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은행이 피서지죠”…무더위 피해 은행 찾는 시민들
[현장] “은행이 피서지죠”…무더위 피해 은행 찾는 시민들
  • 이해리 기자
  • 승인 2019.08.01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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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쉼터' 모르는 사람 많아…적극적인 홍보 필요
주객전도된 영업점, 직원들 위한 배려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길을 걷다 숨이 턱턱 막힐 때면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 숨을 돌리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은행은 특히 시원한 장소로 꼽힌다. 햇빛이 쨍한 날에는 특별히 업무를 보지 않아도 은행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고 가는 이른바 '은행 피서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을지로의 은행 영업창구. 은행 영업장 자체가 무더위 쉼터였다. (사진=이해리 기자)

은행연합회는 올해 7월부터 2개월간 전국 은행 점포에서 영업시간 동안 은행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재난 수준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은행권은 이에 적극 동참해 7월부터 일부 점포에서만 운영하던 무더위 쉼터를 전국 약 6,000개 점포로 확대해 운영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곳들이 많은 30일 외근을 하던 본지 기자는 더위를 피할 곳을 찾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은행을 찾아갔다. 

무더위 쉼터를 안내하는 입간판. (사진=이해리 기자)

"여기 무더위 쉼터가 어딘가요?"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에 방문하니 무더위 쉼터 푯말이나 안내는 없었다. 시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은행 영업점 전체가 무더위 쉼터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날은 다 소진됐지만 평소 500mL 생수를 준비해 놓는다고 했다. 

시설 경비원은 "위치가 시내여서 그런지 무더위 쉼터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하루에 10분 정도 오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을지로에 또 다른 은행에 방문하니 그곳은 영업점과 무더위 쉼터가 나누어져 있었다. 영업점 바로 옆에 무더위 쉼터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크게 세워놓았다.

무더위 쉼터에는 4개의 탁자와 여러 개의 의자가 있었다. 식수대도 따로 있었다. 3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어 물어보니 한 명은 은행 직원이었고, 나머지 2명은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고 한다. 무더위 쉼터를 알고 온 건 아니라고 말했다.

무더위 쉼터를 이용중인 시민들. (사진=이해리 기자)

시내에 있는 은행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업무를 보러 나온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기자는 장소를 옮겨 시장 쪽에 있는 은행을 방문해봤다. 

창구 직원은 "시장 상인분들과 어르신들에게 특히 이용률이 높다"면서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앉아서 서로 담소를 나누다 가신다"라고 말했다. 

마침 은행으로 들어오시는 어르신들에게 여쭈어보니 "우리한테는 은행이 피서지다"라며 "시원하기도 하고 편하게 쉬다 갈 수 있어서 좋은데 문을 일찍 닫아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은행 한편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은행이 또 다른 만남의 장이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기자가 몇 군데 지점을 다녀본 결과 지점 위치에 따라 이용객들의 차이는 있었지만 비교적 쾌적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용객들도 적지 않았다. 

종각 시중은행 본점에 업무를 보러 온 직장인 김 씨는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 은행 업무 보러 갔다가 노숙자들이 너무 많아서 불쾌했다"면서 "누가 봐도 은행에 볼일 보러 온 사람들 아닌데 앉아있어서 대기하는 내내 서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구 직원도 있었다. 

한 은행 창구 직원은 "실적도 신경 써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이 오시면 또 거기에 맞는 니즈에 더 집중하게 돼 주객전도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은행 업계의 무더위 쉼터는 좋은 취지로 마련된 만큼 운영 시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이용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보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은행이 무더위 쉼터라는 것을 알고 방문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지점마다 무더위 쉼터에 구비해놓는 것도 상이했고, 무더위 쉼터에 대한 홍보 부착물이 붙어있거나 입간판이 있던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더위 쉼터에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기자 h4218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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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jihun 2019-08-01 17:59:16
시중은행은 청원경찰이 아닙니다.
은행에서 명칭 잘못 사용에 대하여 경찰청에서도 단속하고있는데, 공식적인 기사를 잘못된 명칭으로 적으면 안되요~ 시중은행은 청원경찰법상 청원경찰이아니라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