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중 독보적 흥행…일본까지 관심
무제한 페이백 장점 살려 ‘독보적 흥행‘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전국 각 지자체가 선보인 지역화폐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인천시의 ‘인천e음카드’는 가입자가 57만 명에 육박하는 등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시민이 인천 연수구의 식당에서 '연수e음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한 시민이 인천 연수구의 식당에서 '연수e음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정부는 지난 2017년 골목 상권 부흥과 지역 간 경제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지역화폐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지역화폐란 말 그대로 특정 지역 안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화폐를 말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이후 각 지자체가 ‘고양 페이’, ‘시루’(시흥 화폐) 등을 선보였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화폐가 번거로운 사용방법,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혜택 등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수 경제 활성화가 절실했던 인천시도 지난해 6월 모바일앱과 선불카드가 결합된 형태의 전자상품권 ‘인천e음카드’를 출시했다. 

인천은 서울시와 인접한 지리적 위성 도시로 인천 시민의 신용카드 소비율 가운데 서울·경기 등 타 지역에서 소비되는 역외소비율이 52.8%에 육박한다. 반면 타 지역 주민이 인천에서 지출하는 역내 소비유입률은 25.3%로 전국 평균인 26.8%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자본유출(역외소비율-연내 소비유입률)은 연간 27.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e음카드는 지난 7일 기준 가입자 수 56만 8533명, 누적 사용액 2,400억 원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출시 1년여 만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e음카드’를 직접 사용해보고 그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다.

'인천e음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화면. (사진=이해리 기자)
'인천e음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화면. (사진=이해리 기자)

카드 배송 5일 내외, 계좌 연결 충전식 사용

인천을 방문하기 전 인천e음카드 발급을 위해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 ‘인천e음카드’를 검색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했다. 앱을 실행하니 알아서 가입 절차가 진행됐다. 회원가입을 하고 원하는 카드 디자인을 선택해 배송을 신청하니 5일 만에 카드가 도착했다. 카드 배송은 보통 3~7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앱을 실행해 실물 카드를 등록하고 은행 계좌를 연결해 충전했다. 한 번 충전 시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한도 상향을 신청하면 최대 200만 원까지 상향이 가능했다. 모바일 결제(바코드, QR코드, NFC 등)도 카드 등록을 한 뒤 사용이 가능했다. 

인천 지역 점포의 99.8%(17만 5000여 개)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내수 자본이 빠져나가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는 결제할 수 없다. 

100만 원 쓰면 6만 원 돌려받는 쏠쏠한 캐시백

인천 시민들은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6%의 페이백 혜택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인천 부평구에 근무하는 직장인 남 씨는 인천e음카드에 대해 “지금까지 200만 원 가까이 사용했다”라면서 “페이백을 6% 주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는 인천e음카드를 사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인천e음카드는 결제 금액의 6% 캐시백이 무제한으로 적립되는데, 이 캐시백은 정부가 4%, 인천시가 2%를 각각 지원한다. 연말정산 시 30%, 전통시장은 40%의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또 모바일 앱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계좌를 연결해 입출금 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인 만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하기 용이하게 만든 것도 인천e음카드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인천 지역 곳곳에 있는 '인천e음카드' 홍보물. (사진=이해리 기자)
인천 지역 곳곳에 있는 '인천e음카드' 홍보물. (사진=이해리 기자)

현수막, 음성 광고 등 적극적인 홍보 눈길 

“가계살림, 기업 살림, 인천 살림, 살림 카드다” 

기자가 인천을 방문한 9일 인천 지하철 1호선에 탑승하자 인천e음카드에 대한 음성과 전광판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거리에도 인천e음카드의 홍보 플래카드가 즐비했다. 거리에 있는 인천 주민들에게 인천e음카드를 처음 접하게 된 경로를 묻자 대다수가 플래카드와 홍보 전단지를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부평시장역 근처 음식점뿐만 아니라 편의점, 마트, 약국 등까지 인천e음카드 가맹 스티커가 붙지 않은 가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에 사업자 등록을 한 점포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맹률 99.8%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맹 스티커가 붙어있는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일반 카드를 사용할 때처럼 인천e음카드로 간편하게 결제를 끝냈다. 사용한 내역과 적립된 포인트는 앱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평소 인천e음카드로 결제가 얼마나 이루어지느냐에 대해 묻자 “카드 결제 10건 중 2건 정도”라고 답했다. 근처 카페와 부평 시장에 있는 상점들에도 묻자 20% 정도라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인천e음카드로 결제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천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e음카드’ 열풍

인천e음카드가 입소문을 타자 인천의 각 구에서도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서구는 지난 5월 ‘서로e음카드’ 출시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국비 4%, 시비 2% 캐시백 혜택에 지역 4%까지 추가 지원에 나서며 총 10%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서로e음카드는 올해 가입자 목표인 4만 6,000명을 발행 15일 째인 5월 15일에 달성하고 현재 20만 3,000명(7일 기준)이 사용하고 있다. 서구의 총 가구 수가 21만 5,327가구임을 고려하면 1가구(가구) 당 0.95장의 카드가 보급된 것으로 이는 서구 대부분의 가정에서 서로e음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수치다. 

