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DHC 혐한 논란...한국지사 “깊이 사죄”
본사, 혐한 방송 또 게재...애꿎은 지사만?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일본 화장품 기업 DHC가 이른바 ‘혐한’ 방송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 지사인 DHC 코리아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DHC의 자회사 방송이 지속해서 송출한 극우적 망언 때문에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DHC 코리아 본사 사무실.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DHC 코리아 본사 사무실. (사진=이별님 기자)

 

DHC 코리아는 본사가 운영하는 채널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공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DHC 코리아는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모두가 한국인이고, 같은 감정으로 방송을 확인했다”며 “해당 방송 내용은 DHC 코리아와 무관하게 본사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채널로 어떤 참여도, 공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발언을 포함한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 DHC 코리아는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DHC 텔레비전’과는 반대의 입장으로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며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DHC 코리아 본사는 비교적 한산했다. 불매운동 릴레이 시위가 끊이지 않는 유니클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건물에 입점한 타 기업 직원들이 점심 시간 후 돌아오면서 잠시 활기를 띄었으나, 대체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논란의 핵심 ‘DHC 텔레비전’

앞서 JTBC는 지난 10일 DHC의 자회사 ‘DHC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비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방송에서 한 패널은 “한국은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며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지”라는 발언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해당 방송에서는 역사 왜곡 망언도 이어졌다. 또 다른 패널은 “‘조센징’들은 한문을 쓰는데, 한문을 문자화 하지 못해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며 “일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역사적 근거 없는 망언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도 제품을 판매하는 DHC의 자회사가 이른바 ‘혐한’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논란은 삽시간에 커졌다. DHC의 모델인 배우 정유미는 소속사 에이스팩토리를 통해 이틀 후 “DHC 본사 측 망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DHC와의 재계약도 절대 없을 거라는 정유미 측은 위약금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는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서울 중구 DHC 코리아 인근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 직원은 본지 취재진에 “논란이 있기 전에는 DHC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논란 이후) DHC 제품은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며 “본사의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일본 자민당 아오야마 시게하루 의원이 DHC 방송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DHC 텔레비전’ 캡처)
지난 12일 일본 자민당 아오야마 시게하루 의원이 DHC 방송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DHC 텔레비전’ 캡처)

DHC 일본 본사, 끝까지 한국 조롱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DHC 방송은 혐한 방송 논란 이후에도 망언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인 12일에는 일본 자민당의 아오야마 시게하루 의원이 출연해 한국 영토인 독도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1951년부터 한국은 ‘다케시마’를 멋대로 자기네 것이라 했다”고 주장했다.

아오야마 의원은 또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년간 위안부 문제도, 레이더 발사 문제도, 일본은 싸움을 건 적이 없다”고 역사 왜곡 발언을 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해선 “평소 사법 독립성을 전혀 느낄 수 없던 한국이 갑자기 사법 독립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DHC 코리아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이 날까지 일본 본사 방송에서 혐한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출연 패널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비하하면서 “아사히 맥주를 다 따라 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미리 맥주를 따라 마시고 물을 넣고 흔든 다음 거품을 만들어 맥주인 것처럼 따라버리는 게 아니냐”며 냉소했다.

한편 DHC 코리아의 사과 이후 일각에서는 일본 본사 때문에 애꿎은 한국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일본 본사는 빠지고 한국인끼리 싸워봤자 큰 의미가 없다”며 “본사는 한국 비하를 멈추고 사과를 해야 진정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애꿎은 한국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거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반면 DHC가 일본 제품인 만큼 사과와 상관없이 불매를 지속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공식 입장을 발표한 날까지 일본 본사에서 혐한 방송이 잇따르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DHC 관련 논란은 한국 지사의 공식 사과만으로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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