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참으로 안타깝다”는 조문의 뜻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자택에서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보석된 상태여서 이재오 전 의원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문을 갖고 빈소를 찾은 이재오 전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문을 갖고 빈소를 찾은 이재오 전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이날 이 전 의원은 정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찾아와 이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이 전 의원은 “통신이나 외부 접촉이 안 돼서 제가 직접 (이 전 대통령을) 못 만났다”며 “보석 조건 때문에 외부 출입이 안 되어서 병원에 가는 것 이외에 출입을 못 한다. 아침 일찍 전문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찾아 조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지 않았으면 (정 전 의원을)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감옥 가시기 전에 정 전 의원을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평소 고인에 대해 못한 말이나 생각이 있어도 저를 비롯해 정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평소에 좋은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며 “우리와 가까웠던 점, 우리와 함께 일했던 점, 서로 힘을 모아서 대선을 치렀던 그런 점. 그런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불과 일주일 전에 정 전 의원과 전화했다. 정 전 의원이 먼저 ‘찾아뵈려고 했는데 이것 저것 바쁘다’고 해서, 나도 사대강 보 해체를 반대한다고 바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한번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갑자기 고인이 될 줄은 참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 전 의원의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같은 당 이혜훈·유의동·지상욱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유 의원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황망한 마음으로 왔다. 고인이 혼자 감당했을 괴로움이나 절망을 생각하면 제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저세상에서 편하게 쉬시기 바란다”고 애도했다.

정두언 전 의원 빈소 찾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왼쪽부터 유의동, 지상욱, 이혜운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정두언 전 의원 빈소를 찾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왼쪽부터 유의동, 지상욱, 이혜훈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만든 일등 공신으로 한때 ‘왕의 남자’로 불렸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그의 측근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비판하며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 시기에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로부터 사찰도 당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17·18·19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돼 2010년에는 당 최고위원까지 올랐지만, 2년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0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20대 총선 4선 도전에 실패하며 우울증을 앓았다.

정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정권을 만든 ‘킹 메이커’였지만 권력을 누려보지 못한 ‘풍운아’로 통한다. 그는 언론에 연재했던 회고록에서 “박영준과 가까운 행정관들이 ‘정부에서 정두언과 가까운 자들의 씨를 말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날 유족들은 “고인이 우울증을 앓은 지 오래됐다. 유서에는 ‘힘들고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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