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달 31일 북한이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군 당국의 발표와 달리 신형 방사포라는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군 당국의 정보 분석이 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기술의 발달로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월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의 타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월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의 타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1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포와 미사일의 관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군사기술이 발달해 포와 미사일을 전부 발사할 수 있는 복합형 무기체계가 활용되고 있고, 미사일과 포를 구분하는 ‘유도 기술’도 포에 유도 장치 키트를 장착할 수 있게 돼 사실상 구분이 모호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방사포는 북한 특유의 포화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다연장 로켓’이라고 부른다. 여러 개의 로켓 탄두를 각기 독립적인 발사관에 넣어 연발로 한꺼번에 발사하는데, 타격 지점에 집중포화를 쏟아부을 수 있는 무기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달 31일 “5시6분과 5시27분께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발사체가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스스로 밝히면서 한미 군 당국의 분석결과를 뒤집었다. 이에 우리 군의 군사정보 능력이 미숙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발사체가 방사포인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발사대와 비행 궤적, 비행거리 등으로만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날 정경두 국방장관이 북한 발사체를 탄도 미사일로 규정하면서도 “방사포일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발사대의 경우 포와 미사일을 번갈아가며 발사할 수 있는 복합형 무기체계로 변하고 있어 발사대 확인만으로는 발사체 종류를 구분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도 다연장 로켓과 전술 탄도 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 발사대가 함께 쓰인다”고 설명했다.

비행거리와 궤적에서도 방사포와 미사일을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300mm의 대구경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200km 가량 된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한 방사포는 고도 약 30km로 250km를 비행했다. 북한 방사포 중 사거리가 가장 긴 KN-09(구경 300mm)이 최대 사거리 200km인 것을 고려하면, KN-09를 개량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비행 궤적이 저고도에서 갑자기 위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보여 탄도 미사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게 합참 관계자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전(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의 공통된 평가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의 시험 발사 때와는 달리 현장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형 대구경 조정 방사포’라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군은 이 발사체들이 초기 속도와 포물선 궤적 측면 등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사포는 탄도 미사일과는 달리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유도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유도 키트가 나와 방사포에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김 의원은 “원래 방사포에는 유도 기능이 없는데 최근에는 유도키트를 다는 기술이 나오기는 했다. 지금은 포와 미사일의 관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방사포에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너무 작아서 핵탄두 장착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미사일이라면 이론 상으로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지만,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스커드 미사일이 있기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북한이 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군 당국의 판단에 대해 “군의 정보판단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체를 두고 ‘방사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기 위해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에서 탄도미사일을 금지하고 있으니 북에서는 유엔 안보리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방사포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달 이뤄지는 한미 군사연합 훈련을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큰 전략적인 도발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략 도발의) 대체제로서 유엔 안보리까지 가지 않을 만한 도발은 힘의 공백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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