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0대들 "정치는 정치일 뿐, 민간 교류는 지속되어야"
-일본 젊은이들, 한국인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 적어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결정 직후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양국이 강대강으로 부딪치면서 정치적인 대립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일본 시민들은 아베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2일 30대 일본 시민 4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 대한 혐한시위가 확산되며 일본 내 한국여론도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적인 갈등과 별개로 민간적인 차원에서 이성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7월 일본 동경의 신주쿠 거리 풍경 (사진=홍성완 기자)
지난 7월 일본 동경의 신주쿠 거리 풍경. (사진=홍성완 기자)

▲ 日 30대, 민간교류는 확대되어야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들인 이들은 대체로 이번 경제갈등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자국 내 한국 여론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베의 지지율은 대체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또한 많은 일본의 30대들은 양국의 정치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를 지속하면서 감정적인 악화가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전했다. 

훗카이도에 사는 30대 중반의 S 씨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발단으로 혐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더욱 힘을 얻고 있으며, 아베의 지지율도 55~60% 정도까지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까지 혐한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최근 들어 혐한 시위에 동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이번 이슈뿐만 아니라 이전에 레이더 조작 문제와 징용공 문제 등 그 동안 쌓였던 것이 이번 화이트리스트 이슈를 통해 폭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한국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며 “쓰시마(대마도)의 경우 한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S 씨는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재검토 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일어난 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만을 주장하고 있는데, 양 측이 서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성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한국이 수출 물품을 부정하게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한다는 것인데, 한국이 확실하게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울러 양국 모두 인터넷이나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보고 본질적인 부분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훗카이도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의 Y 씨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관련 보도나 뉴스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린다”며 “별로 이 부분에 관심도 없고 따로 이야기 할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오사카에 사는 30대 중반의 I 씨는 “혐한 감정이 전보다 높아지긴 했어도 큰 변화가 있어보이진 않는다”며 이번 이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 국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I 씨는 “최근 한일관계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없다”며 “대체적으로 일본 국민들도 상대적으로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 씨는 아베의 지지도와 혐한 감정에 대해 “지지도는 50% 정도는 될지 모르겠다. 비교적 지지율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혐한 감정이 조금은 높아진 것 같지만 어차피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따라서 아베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관광객이 감소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다”며 “오사카는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고, 오늘도 도톤보리(오사카 내 번화가)를 지나오는데 한국 관광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민간에서만큼은 교류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성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양국 사이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동경에 사는 30대 후반의 S 씨는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발표가 이슈라고 생각은 하지만, 2020동경올림픽이나 후쿠시마 재건, 소비세 증세 등 많은 이슈로 인해 그냥 이슈 중 하나”라며 “솔직히 국민들은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며 “정치는 정치일 뿐 정치가는 믿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이래저래 문제가 많아 보여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 사이에서는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달라 좋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민간교류 또한 활발해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일본의 결정은 서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베총리를 지지하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서인지 한국의 극단적인 반일운동이 연일 보도되면서 여당인 자민당 지지율이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아베 총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사람들 중 불매운동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한국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직접 목격했다”며 “개인적으로 한국을 좋아해서 인지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지만, 많은 일본 국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 영상과 사진 등을 접하고 극단적인 반일운동에 대해 좋게 보지 않으면서 혐한에 동참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o Japan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본기업들 로고를 밟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좋게 볼 수가 없다”며 “반대로 일본에서 No Korea라는 피켓을 들고 삼성과 LG 로고를 발로 밟는 모습을 한국 사람들이 본다면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겠나. 혐한 시위를 하는 일본 사람들을 볼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S 씨는 “한일 갈등 구도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 한국에 대해 크게 말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당에 있어서는 지지율이 올라가니 한국 카드를 한동안 계속 사용할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는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간교류는 더 긴밀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국민들 중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좋은 감정들이 바뀌지 않길 바라며,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성적인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 씨는 “일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 중 한국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도 많다”며 “부디 그런 사람들까지 안 좋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한국에 여행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지금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민간 차원에서는 더 이상 감정이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3일 광화문 옛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 약 1만 5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들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3일 광화문 옛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 약 1만 5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들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 韓 30대, 위기를 기회로

한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프로모션 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A(32) 씨는 이번 일과 관련해 “지금은 어찌되었든 간에 어느 정도 피해를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제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물러나 버리면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해 우리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적인 부분에서 일본을 압박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물밑작업을 통해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나 역시 이 말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 씨는 “정부가 후쿠시마산 재료 등에 대한 검열을 더 까다롭게 해 국제 사회에서 일본 식자재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면 시행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압박들을 통해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져야 아베 측이 굴욕적이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이 성장해 나가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B(31) 씨는 “일단 수출우대국에서 제외되면 주요부품들 수입에 차질이 생기고 규제 강화로 공정이 느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일본의 행동에 대해서는 정치이념에 따라 결정된 부분이니 불합리하다해도 ‘너무하다’ ‘잘못된 결정이다’ 정도 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지만 반대로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기업들에 투자해 기반을 다지고 내수경제 활성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어차피 일어난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안정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미리 조금씩 준비했어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만큼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국민들이 당장의 성과보다 멀리 바라보고 인내하며 다함께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B 씨는 “역사적인 문제도 있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풀어야 할 건 풀면서 더 이상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일본어를 통해 일본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입장이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 만큼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배울 건 배우면서 역사를 바르게 보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우리가 일본의 속국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 휘둘리는 것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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