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당권을 두고 내홍이 끊이지 않던 민주평화당이 결국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 바른미래당 역시 최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다당 체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당권파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오른쪽) (사진=뉴시스)
비당권파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오른쪽) (사진=뉴시스)

8일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 10명은 전원 탈당을 선언하고 ‘제 3지대’ 신당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가진 직후 “오늘 아주 무겁지만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임했다. 오늘 대안정치 소속 의원 전원이 평화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로 유 원내대표를 비롯해 천정배·박지원·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평화당 소속 의원은 14명으로 이들이 탈당을 단행하면 사실상 평화당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창당 1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평화당은 정동영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당권파와 유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비당권파가 극심하게 대립해왔다.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화당 지지율은 1~2%대로 정의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다른 군소정당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특히 극우로 분류되는 우리공화당(전 대한애국당)보다도 정당 지지율이 낮다.

이에 비당권파는 일찍부터 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주장해왔다. 새롭게 혁신해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자강론’을 내세우다가 최근 “신당 창당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서 비당권파와 극명하게 대립했다.

정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기 전까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비당권파는 정 대표가 즉시 대표직을 내려놔야 비대위 체제가 무리 없이 추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비당권파 오는 12일 탈당 기자회견을 선언함으로써 평화당은 분당의 길을 걷게 됐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분당 이야기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창당부터 ‘태생’이 다른 이들이 모인만큼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 측와 비당권파인 유승민 의원 측(바른정당계+국민의당계 일부)의 계파가 뚜렷이 갈라졌다. 지난달 22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혁신위원회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하는 것을 두고 당권파과 비당권파가 충돌,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당과 유승민계의 통합을 거론하면서 바른미래당 내홍에 기름을 부었다. 나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퇴진이 마무리된 후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내년 총선에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당장 손 대표 측에서는 바른정당 계열과 한국당이 ‘사전 교감’을 가진 게 아니냐며 발칵 뒤집혔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내지 유승민 계열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지 한국당이 구체적인 얘기를 많이 진행하고 있구나,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인터뷰를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당권파인 임재훈 최고위원도 “나 원내대표의 시대착오적인 망언에 한 말씀 안 할 수 없다. 손 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비당권파 측에서는 오히려 손 대표가 평화당과의 합당을 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처지가 녹록지 않아 그런지 어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오늘 민주평화당의 소위 대안정치라는 이들의 탈당설이 계속 우리 당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평화당과 통합하지 않고 스스로 자강하겠다던 의원총회의 선언을 충실히 하려면 지금 같은 갈등 구조가 극복돼야 하는데, 그 중심에 손학규 당대표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며 손 대표의 퇴진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평화당 일부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입당에 대해서는 “일부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평화당의 소위 대안정치 의원들조차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때 극렬히 반대한 분들”이라며 “바른미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극렬히 거부했던 분들이 어떤 명분으로 우리 당에 들어오려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당 구성원들이 그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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