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전 국민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17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54.6%가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주일 전 1차 조사 대비 6.6%p 증가한 수치다. 또한 향후 불매운동에 참여 의향을 드러낸 국민도 10명 중 7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불매 리스트’에 거론되는 브랜드 제품들의 매출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슈퍼에서는 일본 담배, 맥주 등의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마트 노조는 일본 제품에 대한 안내 거부, 택배원은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등 각자 다른 방법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점차 확산되는 불매운동 속,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바로 강북구 수유재래시장.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속 수유재래시장은 시장 전체에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었다. 기자는 궁금해졌다. 시장에는 일본산이 거의 없을 텐데 왜 이 현수막을 걸었는지 말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에 다녀왔다(사진=홍여정 기자)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에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홍여정 기자)

▲ ‘불매운동의 선봉이 되겠습니다’

지난 24일 비가 내려 후텁지근해진 날씨 속 4호선 미아역에 도착했다. 8번 출구로 나와 큰 길을 따라 몇 분 걸어오니 수유재래시장 입구가 보였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호떡 가게를 시작으로 먹거리와 생필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 가본 수유재래시장은 규모가 꽤 컸고, 시선을 위로 올리자 사진 속에서 봤던 장면이 실제 눈앞에 펼쳐졌다. 족히 20개 이상으로 보이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안에는 “저희 수유전통재래시장은 항일 불매운동의 선봉이 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기자처럼 이 시장 현수막에 관심을 가지는 초행 손님은 없을까 주변을 살폈지만 평일 오후 시간대였던지라 대부분 익숙한 듯 지나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중 한 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와 함께 찬 거리를 사러 나온 이유정 씨(35, 가명)에게 현수막에 대해 묻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걸려있더라”라며 “현수막을 보며 이번 불매운동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현수막 아이디어를 낸 권영택 수유해물 대표가 수산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 “신기해하며 사진 찍는 손님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뿌듯해요”

상인회 회장 노춘호 대표는 “현수막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따로 있어요. 권영택 수유해물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와 얘기해보세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수산코너로 이동해 권영택 수유해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저희 가게만 하려다 시장 전체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상인회 이사회에 건의를 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실행력도 남달랐다. 그는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직후 일본 수산물을 가게에서 다 뺐다고 한다. 일본산 100%인 생태도 가락동에서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지만 거절하고 당분간 주문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일본산은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권 대표는 “이후 21일 시장에 현수막을 걸었어요. 그리고 여느 때처럼 장사에 여념이 없었는데 시장 근처 아주머니들에게서 '현수막 걸린 시장 사진이 인터넷에 떠다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부터 시장이 관광지처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들 알고 오시는지 방송국에서도 오시고, 손님들도 많이 유입됐어요. 딱 보면 알잖아요. 처음 방문하신 분인지 아닌지. 와서 신기하신지 현수막 사진 찍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는 “사실 일반 재래시장에서 일본산 물건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이 현수막을 걸어놓음으로써 여기 시장 상인들이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표현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티 나게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저희 가게만 하더라도 일본 담배 피우던 직원이 다른 종류로 변경했다니까요? 이렇듯 조용히 할 수 있는 선에서 동참을 하고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대표는 “지금 불매운동하시는 분들 모두 손해 감수하고 하시는 거라고 봐요. 물건 판매자, 구매자 모두 팔고 싶고 사고 싶지만 손해 감수하고 하지 않으시는 거죠. 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앞으로는 저희 시장 외에 다른 곳에서도 불매운동 동참 소식이 많이 들리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사진=홍여정 기자)
권영택 수유해물 대표는 불매운동 시작 직후 일본 수산물을 가게에서 다 뺐다고 한다. (사진=홍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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