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에 ‘메기’가 될 블록체인의 역할
-블록체인 분야는 앞서고, 가상화폐 분야는 뒤처져
-삼성, SK, KT 등 대기업들 블록체인 활용 수준 높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블록체인 기술들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블록체인의 개념을 이해한다 해도 기존의 경제이론과 너무 다르다 보니 이게 어떻게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블록체인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블록체인이 접목될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과연 얼마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책을 펼쳐가고 있을까? 또한 표철민 대표는 어째서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 (사진=홍성완 기자)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 (사진=홍성완 기자)

▲ ‘어항 속 메기’ 될 블록체인

‘어항 속 메기’ 이야기의 정식 명칭은 ‘메기 효과’(Catfish effect) 이론이다. 천적이 없는 수족관에 사는 물고기는 움직이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다가 금방 죽는데, 여기에 천적이 들어가면 이들을 피해 돌아다니다 보니 운동량이 늘면서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이론이다.

표 대표는 “확실한 건 이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체제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카카오뱅킹이 나오고 나서 모든 금융사들의 앱이 좋아진 것처럼, 송금 수수료가 무료라고 하는 순간 은행권에서 이 부분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웹툰회사들과 전자책(e-Book) 업체들은 20~3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만약에 똑같은 웹툰과 전자책에 대한 수익을 생산자가 그대로 받아가게 하고 소비자는 더 낮은 돈을 내게 하면 좋은 작가들은 당연히 이쪽으로 몰리게 된다”며 “그럼 기존 중개업자들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서비스의 품질은 좋아질 수 있다. 블록체인이 기반이 되면 이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개업자보다 생산자의 권리와 소비자의 권리가 더 커지게 되고, 따라서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어항 속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정보 비대칭을 없앤 게 인터넷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인터넷 독점사업자가 나왔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알리바바’인데, 인터넷 중개업 수수료로 수십조를 벌었다”며 “그런데 이제 이것도 사라질 수 있다. 블록체인은 궁극적으로 인터넷의 등장 때처럼 유통비용을 줄여주는 대안으로서 또 다시 사회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의 블록체인 활용 수준은?

블록체인의 긍정적인 효과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표 대표는 주장한다.

지금 블록체인에 가장 관심이 산업분야 중 하나는 인터넷은행인데, 규제당국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규제 때문에 거래원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 금융법상 해외 거래내역을 기록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은 웬만한 블록체인 대표들이 울고 갈 정도로 충분히 공부를 한 상황에서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게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게 좋은 점이 분명 있으니 그걸 현실적으로 어떻게 규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규제는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장점이 많다 보니 결국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블록체인을 규제하는 핵심은 달러 패권을 잃지 않고도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급진적이지 않게 천천히 진행하면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 수준은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

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는 따라가고 있고,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점점 뒤처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부처는 ‘귀 닫고 눈 가리고 우린 보지 못했다’라는 꼴”이라며 “그런데 최근 리브라가 나오니 갑자기 금융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있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 수준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처지진 않고 있다는 게 표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2년 전 우리나라가 비트코인 투기 열풍으로 가격 상승을 이끌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윗사람들을 설득하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2017년 비트코인 투기 열풍 이후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팀이 만들어지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 표 대표는 삼성전자와 SK, KT 등을 꼽았다. 

특히 지난 2월 ‘갤럭시 S10’ 출시와 함께 디지털 지갑 서비스인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선보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했다.

표 대표는 “삼성전자는 깜짝 놀랄 정도”라면서 “삼성처럼 큰 1등 사업자가 먼저 나서서 플래그십폰(최상급‧최고급 기종)인 갤럭시 S10에 ‘블록체인 월렛’을 접목 시킨 건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심지어 이를 시작으로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앙 서버 없이 정보를 분산해 저장 및 구동하는 앱) 개발자들이 최근 삼성폰에서 쉽게 앱을 구동할 수 있게 하는 툴키트(toolkit)도 공개했다. 이런 부분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것”이라며 “세계적인 기업 수준의 삼성이 이런 걸 보면 대단하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제안했을 때 TF(Task Force:기존 부서와는 별도로 설치하는 임시조직)로 시작했는데, 이를 결국 받아들여 시판까지 이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고 대단한 부분”이라고 호평했다.

그에 따르면, SK는 인증 쪽에 집중하면서 정부과제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 중에 있고, KT는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켜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표 대표는 “지역상품권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코인화하는 사업에 KT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그냥 예전부터 있던 지역상품권을 블록체인으로 포장하니 편리성이 높아지고 상품성이 올라가면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 선진국으로 보통 리투아니아나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국가들과 싱가포르 정도를 꼽는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면서 미국과 함께 가장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일본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부처 중 IT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비롯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은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표 대표는 “과기부에서 7000억 원대 관련 사업을 제시했으나 예타(예비타당성조사)면제 사업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다시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계획이 통과하면 블록체인 뉴딜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웬만한 지자체들은 블록체인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며 “이미 서울시의 웬만한 구청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재증명발급 시스템을 도입하는 중이며,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러 분야에 접목돼 10년 후에는 보편화 돼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홍성완 기자)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러 분야에 접목돼 10년 후에는 보편화 돼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홍성완 기자)

▲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도 이미 블록체인 관련 학과들이 지속적으로 개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 대표는 “하버드와 스탠포드, 옥스퍼드 대학 등에서는 이미 관련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고려대와 서강대, 동국대 등이 블록체인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 발전 가능성이 높고 연구 가치가 그만큼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문적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실생활에도 블록체인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기업들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앱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또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경우도 블록체인 기술을 쓰고 있다.

표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처음 인증 사용 네트워크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2년 전 ‘하이퍼레저’(Hyper Ledger: IBM·리눅스 재단이 내놓은 기업용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를 쓰고 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인증에 사용하면 직접 구현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비용적인 효율도 뛰어나다”며 “여러 산업에서 이처럼 공개형 블록체인을 쓰는 게 보안을 유지하는 데 더 안전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규제만 해결된다면 보안 유지에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 표 대표는 대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따라서 10년 내에 보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가장 크게 다가올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장점이 많은 새로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핸드폰 모바일뱅킹의 보편화가 10년 걸렸고, 클라우드도 10년이 걸렸다. 특히 클라우드의 경우 처음 나왔을 때 ‘어떻게 내 데이터를 남에게 저장하느냐’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 않다”며 “이런 점을 근거로 보편화되는데 10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표 대표는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지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무색무취하다.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블록체인의 도입은 굉장히 전면적일 것이며, 규제 당국에 어느 정도 협조하면서 서서히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상화폐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블록체인은 향후 10년 안에 전 세대가 ‘쓰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스펀지에 스며들 듯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규제 아쉬움, 그래도 블록체인은 성장한다

표 대표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선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대기업들은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블록체인으로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산업분야가 금융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막아놨으니 자꾸 겉핥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방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금융샌드박스에 암호화폐 기업들이 놀 수 있게만 해줘도 많은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암호화폐 기업들, 특히 중국회사들은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못하고 외국기업들이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해놓고 규제 때문에 이런 좋은 시장들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표 대표는 아직까진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 등으로 인해 규제가 생기고는 있지만, 인터넷이 처음 출현했을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은 장점이 훨씬 많다. 그러나 분명 단점도 나올 것이다. 인공지능(AI)도 발전하면서 부작용이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지만 탈규제도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어느 정도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위험성이 있음에도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이 주는 사회적 효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규제 속에서도 결국 도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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