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에이징' 권경혁 대표

여기 태생부터 다른 기업이 있다.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영리 사업을 통해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회사. 이들은 사회적기업이라 불린다. 물건을 팔아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선다. 주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고령화 사회로 들어섬에 따라 우리 모두는 길어질 노년의 시간에 대해 고민한다.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웰 다잉(Well-Dying)’이 주목받고 있지만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성적인 질병, 노화 등은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며 작은 사고로 크게 다치기도 한다. 

특히 노인들은 주거공간에서조차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노인들이 겪는 가장 빈번한 사고가 계단이나 집안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낙상사고‘로 매년 83만 명의 노인이 낙상사고로 사망한다. 때문에 노인들의 일상적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포스트>는 낙상사고를 예방하고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해피에이징 권경혁 대표를 만나 현재 노인 문제에 대한 인식,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시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지난 9일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해피에이징' 권경혁 대표를 만났다(사진=홍여정 기자)
지난 9일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해피에이징' 권경혁 대표를 만났다. (사진=홍여정 기자)

- '해피에이징'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노인 낙상사고 예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낙상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저희 자체적인 낙상예방프로그램과 특화된 예방 용품을 공급해 낙상사고를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사고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낙상사고는 △노화 또는 질병 등 개인 건강 △주거 환경 △활동 습관 등 세 가지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를 관리해주는 낙상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위험요인에 대한 부분을 어르신들에게 인식시켜드리는 교육과 다리 근력이나 균형감각을 높여주는 운동프로그램이다. 또한 욕실 벽면에 설치하는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매트 등 낙상예방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으로서 어떤 사회서비스를 하고 있나.

일자리 지원 사업 중 은퇴시니어를 위한 '건강리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가 교육을 통해 낙상 예방 건강리더를 양성하고 이분들이 직접 독거어르신을 찾아가 운동법 등을 알려드린다. 실제 부산에 은퇴시니어 20명을 건강리더로 양성해 그 지역 어르신들을 주 1회씩 4주 동안 방문해 운동 프로그램을 알려드리고 있다. 앞으로 계속 건강리더를 양성해 그분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독거어르신들께 무료로 낙상예방교육을 해드리고 안전손잡이를 설치해드린다. 올해는 강북구에서 진행하는 '로컬랩' 사업 일환으로 강북구에 사시는 빈곤층 독거노인들에게 프로그램 교육을 4회 정도 해드리고 개별적으로 집에 방문해 주거 환경도 간단히 개선해드리고 있다.

- 노인들이 겪게 되는 사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낙상사고'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

어머님의 갑작스러운 이별 때문이다. 어머님이 몇 해 전 집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거동이 좀 불편하신 상황이었는데 사고 몇 개월 후에 교통사고를 당하신 거다. 미처 피하지 못하신 것 같다. 아침에 사고를 당하시고 밤에 돌아가시니까 충격이 컸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겪는 낙상사고가 그분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나.

사실 그 당시 다른 회사 창업 준비 중이었는데 어머님을 보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 그러는 도중에 동대문 DDP에서 청년들이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걸 보게 됐다. 노인 문제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던 터라 제출하게 됐고, 채택이 됐다.

- 2016년 창업 이후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셜벤처 경진대회, 육성사업,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 사회적기업 등의 단계를 거치며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사회 경험도 있었고 서류 준비나 심사 보고 발표하는 이런 것들이 압박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다. 또 우리 회사의 사회적 미션이 명확했기 때문에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빈곤층 노인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고, 우리가 사업을 진행하며 지난 3년간 사회서비스를 꾸준하게 하면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인정받은 것 같다.

낙상예방교육 프로그램 중 공터에 모여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모습(사진=해피에이징 제공)
낙상예방교육 프로그램 중 공터에 모여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모습. (사진=해피에이징 제공)

-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사회적기업은 잉여이익의 3분의 2를 환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이 사회적기업에게는 어려운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규정일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 자체가 사회서비스를 하는 기업인데 또 환원을 해야 하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으로 봤을 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대기업의 지원이 사회적기업으로서는 큰 도움이 되겠다.

이런 상황에 그런 큰 규모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큰 힘이 된다. 수익은 한정된 상황에서 투자 받는 건 어렵다 보니. 지금 판매하고 있는 손잡이의 경우 서울시 사업개발비지원금으로 개발했고, 실버카는 현대백화점 패셔니스타 지원 사업에 선정돼 그 지원금으로 개발하게 됐다.

- 현대인들에게 건강관리는 중요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

50대 후반부터 60대에 10년 정도를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게 나중에 노후에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좋다. 70대 초반부터 노화 때문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치아, 다리근력, 귀, 눈 등 전체적으로 문제가 계속 나타나서 계단식으로 건강이 계속 떨어지게 된다.

-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 건강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것 같다.

4~50대가 지금 7~80대 노인들의 자녀 연령대인데 그 자녀들의 연령대의 관심사 1순위는 본인의 건강 2순위가 자기 자녀들의 진로, 결혼문제 그리고 3순위가 부모님이다. 걱정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좀 밀려나있는 부분이 있다. 자녀들의 적극적인 부모님 건강관리는 필수다. 부모님에게도 좋고 자식 세대에게도 미리 건강관리를 한다면 시간,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다.

- 자녀가 꼭 챙겨야 할 건강관리 요인이 있다면.

60대 정도부터 건강관리는 필수라고 본다. 꾸준히 운동 다니시도록 독려해야 한다. 특히 부모님이 평소에 어떤 약을 드시고, 어떤 병원에 가시는지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요새는 자녀들과 같이 사는 분들 많이 없지 않나. 집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하셨을 경우, 응급실을 가게 되면 그런 개인 정보를 파악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위급상황에 자녀가 전화를 받았을 때, 정확히 그분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경로당에서 진행된 낙상예방교육 모습 (사진=해피에이징 제공)
경로당에서 진행된 낙상예방교육 모습. (사진=해피에이징 제공)

- 사회적 기업가로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해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회적기업이다. 사실 사업 자체만으로도 어렵다.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제품도 개발해야 하고 직원도 관리해야 하고.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경제적인 것과 사회적인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한 단계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경제적인 성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이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에 이 길로 많이 뛰어드는 것 같다. 명확한 사회적인 미션을 가지고 끈기 있게 해나갈 각오가 없다면 괜히 고생만 하고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고충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노인건강을 위해 힘쓰는 이유는.

60~70대 분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관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대부분 방심하신다.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부분을 잘 관리해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사고를 당하지 않게 예방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평생 사는 인생이 아니지 않나. ‘해피에이징’은 갑작스런 사고로 불행하게 서로 헤어지지 않고 잘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것.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 ‘해피에이징’ 대표로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계신가.

노인들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제대로 그 분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뵈면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어머님의 모습이 연상될 때가 많다. 어머님을 찾아뵙고 헤어질 때면 차 옆까지 나와서 안 보일 때 까진 계속 손을 흔드는 모습. 이 일을 시작하고 어르신들을 만나면 항상 그런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매번 찡해진다. 또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그 과정에서 마음을 서로 느끼게 된다. 이런 진심이 중요한 것 같다. 경제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진심을 놓치지 않고 싶다.

노인 낙상사고 예방 전문 해피에이징(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노인 낙상사고 예방 전문 해피에이징.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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