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수출규제 후 첫 수요시위..."경제 보복은 후안무치"
- 참여 교사 "일본과 한국의 마찰이 아닌 아베 정권과의 마찰"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수요시위가 어김없이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일 시위에 참가한 한 여중생들은 “경제 부담 준다면 과거사도 침묵해야 하나요? 답답해요”라며 정부와 어른들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10일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환영하는 한편,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0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환영하는 한편,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지난 4일 시작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수요시위다.

이날 정기 시위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도 자리를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으며,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정기 시위는 한 총장의 인사말과 함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의 경과보고 등으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 2005년 7월 8일 별세한 신현순 할머니를 기리며 추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경과보고 후 최근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를 규탄하면서 “자국민이 피해를 받은 피해국의 정부가 이전에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가해국으로부터 보복을 받는 게 맞는 것인가? 당연히 국제적인, 아니 일반적인 상식으로 절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가해국은 당연히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사죄하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그리고 모든 자료를 공개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실종 여성들의 인권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는 당연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플랜카드를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비판과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10일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비판과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그는 또 화해치유재단의 공식 해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표는 “일본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협약의 증거인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기가 지난 6월 17일 완료됐다”며 “성노예 피해를 부정하고 책임이 없다고 하는 가해국가에 피해국가는 당연히 자국민 보호를 위한 외교‧정치‧입법 정책을 해야 하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또한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는 정부. 잘못된 정책 집행을 다시 되돌려 놓는 정부, 그것이 제대로 된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의 경과보고에 이어 일본 정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고읍영웅태권도 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 후 인사에 나선 영웅태권도단 학생은 “이번 공연은 해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에 의해 받은 상처 때문에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홀로 힘들어하신 할머님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상처를 딛고 일어나서 세상 사람들 앞에 용기를 내 증언하신 모습과 우리 피해자 할머님들을 보살펴 주신 분들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인정하기는커녕 무역보복 등의 괘씸한 행동들만 일삼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무도스포츠인 태권도로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0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정기 시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애움길’의 직접 출연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함께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0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3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정기 시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애움길’의 직접 출연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함께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이날 정기 시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애움길’에 직접 출연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함께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한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어른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뜻을 기자에게 밝히기도 했다. 

부천동여자중학교 정다인‧홍용선‧서민제 등 세 명의 학생들은 ‘위안부 문제를 풀어서 일본과의 경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답답하다”고 답했다. 

학교 내 꽃꾸러미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일본 정부가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우리가 직접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들이 많다. 그걸 어른들이 나서주면 좋을 텐데 안 하니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른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오늘과 같은 시위집회와 활동들이 더 잘 알려지도록 홍보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수요시위도 매일 오고 싶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수요시위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계속 참여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통솔하며 함께 참여한 부천동여중 A교사는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사는 “위안부 문제는 엄연히 경제와 분리해서 봐야 하는 문제”라며 “이건 일본 사람들과 우리의 마찰이 아니라 아베 정권과의 마찰”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역사를 바르게 알고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입장에서 대신 우리들에게 사과하거나 같이 앞장서 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아베 정권이 문제이고, 반일감정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까지 이어져 있는 문제로서 수업시간에도 많이 다루고 있다”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잘못된 것에 대해 누구든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사는 “계속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이 끊길까 봐 가장 걱정이다”며 “지금 아이들이 역사를 알고 계승해 나가면서 끝까지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서 이 문제들이 잊혀 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사진=홍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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