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세대, 노후 위해 투자 권고
"국민연금은 효자, 자식들도 그렇게 안준다"
"수급자들 모범 보여 세대화합 이루자"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던 ‘국민연금’이 골칫덩이 신세다. 고갈될까 불안하고, 관리가 잘 될지 의심되고, 보험료율이 인상될까 걱정되고.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곳곳에서 훼방꾼이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며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에서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듣고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을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김혜선 기자] 국민연금은 불확실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세대 간의 연대를 기초로 하는 제도다. 하지만 엇갈린 시각차와 기금 고갈 문제 등으로 세대 갈등의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에 대해 세대별 생각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 뉴스포스트 신문사에서 5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첫 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년 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젊은 세대와 동행하자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연금 수급자들이 모범을 보여 젊은 세대들이 바람직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또한 수급 받는 연금을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 젊은 세대와 교감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함께 이해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시니어 클럽에서 활동 중인 진윤근, 이정례, 조행운, 고현종씨 등 4명이 패널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태훈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참석했다. 사회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수현 사무차장이 맡았다.
▲ 국민연금에 언제 가입했고, 현재 어느 정도 받고 있나?
진윤근(71세):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했을 때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들었다. 매달 3만 3,000 원씩 부었는데 현재 매달 18만 4,000 원씩 받는다. 국민연금 너무 좋다.
이정례(69세): 국민연금은 정말로 좋은 효자라고 생각한다. 4만 2,000 원씩 11년 6개월을 납부했다. 마지막에는 10만 8,000 원쯤 냈고, 만 60세 때부터 매달 28만 원씩 받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
조행운(80세): 국민연금에 매달 24만 원씩 총 700만 원 정도 넣었고, 지금은 월 22만 5,990 원씩 받아서 전체 지급받은 금액이 4,100만 원이 넘었다. 솔직히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큰일 난다.
고현종(54세): 직장이 없어서 지역가입자로 꾸준히 가입 권유가 들어왔지만 낼 돈이 없어 납부 유예 신청을 해왔다. 어르신들이 국민연금이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하셔서 10년 전부터 납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월 20만 원 조금 넘게 낸다. 노후를 생각했을 때 국민연금과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기 적당한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나?
이: 국민연금 28만 원, 기초연금 25만 3,550 원을 받고 있는데 생활하는데 솔직히 작다. 이 둘을 합하면 5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취미 생활도하고 친목계도 나가다 보면 생활비가 부족해 일이 있을 때 하면서 살고 있다. 또 현재 살고 있는 강원도 원주 치악 지구에서는 한 달에 1만 5,000 원씩 온누리 상품권을 준다. 조금 부족하긴 해도 ‘정부에서 신경을 써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
조: 기초연금 20만 원에 연금 22만 원을 받는데, 공과금 내는 것 때문에 허덕인다. 주택에 사는데 겨울에는 가스비만 40만 원 이상 나온다. 받는 금액들은 공과금과 먹는 것으로 다 들어가 매달 마이너스가 난다. 국민연금이 40~50만 원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 국민연금은 한 달에 18만 4,000 원 정도 기초연금 25만 원 정도 받는다. 사보험 하나와 친목계 등을 나가면 들어오고 나가고 딱 맞는다.
▲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은.
조: 교사직을 하면 보통 30~40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보통 300만 원 이상 받는다. 부부가 교사인 경우는 500~600만 원 정도 받는다. 오히려 근무할 때보다 좋다. 군인연금도 높은 것으로 안다.
고: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에 국민 세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없다. 유독 국민연금만 많은데, 어느 부분에서 오는 것인지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도 사학연금이나 공무원 연금처럼 안정감을 주고, 받는 금액도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수준이 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기여금을 낸 것인데 부족하다 하면 조세로 보충하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진: 뉴스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투자해서 돈 날렸다' 이런 보도를 보고 다른 연금에 비해 불안해하는 것 같다.
▲ 국민연금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 사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 평소 자식들에게 너희들에게 부양 받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벌 때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능력이 있는 것이니 그런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용돈 대신 연금을 받겠다고 얘기한다.
진: 자식들이 엄마 세대에서는 그렇게 국민연금도 받고 노령연금도 받고 그러는데 자기 세대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굉장히 불안해해 안타깝다.
이: 현시대 애들은 즐길 것은 다 즐긴다. 지금 근로 세대들이 세금 낸 걸 우리가 받더라도 세금을 더 부과해서 기초연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자식들 가르치느라 모아놓은 것이 없다. 어렵더라도 국민연금을 10만 원씩이라도 들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젊은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착취가 아니냐는 말이 있다.
고: 대학생들은 아직 취업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자기가 언제 취업할지도 모르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내라 하니 이런 것들이 불편하게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들이 노후를 바라볼 시점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조: 각자의 마음가짐이 다르겠지만 그것을 착취라고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세대가 내려가면서 유지되고 그다음 세대가 또 우리 같이 이어가고 그러는 것이다. 착취가 아니고 사회가 공동으로 가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노후를 생각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 자녀 세대를 위해서 해주고 싶은 말?
진: 자녀 세대는 지금도 자식들을 낳지 않아서 참 힘들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연금을 올리는 것이 부당한데, 또 지금은 노인들이 당장 먹고사는 게 우선이다.
이: 돈을 벌 때 더 내고 노후에 못 벌 때 연금 타서 살 수 있게끔 이렇게 권한다. 벌 때 조금 더 내고 노후에는 더 편안하게 살았으면 한다.
고: 소득이 있을 때 좀 더 내고 나중에 국민연금을 받으면 마음이 놓일 것이다. 연금이 좋은 제도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노후에 받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직접 보면 그걸 통해서라도 조금 더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에게 가입하라고 해도 멀게 느껴지고 아직 취업도 쉽지 않은 마당에 노후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 국민연금을 수급 받으시는 분들의 역할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행동이 미우면 좋은 행동을 해도 다 미워 보인다. 뉴스를 보면 어르신들이 지하철에서 젊은 세대들을 공격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노인에 대한 혐오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연금 같은 경우도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노년층이 젊은 세대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하는 이런 일들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급자들이 어떻게 젊은 층과 교감을 할 것이냐. 단순히 내 노후가 편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내 수급 받는 돈 중에 일부를 젊은 층이 어려움을 겪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거나 그러면 인식이 나아지지 않을까. 아마 우리 노년 세대에서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위해서 손 내밀고 동행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젊은 세대가 나를 위해 격려해 주는 이웃 어르신이 연금을 좀 더 받는다고 해서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다. 이분들을 위해서 조금 더 내고 그게 나의 부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노년 세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젊은 세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연금에서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