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반도체 공정에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2일 YTN 등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가 최근 외교 채널로 자국산 불화수소를 우리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정부 쪽에 전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불화수소 수입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대기업 총수, 경제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당시 김영주 국무역협회장은 러시아 정부가 주러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산보다 순도가 높은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을 제작할 때 감광제로 쓰이는 레지스트와 함께 불화수소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 수입 품목에서 일본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84.5%, 레지스트는 83.2%, 불화수소는 41.9%를 차지한다.

이 중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에 사용된다. 특히 1억 분의 1(나노) 반도체 공정에서는 ‘파이브 나인(99.999%)’ 급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해야 제품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산 불화수소가 품질이 좋고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파이브 나인 급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에서 거의 전량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러시아산 불화수소가 들어온다고 해도 섬세한 반도체 공정에 적용이 가능한 품질인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

이날 삼성 반도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산 불화수소는 삼성 쪽에 들어와있지 않다”며 “(품질에 대해) 테스트해 본 것도 아니고, 쓸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산 불화수소가 일본산 것만큼의 품질을 가졌더라도 당장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반도체) 생산까지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미묘한 (품질 확인) 과정을 많이 거치고, 제품 생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여러 가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도입해도 이 검증 기간만 1~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불화수소만큼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

러시아산 불화수소 수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상황에서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경로 다각화에 대해 “원재료에 대해서 상황을 공개하는 것은 어려워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전 세계에서 (불화수소 품질이 좋은 곳이 있는지) 파악해봐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거래하던 곳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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