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잠원동 건물붕괴, 주민 “벽 하나만 아슬아슬했다”
[현장] 잠원동 건물붕괴, 주민 “벽 하나만 아슬아슬했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7.0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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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가 난 건물이 이전부터 위험해 보였다는 인근 주민의 주장이 나온다.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 현장. 해당 건물은 지난 4일 오후 2시 경 철거 중 무너져 내려 인근 도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 현장. 해당 건물은 지난 4일 오후 2시 경 철거 중 무너져 내려 인근 도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42분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인근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건물이 쓰러지면서 3층 천장 슬래브(벽과 벽 사이를 연결하는 천장과 바닥)가 도로를 덮쳤고 약 30t에 달하는 잔해물들이 차량 4대 위로 쏟아져 사망 1명, 부상 4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5일 붕괴 현장 바로 옆 주차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고를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철거가)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아슬아슬했다”며 “(무너진) 벽 한 면만 남겨놨는데 그게 쓰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근무하며 위험을 느끼지 않았는지 묻자 A씨는 “우리 쪽 벽면은 철거를 해놔서 괜찮았다”며 “차례로 부숴가야 하는데 벽 하나만 남기고 철거를 하니 안 쓰러지겠나”고 되물었다.

실제로 사고 현장은 무너진 도로 쪽 벽면을 제외한 3면이 대부분 철거된 상태였다. 무너진 벽면은 잔해가 약간 남았고 건물 내부 쪽에는 건설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무너진 벽 쪽의 비계(건물 외곽에 현장작업을 위해 설치한 발판)는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수 초 만에 도로를 덮은 건물의 잔해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지만, 아스팔트는 당시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곳곳이 패이고 날카롭게 긁혀 있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약 30t의 건물 잔해가 덮쳤던 도로. 건물 잔해는 치웠지만 아스팔트 이곳 저곳이 긁혔다. (사진=김혜선 기자)
약 30t의 건물 잔해가 덮쳤던 도로. 건물 잔해는 치웠지만 아스팔트 이곳 저곳이 긁혔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고 당시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던 B씨는 “갑자기 ‘쿵’하는 큰 소리가 나서 놀라서 뛰쳐나갔다. 먼지가 엄청나게 일어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며 “현장 앞에 있던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이 일대 잠시 정전이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일각에서는 붕괴된 건물의 외벽이 며칠 전부터 휘어져 있었고,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용지물 된 ‘철거 심의제’

현행법상 건물 철거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되어 있다. 사실상 정부나 지자체가 건물 철거 안전관리를 강제할 방법이 없던 것. 이에 국회는 관련법을 정비하고 지난 4월 건물 철거 허가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실제 개정안 시행은 내년 5월부터다.

그나마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철거 심의’를 받도록 절차를 정비했다. 당시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건물이 철거 중 붕괴, 인명피해를 내면서 만든 대책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거 심의제만으로는 건물 철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에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사고가 난 건물도 심의대상이었는데, 1차 철거 안전 심의에서 떨어지고 2차에서야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건물 철거가 심의대로 진행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광량 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철거를 하기 전 시에서 철거 방법에 대한 심의를 받게 되어있다. 철거 기술사가 심의에서 승인한 프로세스대로 철거를 진행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벽 한 면을 남겨두고 3면을 먼저 철거한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묻자 정 전 회장은 “철거 방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붕괴 원인은 현장을 살펴야 알 수 있다”면서 “2차 심사에서 문제의 건물이 통과했다고 하면, 당시 심사에서 제시한 대로 철거방법을 실행했느냐가 문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건물의 철거 감리는 건축주와 계약한 민간 직원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관할구청이 직접적으로 철거 방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것. 정 전 회장은 “현실적으로 철거 업체들은 아주 전문성이 없다.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당시 제시한 순서와 방법대로 철거하지 않고 작업하기 편한 대로 철거를 했을 수 있다”며 “구조엔지니어의 철거 승인을 받고, 그것대로 철거가 진행되는지 감리감독을 하는 것이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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