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내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현장]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내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 홍여정 기자
  • 승인 2019.08.14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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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내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일본의 거짓말을 참을 수 없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꼭 사죄를 받을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실제 인물이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는 이같이 말하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14일 서울 남산 옛 조선신궁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사진=홍여정 기자)

14일 오후 3시 남산 옛 조선신궁터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35도가 넘어가는 폭염에도 가슴에 노란 나비 배지를 단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수 할머니, 지은희 정의기역 연대 이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종걸 국회의원, 김진덕·정경식 재단 김한일 대표, 김순란 이사장,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한 ‘NO 아베’, 'Comfort women memorial(위안부 기림비)'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 해외 취재진도 볼 수 있었다.

제막식이 열린 옛 조선신궁터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시대 국사당을 헐어내고 일제 국가종교시설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신궁을 세운 곳이다. 해방 후 철거 됐고 지금은 남산공원이 조성됐다.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용수 할머니,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홍여정 기자)

음악극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시작된 제막식은 약 한 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이용수 할머니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더운 날씨 흰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사람들 앞에선 이용수 할머니는 “저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용수입니다. 위안부는 일본이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우리가 스스로 갔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은 거짓말쟁이 나라고 아베는 거짓말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위안부 역사는 세계가 다 알고 있다. 유네스코에 위안부 역사가 등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라고 덧붙였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지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조희연 교육감은 “우리 역사에서 애국주의와 전체주의 체제 아래 여성이란 이름으로 전쟁에 동원돼 상처를 입은 일본 위안부 문제, 성노예 문제는 우리 모두가 아프지만 꼭 기억하고 영원히 기억해야 할 진실”이라며 “교육청 공간에 기림비가 세워졌기 때문에 이걸 계기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학생들에게 중요한 역사정의의 학습공간으로 만들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 의원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할머니 보고싶어요”라며 기념사를 시작했다. 그는 “1992년 8월 김학순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더 이상 희생자로 남지 않겠다고 연대를 시작하셨다”라며 “이렇게 기념적인 자리를 통해 앞으로도 이런 뜻깊은 행사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용수 할머니 건강해 보이셔서 대단히 고맙다. 할머님이 이렇게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경의로운 일”이라며 “이렇게 국적, 지역을 불문하고 이 기림비 운동에 참여하고 정의를 밝히는 일에 함께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인권의 보편성과 양심에 기초해서 함께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소녀상에는 소녀상과 더불어 함께 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비어있다”라며 “우리가 함께 그 소녀의 손을 잡고 지연된 정의를 회복하고 이용수 할머님의 한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 이 지구 위에서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하는 정의를 밝히는 일이 가능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14일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이날 무학여고 외교 동아리 ‘반크’ 학생들도 제막식에 참석했다. 노영흔(18) 양은 “위안부 관련 활동을 많이 해서 행사 측의 초청으로 오게 됐다”라며 “의미 있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뜻깊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민(18) 양은 “지금 할머니들께서 20분 밖에 안 계시다고 들었는데 할머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일본에 사죄를 받았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무학여고 2학년 김수민, 노영흔 양. (사진=홍여정 기자)

한편 이날 첫 공개된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은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160cm 크기의 세 명의 소녀(한국‧중국‧필리핀), 이들의 모습을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평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한 작품이다. 가운데에는 일반 시민도 서서 동상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사진=홍여정 기자)
서울 남산 옛 조선신궁터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사진=홍여정 기자)

홍여정 기자 duwjdd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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