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어벤져스 김구 퓨리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동시에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점가에서 관련 서적 구매율은 높아지고 일제강점기 박물관의 방문객 수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한국형 어벤져스를 목표로 독립운동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독립운동가 피규어를 통해 그들의 노고와 희생이 잊히지 않도록 ‘위인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는 위세임(WESAME)이다. 지난 13일 <뉴스포스트>는 위세임(WESAME) 김은총 대표를 만나 위인 콘텐츠 산업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홍여정 기자)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위세임' 사무실에서 김은총 대표를 만나 '위인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홍여정 기자)

- ‘위세임(WESAME)’은 어떤 회사인가.

위세임은 콘텐츠와 브랜딩이 최적화 되어 있는 회사다. 그 안에서 독립운동가나 우리나라 위인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위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매달 인물들을 선정해 피규어를 제작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소개한다.

- ‘위인(WE-IN)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점차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분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사실 역사적 배경도 그렇고 무거운 주제이지 않나. 그렇지만 조금 재미있고 친숙한 콘텐츠를 통해 일상에서도 그 분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제가 레고나 피규어 등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그래서 관심이 많았던 피규어에 접목시켜보려고 노력했다. 그 외에 위인 홀로그램 제작, 전시회 등 다양한 독립운동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위인(WE-IN)’의 의미가 있나. 말 그대로 ‘위인’인줄 알았는데.

‘WE INDEPENDENCE’의 줄임말이다. 물론 우리가 아는 ‘위인’의 의미도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독립운동가 특별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함께 했던 황은관 작가가 만들어줬다.

- 아트워크, 홀로그램, 피규어 제작 등 일반적인 역사 관련 콘텐츠와는 다른 느낌이다.

독립운동과 전시회를 가면 다 스탠드 형식에 획일화된 부분이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전시도 필요하다. 그러나 소비를 하는 2030 젊은 세대 트렌드와는 좀 동떨어져있는 느낌이 있다. 사실 앞으로의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알아야하지 않나. 그렇기 위해선 일상 속에서 계속 접점이 생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블이나 디즈니처럼.

또 전시 같은 경우 ‘재미’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기존의 틀을 부셔버리는 것. 올해 준비하고 있는 건 파사드 형식으로 해서 김구 선생님을 190cm 정도로 크게 뽑아서 거기에 프로젝터를 출력해 다양한 연출을 하려고 한다. 김구 선생님이 팔짱끼고 근엄하게 서 계시면 검정색, 흰색 다양하게 옷 색이 바뀌는 거다. 2~3분의 짧은 연출이지만 재미있고 화려하게 연출해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하다못해 인스타그램에라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저희의 목표다.

(사진=홍여정 기자)
'위인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독립운동가 피규어 (사진=홍여정 기자)

- 2017년 8월 15일 안중근 의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7분의 독립운동가 피규어를 제작했다. 선정 기준이 있었나.

사실 초반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위주로 했다. 왜냐하면 저희 프로젝트를 알려야 하기 때문에.

-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역사적 인물을 고증을 통해 실제와 가깝게 만드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른 분들이 많이 한다. 우리의 역할은 이걸 좀 세련되고 멋있게 각색해서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새롭게 만든 부분이 있다. 저의 상상력과 실제 인물의 스토리를 결합해 포즈나 표정 등에 역동성을 더했다.

-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면.

유관순 열사의 경우 우리가 기억하는 서대문형무소에서의 모습이 아닌 좀 더 역동적인 포즈를 통해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구 선생님은 경무국장 시절 체격도 크셨고 힘도 세셨다는 부분을 포인트로 두고 팔짱을 끼는 포즈로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마블의 퓨리 국장이 쉴드를 조직한 것처럼 김구 선생님이 ‘한인애국단’을 만들지 않았나. 김구 선생님의 업적은 역사적 사실이다.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멋있고 사람들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고 싶었다.