인천 청라에 거주하는 주부 김 씨는 “맘 카페에서 서로e음카드의 혜택에 대해 알았다"라며 “혜택도 좋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도 좋아 사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로e음카드는 서구에 사업자 등록을 한 가게에 한해서만 혜택이 적용된다. 서로e음 카드를 부평구나 다른 자치구에서 사용하면 인천e음카드로 적용돼 6% 캐시백이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연수구에서도 ‘연수e음카드’를 출시했고, 1일에는 미추홀구에서는 8%의 캐시백 혜택을 주는 ‘미추홀e음카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연수구에서는 연수e음카드 발행을 기념해 200억 원의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11%의 캐시백(예산 소진 이후에는 10%)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 5일 기준 지역 내 6만 5,813건의 카드가 등록돼 사용 중이고, 결제액만 72억 3,552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서로e음카드 발행 초기 같은 기간 결제액의 3.6배에 해당한다.

지난 주말 예상 결제액을 포함하면 21일 만에 100억 원을 넘어선 서구보다 절반 이상 기간을 앞당겨 전국 최단기간 결제액 100억 원 돌파도 가능한 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자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청 e음카드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e음카드를 벤치마킹하지 않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라며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해 8월 초에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지역 식당에 붙어있는 '인천e음카드' 가맹 스티커. (사진=이해리 기자)
인천 지역 식당에 붙어있는 '인천e음카드' 가맹 스티커. (사진=이해리 기자)

캐시백 열풍, 지속될 수 있을까?

인천e음카드가 파격적인 캐시백으로 흥행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검단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 씨는 “캐시백을 지원하는 예산이 고갈될 수 있다는 기사를 봤다”라면서 “주변에서도 캐시백이 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쓰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부유층의 금괴 사재기 등 악용의 소지가 있어 막대한 혈세가 일부에게 집중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인천e음카드 발행 실무를 주도해 온 안광호 인천시 소상공인 정책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지적된 문제점들이 사실과 부합되는 얘기는 없다”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정상적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민들은 ▲모바일 결제 가능 가맹점 부족 ▲후불 교통카드 불가 ▲번거로운 캐시백 포인트 사용 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캐시백 포인트 사용은 모바일 앱에서 캐시백 사용을 체크한 후 20분 내에 결제하면 된다.

이에 대해 안 팀장은 “단말기의 종류와 가격대도 다양해 점포들마다 구비해놓은 단말기가 다르다”면서 “IC 칩 카드 결제는 법으로 강제해놨기 때문에 모든 매장에서 가능하지만 나머지 수단은 매장별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e음카드는 일반 카드가 아니고 상품권인데 많은 분들이 혼용하고 있다”라며 “캐시백과 상품권을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고, 신용카드가 아니기 때문에 후불 교통카드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반응은 미지근

사업자를 대상으로는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인들은 인천e음카드가 무엇인지 소상공인들에게는 어떠한 혜택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는 “문 앞에 인천e음카드 가맹 스티커를 붙여놓으니까 손님들도 바로 알아보기도 하고, 저 카드로 결제가 늘긴 했지만 사실 저 같은 개인사업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에게는 1,000원 2,000원의 소액도 카드 결제를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카드 결제 수수료가 가장 큰 골칫덩이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연 매출 3억 원 이하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는 0.8%이고, 3~5억 원 이하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는 1.3%다.

이에 인천시도 소비자가 인천e음카드 사용 시 상인들의 카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지만, 수수료 혜택에 대해 알고 있는 상인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인천e음카드는 중소상인에게 카드 수수료를 0.3%를 지원해주고 있다. 서구의 경우는 0.5%를 추가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총 0.8%를 지원받는 셈이다. 매출액이 3억 원 미만인 가게는 수수료율이 0.8%로, 서구에서 서로e음 카드를 사용하면 수수료가 없다. 매출 5억 원 미만 가게의 수수료는 0.5%를 내는 것이다. 연수e음카드는 매출과 상관없이 카드 수수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안 팀장은 “상인연합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혜택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e음카드는 모바일 쇼핑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소상공인들을 위한 모바일 주문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판로개척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료 모바일 쇼핑몰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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