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소프트파워’ 이론을 선도한 사람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학장을 역임한 석좌교수이자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다. 그는 나아가 ‘스마트파워’ 개념을 제창하기도 했다.

소프트파워란 좋은 이미지, 문화적 매력, 이념적 가치 등 무형의 힘을 뜻한다.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나이 박사는 “소프트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하드파워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21세기는 문화나 가치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 요소가 아닌 감성과 창조적 이미지에 의해 개발되고 표현된다. 결국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는 개념이다. 사람이야말로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며 앞으로 사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정신과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트파워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조직은 하드웨어적인 요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이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조직은 사람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된다는 원초적인 사실을 직시한다면 결국 인본적인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다보니 조직에 앞서 인적자원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이나 감성적 조건과 창의적 이미지가 중시되게 되었다. 곧 소프트파워적인 조직의 문화가 핵심역량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조직은 ‘사람을 이끌어가는 기술’인 리더십에 달려있게 되었다.

올 한해 기업경영계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애자일(agile)'은 소프트파워 기반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수평적 리더십을 의미하고 있다. 애자일은 ’유연함‘과 ’민첩성‘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하드웨어적 사고의 틀과 행동의 양식으로는 대응해 나갈 수가 없다. 기존의 헤드십 같은 경영방식으로는 하루가 다른 불확실성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민첩하게 대처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은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창의적인 발상과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신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갖춰져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하드웨어적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적 ‘속자생존(速者生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애자일 경영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소프트파워는 달리 표현해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곧 지역, 세대, 계층의 경계를 넘어 조화와 화합의 정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수평적 공감의 개념을 담은 접화군생은 소통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주도적 사회를 말한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협동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유기적이며 포용적인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융합인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20세기 낡은 행태 헤드십의 ‘지시적 통제’가 아닌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진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참여적 공감’이 절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소수의 권위자들이 사회나 조직을 독점했다면 현 시대는 국민이나 구성원들에게 권한이 균점되는 수평적 연성(軟性) 가치가 빛을 발하는 세상인 것이다.

소프트파워는 통제를 통해 이뤄지는 성격이 아니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수용되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소프트파워의 가치는 수용자의 인식과 태도에 의존한다. 물리적인 힘을 나타내는 하드파워는 주체적으로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 중심의 소프트파워는 상대방의 자발적인 인식과 평가에 의해 발휘된다.

그렇기에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는 정부의 정책이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체 국민이나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매력성과 신뢰성을 인정해 주는가에 따라 영향력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소프트파워 구축은 주관적인 계획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

미국 뉴아메리칸재단 연구원이자 미래학자인 더글러스 맥그레이는 한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나타내는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를 제시했다. 그는 21세기에는 한 나라의 국력이 경제적 요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닌 국민의 생활양식, 가치관, 미적 감각, 철학, 이미지와 같은 문화적 가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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