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일본 당국이 대한민국을 화이트 국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30일 이상 의견을 받는 원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자료=홈페이지 캡처)

일본 기업은 일본 당국이 화이트 국으로 지정한 국가에 물품을 수출할 때 구체적으로 지정된 품목의 수출만 규제를 받는다. 지정된 품목 이외의 다른 품목들에 대해선 까다로운 수출 심사를 면제받는 일종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다.

반면 일본 기업이 화이트 국으로 지정받지 못한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선 규제 목록 리스트 이외의 품목들에 대해서도 일본 당국으로부터 개별 수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개별 수출 심사 기간은 접수와 서류심사 등을 거쳐 통상 9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일본은 ‘수출 무역 관리령’을 통해 수출 목록 리스트와 화이트 국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이 지정한 화이트 국은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7개 국가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화이트 국 목록에 포함됐다.

​한국을 화이트 국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 퍼블릭 코멘트 기간은 30일이 안 된다(자료=日 퍼블릭 코멘트 홈페이지 캡처)
​한국을 화이트 국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 퍼블릭 코멘트 기간은 30일이 안 된다. (자료=日 퍼블릭 코멘트 홈페이지 캡처)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법령이나 조례 등을 정할 때 일반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 ‘퍼블릭 코멘트 제도(의견 공모 절차 제도)’를 통해 ‘수출 무역 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에 대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해당 정령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 종료일은 오는 24일까지로, 24일 동안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이는 7월 4일부터 8월 5일까지 33일 동안 실시하는 ‘위험물 선박 운송과 저장 규칙 및 선박에 의한 방사성 물질의 운송 기준 특성 등을 정하는 고시 일부 개정(155191013)’과 7월 4일부터 7월 31일까지 30일 동안 실시하는 ‘위험물의 규제에 관한 규칙 일부를 개정하는 성령 (안) 등에 대한 의견 공모(860201911)’ 등 위험물에 대한 의견 공모 기간보다 짧다.

통상 일본 당국의 ‘퍼블릭 코멘트 제도’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은 30일 이상이다. 일본 당국도 퍼블릭 코멘트 제도의 의견 제출 방법에 대한 소개란에 ‘의견 제출 기간은 원칙적으로 방안의 공시일부터 기산하여 30일 이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퍼블릭 코멘트 기간이 원칙적으로 30일 이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자료=日 퍼블릭 코멘트 홈페이지 캡처)
일본 당국은 퍼블릭 코멘트 기간이 원칙적으로 30일 이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자료=日 퍼블릭 코멘트 홈페이지 캡처)

퍼블릭 코멘트 제도는 의견 수렴 기간이 30일 미만일 경우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에 대해 ‘수출 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는 관점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규제 사전 평가서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화이트 국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의 이유가 △대한민국과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대한민국을 목적지로 하는 화물의 수출에 대한 특례를 폐지할 필요성 때문 등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포스트>는 5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일본 경제산업성이 대한민국을 화이트 국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이유 △일본 경제산업성이 ‘퍼블릭 코멘트 제도’에서 해당 정령 개정안에 대해 30일 미만의 기간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하는 이유 등에 대해 경제산업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 했다.

한편 일본 당국은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에 대한 엄격한 수출 규제 조처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조처는 WTO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며 “일본이 이런 조치를 철회하도록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5일 본지에 “일본 당국의 1일 규제 조치 발표 이후 4일 실제 발효되기 전까지 레지스트 등 관련 재료를 최대한 확보해보려고 했지만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적기에 공급을 못 받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에 업계 전반적으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화이트 국 지정 취소에 대해서 “지금은 4일 발효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화이트 국 지정 취소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고 파악된 것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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