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이 아닌 분산원장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보상의 개념, 대체할 수단 있다면 코인은 필요 없어
-금융산업에 가장 큰 위협… 그럼에도 더 활발하게 활용하는 이유
-부작용 우려에도 장점 많아… 인터넷과 비슷한 과정 밟을 것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지만,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은 아직 생소하기만 하다. 오히려 블록체인 자체를 가상화폐와 동일하게 보고, 투기의 수단으로 폄하하며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과연 블록체인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기술일까? 

이런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뉴스포스트>는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를 만나봤다.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는 30살이었던 2014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융합 전문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는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2017년 8월에는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홍성완 기자)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는 30살이었던 2014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융합 전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는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8월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홍성완 기자)

▲ '분산원장' 기술 중 하나 '블록체인'

우리 정부는 최근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육성 프로그램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대기업과 금융권들은 블록체인 관련 부서를 신설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란 무엇일까?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하여 해킹을 막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설명이다.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라며 “한마디로 ‘분산원장(분산된 P2P(Peer-to-Peer) 망 내 참여자들이 모든 거래 목록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디지털 원장)의 부분집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09년 팀인지 개인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내놓으면서 최초의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했다”며 “그 콘셉트는 처음이었지만 그걸 이루고 있는 근간의 기술들 암호화, 복호화, 공개키 등의 기술은 이미 존재했다. 이를 종합해서 만든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산원장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쓰이는 것”이라며 “인공지능(AI)처럼 하나의 카테고리로 봐야 하고,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을 구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표 대표는 커피의 추출 방법을 예로 들어 “커피를 내리는 방식은 에스프레소 외에도 콜드블루, 핸드 드립 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 커피가 보편화되기 전 에스프레소를 커피 원료 추출의 대명사로 인식했던 것처럼,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방식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구현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보충했다.

표 대표는 이어 분산원장에 대한 설명으로 “복제원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며 “1개의 데이터를 여러 명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복제 데이터를 여러 명이 갖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각자 1이라는 데이터를 한 세트씩 복제해서 100명이 가지고 있을 경우, 99개의 데이터를 잃어도 한 명만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원리”라고 밝혔다.

또한 이 데이터는 10분마다 업데이트 되면서 모두가 가지고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중앙화된 은행이나 시장을 통하지 않아도 P2P에 의해서만 거래내역을 입증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데이터 중 일부가 잘못되거나 끊어질 경우, 다수에 저장된 데이터에 의해 수정 및 복구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만약 100명의 사람들이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조작하기 위해선 51명의 데이터를 10분 내에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 따라서 조작이나 해킹이 불가능하고, 더욱 안정적인 거래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 분산원장 방식의 최대 장점이다.

백업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도 필요 없기 때문에 공간적인 장점도 생긴다.

표 대표는 “복제해서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데이터는 안전해져 몇 명이 조작하려고 해봐야 영향이 못 미치는 투표에 의한 원장 보존의 원칙에 기반한 P2P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또 “사실 블록체인만 좋은 건 아니고 분산원장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더 좋은 방식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블록체인이 가장 원활하게 구동되면서 대표주자로 보이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이후에 나온 DAG(Directed Acyclic Graph) 등 차세대 분산원장 기술은 정상적으로 구현만 되면 블록체인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진 너무 급진적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 가상화폐는 보상의 개념

