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당사자 3040 좌담회
사업장 가입자 vs 지역 가입자 납부부담 격차 뚜렷해
"월세도 빠듯한데...보험료율 상승은 부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던 ‘국민연금’이 골칫덩이 신세다. 고갈될까 불안하고, 관리가 잘 될지 의심되고, 보험료율이 인상될까 걱정되고.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곳곳에서 훼방꾼이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며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에서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듣고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을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김혜선 기자] 3040세대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직격탄을 맞는 세대다. 지난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때 나온 연금고갈 시점은 2057년. 이들이 이미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시기지만, 미래세대가 너무 큰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3040세대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

지난 6일 본지 사옥에서 진행한 국민연금 3040세대 토론회.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6일 <뉴스포스트>는 연금개혁의 당사자인 3~40대 청장년을 대상으로 두 번째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이는 김선주(지역가입자·48세), 문지현(사업장가입자·35세), 임한국(사업장가입자·31세), 심재길(지역가입자·37세) 등 총 4명이다. 사회자는 김지현 공적연금강화행동(이하 연금행동) 사무차장이 맡았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연금행동으로 파견한 오종환 사무차장은 국민연금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패널로 자리했다.

이들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당장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보험료율 인상으로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를 위해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 국민연금제도 외 ‘제 2의 국민연금’이 탄생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왼쪽부터 김수현 공적연금강화행동 사무차장, 김선주, 문지현, 심재길, 임한국, 오종환 연금행동 사무차장. (사진=김혜선 기자)
왼쪽부터 김수현 공적연금강화행동 사무차장, 김선주, 문지현, 심재길, 임한국, 오종환 연금행동 사무차장. (사진=김혜선 기자)

국민연금과 세대갈등

국민연금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을 묻자 김씨는 가장 먼저 “낼 때는 아깝고 받을 때는 많이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세대갈등 이슈가 계속 불거지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연금을 내는 세대 따로, 수령하는 세대 따로 있는 데다가 연금 보험료를 내는 세대는 갈수록 현재 연금 수령 세대보다 ‘더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김씨는 “지금 연금을 수령하시는 분들은 낸 것에 비해 많이 받는다. 우리 부모님도 ‘낸 거 많이 없는데 많이 받네’ 라는 생각을 하신다”며 “앞으로 연금 기금이 점점 줄어들 거라고 하니까 젊은 친구들은 자신이 받을 연금을 빼서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임씨도 ‘상대적 박탈감’을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 설계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거둬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형식이다보니, 지금 일하는 세대 입장에서는 미래에 일하지 못할 때 받을 수 있는 게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난 이렇게 열심히 일 해왔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현 국민연금은 노인 세대를 젊은 세대가 부양하는 ‘부과방식’이 아닌, 일정한 기금을 납부해 노년에 받는 ‘수정 적립방식’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부과방식과 적립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개편할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기금이 고갈되면 자연스럽게 부과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씨와 심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가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고 봤다. 문씨는 “세대 간 추구하는 게 다를 수 있다”면서 “젊은 세대는 현 국민연금 보험료율 9%가 많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소득대체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도 세대 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맞춰져야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씨 역시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형이 되니까 연금 고갈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논의하면서 (세대 간) 균열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국민연금 좌담회에 참석한 심재길(왼쪽)씨와 임한국(오른쪽)씨. (사진=김혜선 기자)

국민연금, 좋은 거 다 알아요. 그런데…

이들은 국민연금만 한 노후대책이 없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재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특히 사업장 가입자(직장인)보다 지역 가입자(개인사업자) 가 무거운 부담을 느꼈다.

