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세대, 노후 위해 투자 권고
"국민연금은 효자, 자식들도 그렇게 안준다"
"수급자들 모범 보여 세대화합 이루자"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던 ‘국민연금’이 골칫덩이 신세다. 고갈될까 불안하고, 관리가 잘 될지 의심되고, 보험료율이 인상될까 걱정되고.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곳곳에서 훼방꾼이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며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에서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듣고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을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김혜선 기자] 국민연금은 불확실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세대 간의 연대를 기초로 하는 제도다. 하지만 엇갈린 시각차와 기금 고갈 문제 등으로 세대 갈등의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 뉴스포스트 신문사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세대 간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국민연금 토론회를 진행했다. 가운데 사회는 김수현 공정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왼쪽부터 진윤근, 고현종, 조행운, 이정례 씨.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 뉴스포스트 신문사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세대 간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국민연금 토론회를 진행했다. 가운데 사회는 김수현 공정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왼쪽부터 진윤근, 고현종, 조행운, 이정례 씨. (사진=김혜선 기자)

이에 <뉴스포스트>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에 대해 세대별 생각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 뉴스포스트 신문사에서 5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첫 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년 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젊은 세대와 동행하자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연금 수급자들이 모범을 보여 젊은 세대들이 바람직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또한 수급 받는 연금을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 젊은 세대와 교감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함께 이해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시니어 클럽에서 활동 중인 진윤근, 이정례, 조행운, 고현종씨 등 4명이 패널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태훈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참석했다. 사회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수현 사무차장이 맡았다.

토론회 참석자. 왼쪽부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수현 사무차장, 조행운, 진윤근, 이정례, 고현종,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태훈 사무국장. (사진=김혜선 기자)
토론회 참석자. 왼쪽부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수현 사무차장, 조행운, 진윤근, 이정례, 고현종,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태훈 사무국장. (사진=김혜선 기자)

 ▲ 국민연금에 언제 가입했고, 현재 어느 정도 받고 있나?

진윤근(71세):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했을 때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들었다. 매달 3만 3,000 원씩 부었는데 현재 매달 18만 4,000 원씩 받는다. 국민연금 너무 좋다.

이정례(69세): 국민연금은 정말로 좋은 효자라고 생각한다. 4만 2,000 원씩 11년 6개월을 납부했다. 마지막에는 10만 8,000 원쯤 냈고, 만 60세 때부터 매달 28만 원씩 받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

조행운(80세): 국민연금에 매달 24만 원씩 총 700만 원 정도 넣었고, 지금은 월 22만 5,990 원씩 받아서 전체 지급받은 금액이 4,100만 원이 넘었다. 솔직히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큰일 난다. 

고현종(54세): 직장이 없어서 지역가입자로 꾸준히 가입 권유가 들어왔지만 낼 돈이 없어 납부 유예 신청을 해왔다. 어르신들이 국민연금이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하셔서 10년 전부터 납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월 20만 원 조금 넘게 낸다. 노후를 생각했을 때 국민연금과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기 적당한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나?

: 국민연금 28만 원, 기초연금 25만 3,550 원을 받고 있는데 생활하는데 솔직히 작다. 이 둘을 합하면 5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취미 생활도하고 친목계도 나가다 보면 생활비가 부족해 일이 있을 때 하면서 살고 있다. 또 현재 살고 있는 강원도 원주 치악 지구에서는 한 달에 1만 5,000 원씩 온누리 상품권을 준다. 조금 부족하긴 해도 ‘정부에서 신경을 써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

: 기초연금 20만 원에 연금 22만 원을 받는데, 공과금 내는 것 때문에 허덕인다. 주택에 사는데 겨울에는 가스비만 40만 원 이상 나온다. 받는 금액들은 공과금과 먹는 것으로 다 들어가 매달 마이너스가 난다. 국민연금이 40~50만 원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민연금은 한 달에 18만 4,000 원 정도 기초연금 25만 원 정도 받는다. 사보험 하나와 친목계 등을 나가면 들어오고 나가고 딱 맞는다.