그런데 분산원장이 구현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거래데이터를 가진 사람들이 컴퓨터를 지속적으로 켜서 네트워크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유지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 전원을 계속 켜 놓을 경우 전기사용료가 발생하고, 아울러 컴퓨터 과부하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표 대표는 “자기 거래내역 뿐만 아니라 남의 거래내역까지 얼마 되지 않는 데이터 용량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컴퓨터의 공간을 제공하고 계속 컴퓨터를 켜 놔야 한다는 조건을 걸면 일반적으로 이 P2P은행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거래원장을 보관하는 귀찮은 일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돈을 주고 싶어도 돈이 없다 보니 이 가상화폐를 보상의 개념으로 준다는 걸 생각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가상화폐의 가치가 크지 않다면 받아 갈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은행을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 가상화폐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표 대표는 “예를 들어 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하나를 가져와야 한다고 하면, 은행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다. 돈을 내고 사던지 아니면 자기가 원장보관 역할을 하면서 코인을 벌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가상화폐라는 것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비용이자 P2P 은행의 운영을 수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전 지구적인 핵전쟁이 일어나도 망할 가능성이 없는 이 은행을 사용하고 싶으면 모두 이걸 쓰되, 반드시 본인의 컴퓨터 공간 일부를 제공해 전기 발생 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럴 경우 수익자들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를 통한 컴퓨터 공간 제공 및 전기를 부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위해 부가적으로 발생한 것이 바로 가상화폐라고 이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탄생배경은 이 같은 이유가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우리나라에서 투기의 상징이 되어 버렸고,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동일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블록체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가상화폐가 등장한 것이고, 만약 이를 대체할 수단이 있다면 굳이 가상화폐가 필요하진 않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구동하기 위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가상화폐다. 신뢰할 수 있는 분산원장 기술을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그들의 컴퓨터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보상수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표 대표는 “벌써 블록체인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여러 부분들이 개선됐다. 비트코인 자체도 여러 단점들이 다른 코인들에 의해 개선됐고, 블록체인 기술 자체도 코인을 굳이 쓰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된 부분들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85년생인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는 30살이었던 2014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융합 전문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2017년 8월에는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홍성완 기자)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우리 산업에 '어항 속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했다. (사진=홍성완 기자)

▲ 향후 5년 간 금융산업에 압도적으로 활용될 것

표 대표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상 당분간 금융산업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도입하려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바로 블록체인이 금융 산업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을 농수산물 유통 같은 곳에 도입하기엔 아직 너무 초보적인 단계”라면서 “블록체인이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인증이나 공증 부분인데, 이와 관련해 벌써 ‘뱅크사인’이라는 것이 나왔다. 나도 너무 편하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 대표가 말한 뱅크사인(BankSign)은 지난해 8월 도입된 공개키(PKI)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다. 현재 NH농협·신한·우리·KEB하나·KB국민 등 대다수 시중은행과 대구‧부산‧광주‧전북‧제주 은행 및 케이뱅크 등의 인터넷은행까지 광범위하게 인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표 대표는 “사실 은행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건 별로 할 일이 없다. 뱅크사인 정도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정도”라며 “3년 전부터 은행권에서 고민을 했지만 200여개의 구성 시스템 중에 블록체인이 들어가서 단 하나도 뭔가를 개선하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신한은행이 가상화폐에 여신기능을 넣는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고 하는데, 이미 모든 은행에 블록체인 어플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인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냥 믿을 수 있는 하나의 존재가 공증을 함으로써 거래를 하는 게 제일 효율적인데 은행은 이미 그런 시스템이다”라며 “근데 뱅크사인 같은 건 기존에도 우리가 공인인증서 타행 등록을 하면 쓸 수 있는 것을 그냥 블록체인에서 구현했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굳이 블록체인이 필요 없어 보이는 금융산업에서 더 큰 관심을 갖는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표 대표는 ‘바로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에 가장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적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금융기관들이 더 활발하게 연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연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JP모건이 JPM코인을 발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중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차라리 먼저 선점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과연 당장 우리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표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예로 들며 우선 국제송금 부분에서 큰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가 사업을 하면서 외화를 보내고 받는 국제송금 수수료가 2%라는 것을 알았다"며 “리브라를 통해 당장 바꿀 수 있는 영역이 국제 송금‧결제 영역이다. 은행이 하는 일은 디지털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돈을 보냈다는 것’과 ‘돈을 받았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는 것뿐인데 수수료를 받고 있다. 100만 원 정도의 2%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게 금액이 커지면 부담이 크다. 특히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는 그 부담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은 수수료가 무려 5%이고, 그것도 선진국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개발도상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돈을 보내는 경우에는 수수료가 20%까지 올라간다”며 “리브라는 이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그냥 돈을 보내는 곳 양쪽에서 ‘리브라’를 켜놓고 있으면 송금이 되고, 이에 대한 공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만약 사람들이 타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돈을 보낼 때 수수료가 적게 든다고 하면 개인부터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고, 기관과 대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돈 세탁 방지법 준수와 달러 패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명확한 협조가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표 대표에 따르면, UN 지속가능개발목표 중 하나가 2020년까지 국제송금 수수료를 3%로 떨어트린다는 것인데, 선진국을 포함한 국제송금 수수료 평균 수치가 7%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렇기에 국제송금 수수료 부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나오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가 주목받고 있다는 게 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국제송금 쪽에서는 리브라보다 ‘리플’이 훨씬 먼저 나왔다. 그렇지만 이걸 페이스북이 한다는 게 크다. 페이스북이 한다면 유동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사람들이 달러를 안 쓰고 리브라를 자금세탁에 이용할 수 있고, 불법도박 등에 쓴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 한 자금세탁방지법에 상충될 수 있고, 미국의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있어 미국 하원이 더 강하게 규제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세상 어느 곳에서든 단 하나의 단일인증 사용

4차 산업시대에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안정성과 익명성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처리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지금의 산업구조에 이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제다.

