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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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호기심이 대단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다. 스스로가 “자신은 특별한 재능이 없고 단지 열정적으로 호기심이 많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겸손함이 배어나는 말이다.

또 그는 자기를 찾아온 젊은이가 인생의 지침을 부탁하자 “성공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성공’이란 한국적인 기준으로는 ‘출세’를 의미하고 ‘가치’는 진정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것은 그가 대부분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 곧 소유와 외적 성취와 사치를 경멸스럽게 여겼다는 데에서 알 수 있다.

한국사회의 사회적 출세가 아인슈타인이 경멸했던 세 가지 요소들의 다른 말일 수 있는 재력과 권력과 명예를 좇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아인슈타인은 세상의 출세보다 개인적 성공의 가치를 존중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과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은 주관이 강하지만 철학자로서 그는 매우 개방된 마음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평화를 옹호하는 양심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서 보듯이 개방적인 성향과 주관이 뚜렷한 것은 얼핏 이율배반적인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진정한 ‘포용력’이 될 수 있다. 객관성과 주관성의 두 가지 상이한 가치를 균형 있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역량이며 비범한 것이어서다.

포용력은 어느 의미로 보면 ‘중용’(golden mean)의 덕이라 할 수 있다. 객관성의 부족함도 주관성의 과도함도 아닌 황금비율의 저울추 균형을 잡는 것이다. 중용의 가치에는 용기, 절제, 후덕, 겸양, 배려의 요소들을 담게 된다.

예술에서도 황금비율이 중시되고 있다. 고전의 명화들을 보면 선이나 모양 등 각 부분들의 분할이 완벽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는 이러한 회화들을 관찰하여 신의 비율을 이루고 있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해납백천’(海納百川) 이란 말이 있다.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이는 자세다. 한마디로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호 믿음을 갖고 책임 있게 상생 협력함으로써 화합과 통합을 이뤄가는 포용의 정신이다.

영어에서 포용력은 ‘Broadmindedness' 곧 ’넓은 마음자세‘라 할 수 있다.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 실용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을 개방하는 것(Open Minded),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Alternative Thinking),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Thinking Outside of the Box), 그리고 창의성(Creativity), 융통성(Flexibility), 관용성(Tolerance), 진정성(Openness), 공평성(Liberality) 등.

우리말에도 ‘금도’(襟度)라는 말이 있다. ‘남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마음과 생각’을 의미한다. 여기에도 겸손, 지혜, 포용, 융통, 인내, 용기라는 덕목이 들어있다. 결국 포용력이라는 말은 내가 뜻하고 원하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시키려 하는 것과는 달리 타인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존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국가가 발전하고 개인이 행복하려면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포용력의 부재현상으로 인해 세태가 각박해져 가는 것이다. 내 중심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주관성이 강한 사회가 되다 보니 만용, 방종, 굴종, 군림, 서열이 지배하는 풍토가 되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에게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향이 짙다.

이제 한국사회 중용의 가치가 절실하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중용과 포용력을 언급하면서는 실천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덕은 습관으로 체득될 때까지 부단한 노력으로 실천을 해야 갖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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