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1번 승객은 21시간 대기
호남행 1번 승객은 이틀 전부터
“가족들 위해서 고생하는거죠”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오늘(20일)부터 내일까지 인터넷과 현장에서 2019년 추석 기차표 예매가 시작된다. 코레일은 20일 경부·경전·동해·충북·경북·동해남부선 승차권을, 21일 호남·전라·강릉·장항·중앙·태백·영동·경춘선 승차표를 판매한다.

20일 오전 7시30분 경 서울역 추석예매창구에서 진을 치며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이들은 2019년 추석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모여들었다고 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20일 오전 7시30분 경 서울역 추석예매창구에서 진을 치며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이들은 2019년 추석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모여들었다고 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오전 7시30분 경 서울역 추석 기차표 예매 창구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었다. 바닥에는 코레일 측에서 예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깔아둔 돗자리와 박스 조각이 겹겹이 놓였다.

예매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승객들은 하나같이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고향 갈 생각에 설레는 듯 눈이 반짝였다. 이들의 복장은 모두 운동화에 편한 옷, 그리고 밤샘 노숙을 위한 배낭으로 통일됐다. 명절 ‘예매 전쟁’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20일 한 승객에게 추석 기차 시간표를 안내하는 코레일 관계자. 이날 코레일 측은 2019년 추석 기차표 예매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위해 열차시간 안내판 등을 준비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20일 한 승객에게 추석 기차 시간표를 안내하는 코레일 관계자. 이날 코레일 측은 2019년 추석 기차표 예매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위해 열차시간 안내판 등을 준비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이날 예매가 가능한 표는 경부·경전·동해·충북선행 무궁화호 이상(관광전용열차 포함) 모든 열차 승차권이다. 대기선 맨 첫줄에 앉아있던 A씨는 본지에 “전날 오전 11시부터 줄을 서 있었다”고 말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부산에 간다”고 한다.

약 20번째 대기선에 있던 정은우 씨는 “어제 저녁 9시부터 기다렸다”며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다들 서울대 갔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정씨는 “명절에 부산에 간다. 지난 2016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이렇게 했다”며 “그래도 올해는 오전 8시로 현장 예매 시간이 당겨져서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수십 년 동안 현장 예매를 9시부터 시작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차표 예매를 위해 고생하는 승객들을 위해 예매 시간을 1시간 앞으로 당긴 바 있다.

서울역 다른 한 쪽에는 다음날(21일) 예매표가 열리는 호남·전라·강릉·장항·중앙·태백·영동·경춘선 대기선도 있었다. 경부·경전·동해 등 대기선 만큼 사람이 붐비지 않았지만 4~5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남·전라·강릉 등 대기선 1번에 있던 이는 김종섭 씨다. 그는 “어제부터 와서 밤을 샜다”고 답했다. ‘이틀이나 밤을 새며 기다리시는 것이냐’고 물으니 “20년 동안 현장에 와서 예매했다.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씨의 명절 목적지는 호남행. 그는 “내가 고생하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매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남선 등은 21일부터 예매가 시작되지만,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위해 전날(19일)부터 줄을 섰다. 모두 가족을 위해서다. (사진=김혜선 기자)
호남선 등은 21일부터 예매가 시작되지만, '아버지'들은 전날(19일)부터 줄을 섰다. 모두 가족을 위해서다. (사진=김혜선 기자)

김씨는 “올해 현장 창구분이 기존 30%에서 20%로 줄어들었다. 매년 온라인 예매가 늘어나고 현장 예매가 줄어들어서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예매 시간이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겨진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본지에 “가족단위 승객을 위해 1인 당 최대 6매를 예약할 수 있다. 왕복표로 치면 최대 12매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추석 승차권은 9월 11~15일 6일간 운행 예정인 열차를 대상으로 한다. 온라인 예약 승차권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예매할 수 있고, 21일 오후 4시부터 25일 자정 사이에 결제할 수 있다. 결제하지 않은 승차권은 자동 취소, 예약 대기 신청자에게 제공된다. 다만 온라인 예약은 승차권 앱 ‘코레일 톡’이 아닌, 웹브라우저를 통해 특별히 만들어진 전용 추석열차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기존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뇌병변 장애인(사전 등록 절차 완료한 회원)에게 제공해온 예매 서비스는 이번 추석부터 모바일로 확대됐다.

예매 기간 동안 판매하고 남은 좌석은 21일 오후 4시부터 일반 승차권과 동일하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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