표 대표는 “분산원장이 재밌는 게 개인정보를 레고블럭과 같은 형질을 이용해 여러 곳에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사이트 가입할 때마다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사이트는 비번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전 지구적 단일로그인을 구현할 수가 있어 단 한 번의 사이트 가입으로 세상 모든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회원가입으로 인증서가 생성되면 그것을 통해 모든 사이트의 회원가입이 프리 패스(Free Pass)가 된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가 인증을 할 때 각 사이트마다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개인정보를 가진 사이트마다 주인들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기업들이 우리 개인정보의 주인이 됐고, 이로 인해 공인인증 패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2006년부터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 사이버 범죄 등에 악용되는 등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최근 여러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협약을 통해 본인인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SKT와 KT, LGU+ 등 통신 3사는 최근 ‘패스’라는 본인인증 통합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표 대표는 “이전에는 만 개의 사이트마다 가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면 지금은 그나마 200여 개 정도로 줄었다”며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인증이 보편화된다면 이마저도 단 1개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즉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단일 인증서가 탄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게 가능해지면 사이트 가입뿐만 아니라 공항이나 경기장 및 영화관 입장 등이 한 개의 인증서로 모두 가능해지는 세상이 열릴 수 있다.

표 대표는 “나의 개인정보가 어떤 서버에 굳이 저장될 필요가 없고,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환영받을 것”이라며 “그래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단일인증을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외국에서는 민간 비영리단체 소브린재단(Sovrin Foundation)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글로벌 신원(ID) 확인 시스템 ‘소브린 네트워크(Sovrin Network)’가 개발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소브린 네트워크는 ‘개인정보의 관리 주체를 다시 개인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추진되는 글로벌 비영리 프로젝트로 현재 IBM 등 글로벌 IT기업 및 금융기관 60여 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표 대표가 운영하는 ‘체인파트너스’도 올해 초 신원 인증 체계 설립 관리자(Founding Steward)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인증서로 모든 게 가능해진다고 가정하면 해킹이 일어났을 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표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단일 인증서가 해킹된다면 현재 존재하는 인증서가 모두 해킹된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은 가장 앞선 암호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편에서는 퀀텀 컴퓨터(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이마저도 해킹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난 20년간 보안 분야는 항상 해킹을 하는 쪽보다 이를 방어하는 쪽이 먼저 발전했다. 인터넷뱅킹이 발전하면서 한 번 해킹을 당하면 모두 다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그 이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우려는 조금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20년 만에 다시 도래하는 해적판의 세계

이처럼 블록체인이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표 대표는 “블록체인은 아직 초보적 기술이라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면 무서운 일이 많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최신영화나 음원 등을 불법으로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서버가 없는 유튜브가 열려 논문 시장이나 포르노 시장 등에서도 해적판 생태계가 커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기에 그것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은 막을 수 없지만 트래픽은 국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통제 가능한 아이피들을 통해 이를 규제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해 또 다른 방식으로 계속 불법적인 생태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해적판을 지지하지 않지만. 정보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들을 국가나 저작권자 같은 사람들 외에 일반 사람들이 ‘과연 싫어할지’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이런 것들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모바일뱅킹이 아닌 은행창구를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처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려할 점들이 많음에도 블록체인의 가치가 크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표 대표는 앞으로 블록체인이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같이 과도기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가 양쪽이 타협하게 되는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상당히 경계했다. 그렇지만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 가면서 인터넷이 없으면 모든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수준에까지 왔다.

표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인터넷이 탄생했을 때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생활에 녹아들고, 단점들과 문제점들을 보완해가면서 우리 자신들도 모르게 모든 산업과 실생활에 활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블록체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표 대표는 우선 인터넷은행이 금융산업에 ‘어항 속 메기’ 역할을 했듯, 블록체인도 우리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이끄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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