이봉창 의사는 의거 전 사진을 보면 항상 웃고 계시더라. 그 부분을 피규어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남자현 의사는 나이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의거를 계속 시도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 남자현 의사 피규어는 의거 전 집을 나설 때 하늘을 보면서 기도를 하는 스토리를 담아 포즈를 기획했다. 최근 프로젝트인 김상옥 의사는 일본 순사들과의 총격전을 상상하며 최대한 역동적이고 영웅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다.

- 실제의 모습을 구현해낸다는 것. 어려운 작업일 것 같다.

자료가 부족해 제작하는데 좀 어렵다. 피규어를 만들려면 복원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다양한 각도의 사진이 필요하다. 김구 선생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분들이 광복 이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다보니 남아있는 사진이 형무소 사진이나 의거 전 찍었던 사진 몇 장이 전부다. 그래서 얼굴을 표현함에 있어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정확함이 좀 떨어지게 된다.

사실 그냥 만들라고 하면 막 만들 수 있는 것이 피규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각색을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가며 제작하려고 한다.

- 위인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금된 금액 중 순수익의 10%를 독립운동가분들의 후손들에게 기부한다고 들었다. 이런 피규어 제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시던가.

저희가 지금까지 후원을 두 번 했다. 첫 번째는 유관순 열사 프로젝트를 한 다음 돈을 모아서 유관순 열사의 직계 손자분의 며느님께 전달했다. 당시 피규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이미지를 보여드리며 설명해드렸는데 굉장히 좋아하셨다. 두 번째는 김상옥 의사.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피규어도 기증하고 후원금도 전달할 계획이다. 뭔가 멋있게 다뤄지고 소개되는 것에 대해서 안 좋아하실 분이 있을까.

- 반면 독립운동가 피규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욕이나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많았다.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김구 선생님 프로젝트 당시 무고한 사람 죽인 거 아니냐, 안중근 의사 때도 테러리스트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홍여정 기자)
지난해 제작된 유관순 열사 피규어. 올해 리뉴얼 제품이 출시된다. (사진=홍여정 기자)

-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피규어가 있나.

유관순 열사와 김구 선생님 피규어. 우리 프로젝트의 상징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유관순 열사의 경우 이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아트워크도 표현이 됐었고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님의 책 메인 페이지에도 저희 이미지가 들어가는 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셨던 디자인이었다. 저 개인적으로는 김구 선생님을 좋아해서 멋있게 잘 나온 것 같다.

- “‘독립운동’, ‘독립운동가’는 무거운 주제다”라는 인식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 어려웠다. 그래서 저희도 그 선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무거운 주제라고 해서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잊혀져갈 거라고 본다. 독립운동사는 굉장히 중요하고 독립 운동가들을 기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지만 솔직히 일상생활에서 쉽지 않다. 각자의 삶이 더 바쁘고 힘드니까.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요소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있으면 화제 거리가 되지 않나.

- 계속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피규어와 함께 룩 북(look book·제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자)도 제작해 함께 보내드린다. 이 분들의 이름과 업적에 대해 한 줄이라도 기억하실 수 있도록. 저는 그것만으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꾸준해야 한다. 일회성 전시나 행사로 그 분들을 알릴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 때뿐이다. 올해같이 100주년이면 한번 행사 반짝하고 끝난다.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 다음 번 피규어 주인공이 궁금하다.

이번달에 홍범도 장군 피규어 론칭을 준비 중이다. 지금 출력하고 있다. 또 9월 중에 김원봉 대장과 유관순 열사 리뉴얼이 계획되어 있다. 한 분이 될지 두 분 다 나올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 이후에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이 나올 예정이다. 독립운동가에 새롭게 역사인물을 소개하면서 라인업을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다. 10월이나 11월 중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 한국형 어벤져스를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훌륭한 소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대가 소비할 수 있는 문화로서의 발전이 좀 더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독립 운동가들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피규어 제작을 통해 소개해드리고 싶다.

회사가 좀 더 커지고 활성화 되면 ‘위인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진짜 위인들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서 마블처럼 성장하고 싶다. 한분 한분 캐릭터화해서 웹툰, 웹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저희 목표다. 마블 퀄리티에는 못 미치겠지만 같이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의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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