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보행불편하고 아이들 뛰는 데 방해"
- 미화원 "광화문 대형화분에 일거리 늘었다"
- 서울시 "공화당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당분간 유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광화문에 주차일이 줄어들면 시위나 사건사고가 많아질 조짐이에요. 그런데 요즘에 차가 줄어들었어요.” 3일 A씨는 <뉴스포스트>에 최근 광화문광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광화문광장 KT본사 근처 빌딩에서 주차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대형화분이 빼곡히 들어선 광화문광장(사진=이상진 기자)
대형화분이 빼곡히 들어선 광화문광장. (사진=이상진 기자)

본지가 이날 찾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는 서울시가 설치한 대형화분 130여개가 들어서 있었다. 화분은 2~3 미터 간격으로 자리했다. 광화문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은 대형화분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우리공화당의 불법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대형화분을 설치한 뒤 화분의 개수를 현재까지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대형화분 사이 벤치에 앉아 있던 30대 B씨는 “대형화분이 미관상 답답해 보이고 화분 때문에 보행하기도 쉽지 않다”며 “예전에 자녀들이 이곳에서 많이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 데도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이 천막을 설치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대형화분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대형화분 같은 임시방편 말고 다른 법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화분을 구경하던 40대 여성 C씨는 “화분의 설치 비용이 개당 200만 원 정도라고 들었다”며 “사태가 반복될수록 비용이 불어날 텐데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소모적으로 쓰인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장을 지나던 70대 남성 D씨도 “대다수가 대형화분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걸 두고 볼 수는 없으니 어차피 치워야 하는데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화분 내부는 자갈과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사진=이상진 기자)
대형화분 내부는 자갈과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천막이 있는 모습보다 ‘이게 더 시원하고 좋다’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또 우리공화당이 언제든지 쳐들어온다고 하는데 북측이든 중앙이든 쳐들어오면 방법이 없다”며 “이런 반응으로 본다면 당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우리공화당 광화문 광장 천막 처리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항목에는 우리공화당의 천막 철거에 대한 찬반 여부만 포함됐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로는 서울시가 설치한 대형화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대형화분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일거리를 늘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형화분이 현장근로자의 일거리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사진=이상진 기자)
대형화분이 현장근로자의 일거리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이상진 기자)

대형화분을 관리하는 미화원 E씨는 “대형화분 때문에 일거리가 몇 배로 늘어 다른 일을 못하고 있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형화분이 설치된 광화문광장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 관계자도 “대형화분 설치 전후에 순찰하는 인원차이는 없다”며 “다만 불상사가 생기면 아무래도 제지하거나 막아야 하니 더 주의 깊게 근무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화분으로 현장 근로자의 업무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을 늘릴 것”이라며 “지금도 녹지사업소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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