의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며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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