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9일 새벽까지 이어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는 ‘맹탕’으로 끝날 뻔하다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협공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윤 후보자는 자신의 기존 발언과 완벽히 배치되는 녹취파일이 공개되자 결국 사과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윤 후보자가 답변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윤 후보자가 답변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윤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자신의 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지난 2013년 육류수입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전 세무서장의 친동생은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윤 후보자는 윤 검찰국장과 ‘대윤-소윤’으로 부르는 등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에 야당에서는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의 사건을 무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윤 후보자는 ‘재직 중에 대검 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한 적 있나’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또 ‘이 변호사에게 윤 전 세무서장에 연락하라고 전한 적 있나’는 질문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뉴스타파’에서 지난 2012년 12월 기자와 윤 후보자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윤 후보자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이 녹취 파일을 재생했다. 녹취파일에서 윤 후보자는 “이 사람(윤우진 씨)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자는 “윤석열 부장이 얘기한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으면 너한테 전화가 올 것이다. 그러면 만나서 한 번 얘기를 들어봐라”며 “가까운 사람이 조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전 세무서장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잘 안다. 대진이 형이니까. 대진이 하고 나하고 친형제나 다름이 없다 보니까”라고 답했다.

윤 후보자의 녹취파일이 공개되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이 기형적인 사건과 윤 후보자가 연결되는 접점이다. 변호사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 어떻게 검찰총장이 되겠나.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비판했다.

주광덕 의원은 “2012년 2월경 사표를 내고 (검찰을) 퇴직한 이 변호사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문자를 보내란 목소리가 생생하지 않나”며 “이렇게 (녹음파일로) 후보자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잘못을) 시인했어야 한다, 이 점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하루 종일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왜 거짓말을 하고 당당한가”라고 질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조차 “녹취 파일 내용과 (청문회에서) 말한 내용이 다르다”며 “잘못 말한 것 같은데 사과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는 “오해가 있다면 명확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건 수임에 대한 소개를 한 적이 없다”며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려는 마음도 있어서 가서 얘기나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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