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화·고령화 등에 따른 국제결혼 최근 3년 연속 증가세
- ‘인신매매적’ 결혼 중개 성행…이주여성 인권 문제 대두

최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인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는 꽤 많았다. 지난해 남편에게 살해당한 필리핀 이주여성을 비롯해 2017년엔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캄보디아 여성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현주소와 제도적 문제점 등을 종합 진단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3년간 우리나라 국제결혼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4만2356건) 정점을 찍은 뒤로 2016년(2만591건)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결혼은 △2017년 2만835건 △2018년 2만2698건 등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신고된 전체 혼인 가운데 국제결혼의 비율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8.8%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 비율이 73.2%에 달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인이 3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인 22.1%, 태국인 9.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국과 베트남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과 비교해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태국 여성은  각 53.4%, 18.2% 늘었다. 과거 중국 국적 비율이 가장 높았었던 반면 2017년 기준으로 현재 가장 높은 비율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결혼이주여성 왜 증가했나?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이주여성이 증가한 원인을 찾으려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와 고령화 문제로 인한 노동력 부족 상황에 놓였다. 이에 새로운 노동 인구 유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했고, 더불어 2000년대 초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정책’ 등 농촌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함에 따라 결혼이주여성 수도 급속히 늘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늘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아시아 빈곤국들이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비슷한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로 이주 노동, 결혼 등을 통해 이주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결혼 중에서도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사이의 결혼 증가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한국 결혼시장에서 소외돼 주변화 된 일부 한국 남성들의 독신 삶을 면하게 하는 대안적 통로로 국제결혼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전국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했다고 답한 한국 남성 비율은 27%였다. 

국제결혼=매매혼?

정부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 일환으로 시작된 국제결혼은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늘리기’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결혼을 할 경우 돈을 지급하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것.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인천·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의 지자체에서 현금 지원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단순 현금지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제결혼이 ‘매매혼’으로 비칠 수 있고 국제결혼으로 파생되는 여러 문제 때문이다. 특히 국제결혼 과정에서 돈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세금으로 매매혼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결혼 원정 여행’이라고도 불리는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은 한국 남성이 업체를 통해 현지에 도착해 그 나라 여성과 맞선을 보고 결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맞선에서 결혼까지는 일주일 전후의 짧은 시간이 걸리며, 그에 따른 비용은 한국 남성이 중개업체에 지불하게 된다. 금액은 국가별로 약간씩 다르나 900~2,500만 원 선이다.

매매혼으로 비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국제결혼 과정이 ‘인신매매적’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기 국제결혼 과정은 외국 여성을 일렬로 세워놓고 한국 남성이 선택하는 형태였다. 이후 2012년 결혼중개업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집단맞선 등의 소개가 법으로 금지됐다. 이에 중개업체들은 ‘일대 다’ 형식을 바꿔 여성을 사무실 바깥에 대기시켰다가 순차적으로 불러들여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형시켜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나오는 동남아 여성 홍보사진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나오는 동남아 여성 홍보사진 캡처.

‘사 왔다’는 인식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려는 동남아 여성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실제로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사이트에는 아시아 여성들의 사진을 나열해 놓고 남성이 고를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로 전시돼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생년월일, 키, 몸무게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국가별로 ‘순종적’,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데 거부감이 없음’ 등을 특징으로 나열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인식은 대부분 한국 남성이 결혼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이주여성을 돈을 주고 사 왔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이주여성을 국내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만 생각하는 인식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이외에 결혼이주여성의 국적이 배우자에게 종속된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다문화가정이 지난해 기준 30만 가구를 넘어섰다. 그중의 절반이 결혼이주여성이다. 절대 적지 않은 그리고 지금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그들에 대해, 인식의 변화와 인간 존엄에 대한 장치가 개선돼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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