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승진 등 신용 상태 개선 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오는 11월 접수부터 재계약까지 비대면으로 가능

가계부채가 일찍이 1,500조 원을 넘어서면서 한 가구당 평균 대출액은 8,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 대출 보유 가구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절감할 수 있는 제도 등이 존재함에도 잘 알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많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유익한 금융 제도를 추천’하는 <유금추> 코너를 마련해 금융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이번 ‘금리인하요구권’을 시작으로 보험, 카드 등의 관련 제도를 알려 금융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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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하요구권

#시중은행에 8.91% 금리로 1,300만 원의 새희망홀씨 대출을 받은 직장인 A 씨. 대출 당시 5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이 최근 3등급으로 오른 것을 확인하고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다.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지점에 제출하니 바로 다음 날 2% 금리가 내려가 최종 6.91%의 금리로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대출을 받은 사람이 취업이나 승진, 재산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적으로 보장돼 시행된다고 밝혔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은 물론 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도 요구할 수 있다. 지난 2002년부터 금융사별로 자율적으로 시행해왔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는 이 같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법적인 보장이 이뤄지게 되면서 대출 이자 절감에 효과적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금융사는 대출자에 금리인하요구권 고지의무를 신설해, 대출 계약 등 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리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금리 인하 요구의 요건 및 금융회사의 수용 여부 판단 평가를 명확화해 반드시 통보하도록 했다.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은 취업이나 승진, 재산증가, 재무 상태 개선, 신용평가 등급 상승 등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경우다. 이를 신청하면 금융사는 금리가 차주의 신용 상태에 따라 변동되는 상품인지 신용 상태 변화가 금리에 영향을 줄 정도인지 여부 등을 판단한다. 신청 접수일부터 10영업일 내에 수용 여부 및 사유를 신청자에게 전화, 서면, 문자 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안내하도록 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의와 신청이 상당히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업점과 모바일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가 활발히 되고 있다”라면서 “확실히 신청 건수도 늘고 있고,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져 금리가 낮춰지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때 영업점에 1~2회 방문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신청률이 높아진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권리가 활성화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신청하는 고객들이 특별한 사유 없이 무분별하게 신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당 사항이 없어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수용률이 기존보다는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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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려면 우선 본인이 이용하고 있는 대출 상품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품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아야 한다. 

금융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려 했지만,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라는 후기가 올라온다.

주택담보대출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거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품이다. 주담대와 같은 담보대출 상품은 상품별 금리를 쓰기 때문이다. 개별 차주의 신용도를 반영하지 않는 상품은 신용 가산금리가 미미하다. 소득이 올라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도 사실상 실익이 없다. 중도금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 협약 대출, 재정자금 대출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신용대출 상품의 경우는 소득이나 직장, 고객의 신용등급이 대출 이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품들은 신용 상태가 바뀌게 되면 대출 이자도 변할 수 있다. 

다만 은행마다 금리 인하 적용 요건이 다르고, 상품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득이 늘어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18개 은행 모두 모바일뱅킹으로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 신청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3분기부터 분기마다 신용등급이 오른 고객에게 먼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라는 ‘선 안내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까지는 요구권이 받아들여져 재계약을 할 때는 지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금융당국은 오는 11월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 자체를 바꾸는 것도 금리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직장인들은 대부분 대출을 창구에서 대면 신청하는데, 이 자체를 비대면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36만 건(52조 원) 이었고, 이를 수용한 것은 17만1,000건(47조 원)이었다.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를 모두 포함해 연간 4,700억 원의 이자가 절감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은행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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