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수납원, 직접 고용 촉구...자회사 전환은 거부
"인간 대접 받고 살고 싶다"...해고 후 대규모 투쟁 예고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으로 근무하면서 제 이름 석 자로 불려본 적이 없습니다. '어이', '이봐 나 누군데' 이런 말투로 불려왔습니다. 이렇게 저흴 이용해놓고, 이제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합니다. 단 하루라도 인간 대접을 받고 싶습니다!"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 일반연맹 총파업투쟁본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 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 일반연맹 총파업투쟁본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 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이날 오후 3시 10분께 민주노총 일반연맹 총파업투쟁본부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전국의 1,500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 해고될 예정"이라며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자회사 소속이 아닌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를 향해 촉구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 정규직 직원이었지만, 구조조정을 거쳐 용역업체 소속으로 간접 고용됐다.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법원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청구했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은 노동자들을 도로공사 직원으로 인정했다.

최종심이 남아있는 상황.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 정책이 진행되자 도로공사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이들의 전적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적 추진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의한 직접고용이 아닐 뿐만 아니라 1·2심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도로공사는 오는 7월 1일 자회사 공식출범을 앞두고, 먼저 44개 영업소를 시범영업소로 정해 해당 영업소 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다음달 1일에는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1,500명이 집단해고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 (사진=이별님 기자)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 (사진=이별님 기자)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도로공사는) 법원 판결을 이행해 직접 고용하라"며 "자회사 기간제 같은 꼼수와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기자회견문 낭독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충남 서산에서 톨게이트 수납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조합원은 "도로공사는 계속 자회사만 고집하고 있다. 재계약 기간마다 해고 위기에 놓이고, 바지사장에게 잘 못보이면 해고되는 그런 생활을 하기 싫다"며 "하루를 살아도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조합원은 "저는 근무하면서 제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없다. 도로공사에서는 한명의 수납원일 뿐이다. '어이', '이봐 나 누군데' 이런 말투로 불렸다"며 "이렇게 저희를 이용해놓고, 이제는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2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인근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노조는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을 지지하는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 조합원에 대해 "한국노총 역시 민주노총과 자회사 전환이 아닌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정규직 노조의 입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30일 서울 톨게이트에서 1박 2일간 규탄 대회를 연다. 아울러 대량해고가 예정된 내달 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정규직 전환이 관철될 때까지 대규모 농성 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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