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개혁입법안을 심사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기한 만료를 눈앞에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사개특위에서는 ‘안건조정위원회’를 정개특위에서는 ‘축조심의’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

결국 정회된 정치개혁특위. (사진=김혜선 기자)
결국 정회된 정치개혁특위. (사진=김혜선 기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에서는 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을 사개특위 검경소위원장에 임명하는 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간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위가 구성되면 최장 90일간 활동할 수 있다. 사개특위가 오는 30일 만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대로 된 사법개혁안을 심사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권 의원의 소위원장 임명이 되지 않을 경우 사개특위 참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회의 초반 모습을 나타내 “패스트트랙 강행처리가 원위치돼서 취소되지 않는 이상 회의 참석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잠시 뒤 돌아온 곽 의원은 이상민 위원장에 안건조정위원회를 건의했다.

사개특위서 안건조정위원회 신청하는 곽상도 한국당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사개특위서 안건조정위원회 신청하는 곽상도 한국당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이 위원장은 곽 의원에 “왔다 갔다 하지 마시고 발언권을 갖고 발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의원도 지지않고 “왜 야단을 치느냐”고 맞섰다. 이에 이 위원장은 “야단맞을 짓을 하니까 야단을 치지. (국회) 관행을 다 뒤집고 국회법도 뒤집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면서 “악의적인 방해에 대해서는 적법성을 인정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의원도 “소위구성이나 상임위 배분은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데 소위구성과 관련해 소위원장 선임 안건에 이견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 근거와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일 본회의장에서 있을 각 상임위원장 선출에 따른 각 상임위 법안소위 위언장의 선출에 대해서도 다 안건조정 신청이 가능한 국회를 운영하자는 취지인가”고 꼬집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검경소위원장 몫은 이미 여야간 합의가 된 상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사보임 문제는) 재판이 남았지만 불법이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 위원장이 이 문제의 가부를 결정해서 회의를 속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당 박범계 의원도 “특위는 30일이면 끝나는데, 오늘이 27일이다.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기는 것은 특위를 부정한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사개특위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했다. 소속 위원들이 권 의원의 소위원장 선임을 두고 말싸움을 이어가자 이 위원장은 조정신청의 유권해석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내년 총선의 ‘룰’를 정하는 정개특위도 한국당의 반발로 ‘올스톱’ 됐다. 한국당에서 선거법 개정안 조항을 하나하나 따지며 심의하는 ‘축조심의’를 요청했기 때문. 축조심의를 시행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외에도 한국당이 발의한 비례대표제 폐지안과 의원정수 축소 등을 모두 따져가며 심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심의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사실상 소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과 여야 4당은 특위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들며 반대했다. 심상정 위원장은 “(정개특위에서 표결해)넘기면 당 지도부나 고위 정치 협상에서 더욱 성숙된 협상을 하고, 절충해서 마무리될 수 밖에 없지 않나”면서 “여야 4당 안은 충분한 숙의 끝에 나왔고, 내일이 (정개특위 활동기한이)마지막인데 (한국당안과)절충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축조심의를 놓고 감정싸움까지 번졌다. 장제원 의원은 “(한국당을 제외한)여야 4당의 안을 표결할지 모르겠지만 연동형비례제가 그대로 표결돼 가동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기에 여야4당 합의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날치기 준비하지 말라”고 고함쳤다.

이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적반하장이 도를 넘었다. (지금까지) 회의를 안 열고, 회의를 열면 필리버스터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정직하게, 정정당당하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장 의원은 책상을 치면서 “법안 하나하나 축조심의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심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그는 “정개특위 이후에 양당 지도부가 타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자기 소임을 다하는 것이 오늘 이 회의의 취지”라며 회의를 정회했다.

한편, 오는 30일 만료되는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한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내일 본회의에서 여야 4당 의결로 정개·사개특위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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