직장인 임씨는 “다른 사보험과 비교해봐도 국민연금만큼 수익이 안 난다”며 “지급보장만 잘 해준다고 하면 국민연금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씨의 말대로 국민연금의 최대 강점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실질가치 보전을 위해 매년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연금액을 인상 지급하는데, 지난 1월에는 작년 물가변동률 1.5%를 반영, 월 평균 5690원 오른 연금액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당초 국민연금 물가상승률 적용은 매년 4월이었지만, 타 공적연금과 형평성을 고려해 올해부터 1월로 앞당겨진 바 있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 등)와 국민연금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임씨는 “회사 다니면서 이직을 몇 번 했는데 구직중일 때도 실업 크레딧 제도를 이용해 연금을 냈다. 나중에 수급 받을 때 월 얼마씩 준다는 고지서를 받았는데 이대로라면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문씨도 노후대책으로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들어놓은 게 없어서 사실 그냥 믿는 구석이라곤 국민연금밖에 없다”면서 “예전에 잠시 실업급여 받을 때 정부에서 연금 일부분이 지원되더라. 국민연금 제도가 납부회수를 채워야 수급이 가능하니 정부가 낼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에서 원천징수되지 않고 직접 연금을 납부해야하는 지역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꼈다. 실제로 지난 5월29일 복지부가 밝힌 국민연금 체납보험료 7조원 중 지역가입자 체납규모는 4조7000억원(68%)으로 거의 대부분이다. 지역 가입자인 김씨는 “노년이 되었을 때 수익이 전무할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국민연금밖에 수익이 없다”면서도 “(보험료율) 9%가 정말 일반 사람들을 소득 수준에서는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의 삶이다. 현재 김씨는 직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중이다. 그는 “저 같은 경우에는 대출이니 뭐니 나갈 데가 많으니까 국민연금 납부에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당장 내야 하는 월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노후대비책은 ‘부동산’이다. 매매차익이나 월세수입을 기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 집 마련’ 차원이 크다고 했다.

최근 직장을 관두고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심씨는 “직장생활 할 때도 부담스럽게 생각했지만 개인 사업자가 되니 솔직히 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변에서 개인사업은 적어도 매달 1천만 원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 다닐 때 300만 원 중후반으로 급여를 받는다고 하면 개인 사업자는 똑같이 벌었을 때 국민연금이나 세금이 빠지고 나면 그 금액이 안된다”고 말했다. 심씨는 “국민연금은 국가가 연금 수령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사보험만 따로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김혜선 기자)
국민연금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 왼쪽부터 오종환 사무차장, 문지현, 김선주, 김수현 사무차장, 심재길, 임한국. (사진=김혜선 기자)

 

“연금 개혁, 제2의 국민연금 만들어주세요”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국민연금의 옳은 개혁방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오 사무차장은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현 소득대체율에 맞는 공정한 보험료율은 16~18%정도라고 한다. 이정도면 기금 고갈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진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보험료를 올렸다가는 광화문에 백만 촛불이 집결할 것”이라며 웃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대체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문씨는 “당장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힘들겠지만, 적금이라는 개념으로 봤을 때 지금 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을 수급받는 사람들이 평균 50만 원 정도 받는다던데 너무 적다”며 “선진국은 소득대체율을 높인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이 방향과 다르게 계속 줄여가는 것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노후에) 더 많이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도 “나중에 연금 수급을 받게 되면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연금이 적어지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더 힘든 일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을 때 납부를 해 준 다음에 미래에 부담을 더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심씨는 “보험료율을 갑자기 올리는 것보다 소득대체율이 더 적어지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당장 살기 힘드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일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잠깐 생각할 땐 ‘노는 것도 젊어서 놀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쨌든 국민연금을 계속 지속하려면 보험료율을 높이기도 하고 소득대체율도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언젠가는 내지 않을까. 못 내면 제가 낸 만큼만 지급되는 거니까”라고 덧붙였다.

(사진=김혜선 기자)
국민연금 설명을 위해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오종환 사무차장(왼쪽)과 국민연금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문지현씨. 문씨는 "보험료율이 올랐을 때 국민들은 큰 부담을 느끼니 소득별로 인상률을 다르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사진=김혜선 기자)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법 외에도 국가에서 세금을 편성해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씨는 “앞으로 국민연금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세금 등 국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채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씨도 “구조 상 고갈 시점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면 세금을 투입해 현재 기금을 납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해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제 2의 국민연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구간 별로 보험료율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줬으면 좋겠다”면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더 많이 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려고 할 테니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제한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선택권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저항이 높은 저소득층에 ‘선택의 폭’을 줘서 조세저항을 낮추자는 아이디어다.

문씨도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험료율이 올랐을 때 국민들은 큰 부담을 느끼니 소득별로 인상률을 다르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3040 세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 제안은 △정부의 지급보증 △가입 당사자에 선택권 부여 등이다. 앞서 본지가 노년층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연금 토론회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에 어느 정도 부담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본지는 마지막으로 1020 청년 좌담회를 거쳐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별 인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또 전문가 진단을 통해 각 세대별 격차를 줄일 지점이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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