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방학이라 시간이 많아서 놀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해요"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무더운 여름방학에도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을 향하면서 말했다.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입시학원에 원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입시학원에 원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6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0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노력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펄펄 끓는 8월 초 폭염과 여름방학이 맞물려 있는 시기라 긴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높은 상황이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 수험생 A양은 "수능이 100일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공부량에 비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매우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보다 특히 정시를 치르는 친구들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구열로 유명한 이른바 '강남 8학군'의 중심지 대치동. 당시 강남구의 기온이 36도에 웃도는 등 절절 끓는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학원가 인근 거리는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책가방에 한가득 짐을 실은 학생들이 대치동 곳곳에 위치한 학원으로 향했다. 식사를 하지 못한 학생들은 인근 카페에서 끼니를 때운다. 일부 학생들은 카페 테이블 위에 필통을 올려놓고, 책을 펼치기도 했다.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학업을 손에 놓지 않으려는 의지로 보였다.

대부분의 학생은 무표정으로 홀로 학원을 향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대치동 학원가를 거닐기도 했다. 우연히 들은 학생들의 대화에는 학업과 관련된 대화보단 인기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주를 이뤘다. 무더위 속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강남 대치동 학원의 학생들 역시 인기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도로를 백팩을 맨 학생들이 걷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도로를 백팩을 맨 학생들이 걷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고2도 긴장 늦출 수 없어"

입시를 대비하는 이들은 고3 수험생뿐만이 아니었다.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서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 등 수험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예비 수험생이라 불릴 수 있는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대치동 인근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B군은 여름 방학에도 또래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B군은 "학원에도 같은 학년 친구들이 많다"면서도 "수능이 100일 남은 줄은 아직 고1이라 몰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과정을 1학기만 마친 현재 고교 1학년생들에게 수능은 아직 와닿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심경은 달랐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여학생 C양은 "고3 언니들과 교류가 있는 게 아니지만,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셔서 수능 100일 전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선생님들께서는 '너희들도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니 정신 차리고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신다"고 말했다.

C양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예비 수험생들은 여름 방학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방학이니까 시간이 많지만, 이 시기에 (학생들은) 놀지 않고 오히려 더 공부한다"며 "이 시기가 내년에 정시를 지원할지, 수시를 지원할지 고민하는 때라 더 긴장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같은 날 서울시는 종로구 보신각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수능 100일 전을 맞아 제8회 대학 합격 기원 보신각 타종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합격 기원 소원지 작성, 사물놀이 공연, 희망의 끈에 합격 기원 소원지 묶기, 문화유산 해설 청취, 타종 순으로 진행됐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긴장을 놓지 않는 수험생과 보신각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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