조행운 씨가 받은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문.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연 1회 가입내역안내문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조행운 씨가 받은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문. (사진=김혜선 기자)

▲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은.

: 교사직을 하면 보통 30~40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보통 300만 원 이상 받는다. 부부가 교사인 경우는 500~600만 원 정도 받는다. 오히려 근무할 때보다 좋다. 군인연금도 높은 것으로 안다. 

: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에 국민 세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없다. 유독 국민연금만 많은데, 어느 부분에서 오는 것인지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도 사학연금이나 공무원 연금처럼 안정감을 주고, 받는 금액도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수준이 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기여금을 낸 것인데 부족하다 하면 조세로 보충하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 뉴스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투자해서 돈 날렸다' 이런 보도를 보고 다른 연금에 비해 불안해하는 것 같다. 

▲ 국민연금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사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평소 자식들에게 너희들에게 부양 받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벌 때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능력이 있는 것이니 그런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용돈 대신 연금을 받겠다고 얘기한다.  

: 자식들이 엄마 세대에서는 그렇게 국민연금도 받고 노령연금도 받고 그러는데 자기 세대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굉장히 불안해해 안타깝다.

: 현시대 애들은 즐길 것은 다 즐긴다. 지금 근로 세대들이 세금 낸 걸 우리가 받더라도 세금을 더 부과해서 기초연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자식들 가르치느라 모아놓은 것이 없다. 어렵더라도 국민연금을 10만 원씩이라도 들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젊은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착취가 아니냐는 말이 있다. 

: 대학생들은 아직 취업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자기가 언제 취업할지도 모르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내라 하니 이런 것들이 불편하게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들이 노후를 바라볼 시점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 각자의 마음가짐이 다르겠지만 그것을 착취라고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세대가 내려가면서 유지되고 그다음 세대가 또 우리 같이 이어가고 그러는 것이다. 착취가 아니고 사회가 공동으로 가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노후를 생각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 자녀 세대를 위해서 해주고 싶은 말?

: 자녀 세대는 지금도 자식들을 낳지 않아서 참 힘들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연금을 올리는 것이 부당한데, 또 지금은 노인들이 당장 먹고사는 게 우선이다. 

: 돈을 벌 때 더 내고 노후에 못 벌 때 연금 타서 살 수 있게끔 이렇게 권한다. 벌 때 조금 더 내고 노후에는 더 편안하게 살았으면 한다.

: 소득이 있을 때 좀 더 내고 나중에 국민연금을 받으면 마음이 놓일 것이다. 연금이 좋은 제도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노후에 받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직접 보면 그걸 통해서라도 조금 더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에게 가입하라고 해도 멀게 느껴지고 아직 취업도 쉽지 않은 마당에 노후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고현종 씨가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년 세대가 먼저 젊은 세대에 손을 내밀자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고현종 씨가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년 세대가 먼저 젊은 세대에 손을 내밀자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 국민연금을 수급 받으시는 분들의 역할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행동이 미우면 좋은 행동을 해도 다 미워 보인다. 뉴스를 보면 어르신들이 지하철에서 젊은 세대들을 공격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노인에 대한 혐오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연금 같은 경우도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노년층이 젊은 세대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하는 이런 일들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급자들이 어떻게 젊은 층과 교감을 할 것이냐. 단순히 내 노후가 편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내 수급 받는 돈 중에 일부를 젊은 층이 어려움을 겪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거나 그러면 인식이 나아지지 않을까. 아마 우리 노년 세대에서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위해서 손 내밀고 동행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젊은 세대가 나를 위해 격려해 주는 이웃 어르신이 연금을 좀 더 받는다고 해서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다. 이분들을 위해서 조금 더 내고 그게 나의 부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노년 세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젊은 세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연금에서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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