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노브랜드’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 넉넉한 양이다. 최근 신세계 푸드는 지난해 6월 론칭한 버거플랜트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햄버거에 노브랜드 이미지를 입혔다. 향후 외식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높은 가성비 메뉴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분주한 노브랜드 버거 홍대점. 직원들은 노브랜드 대표 색상인 노란색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왼쪽에는 유명 유튜버인 하얀 트리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20일 분주한 노브랜드 버거 홍대점. 직원들은 노브랜드 대표 색상인 노란색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왼쪽에는 유명 유튜버인 하얀 트리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당초 신세계 푸드의 버거 브랜드는 쟈니로켓·버거플랜트였다. 버거플랜트는 론칭한 지 1년이 넘었지만 2개 직영점을 여는데 그치는 등 성적이 저조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쟈니로켓은 논외로 하고, 버거플랜트를 소생시켜야 했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갓성비(가성비가 좋다)’에 집중하기로 한 것.

결과는 예상 적중이었다. 지난 19일 노브랜드 버거가 신규 론칭하자마자 인터넷 등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노브랜드 버거’가 상위권으로 오르내렸다. 구독자 수십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들 사이에도 노브랜드 버거 후기글이 속속들이 나왔다.

20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노브랜드 버거 1호점을 찾았다. 노브랜드 상징인 노란색 외벽으로 꾸며진 매장은 약 188㎡(57평), 좌석 수는 76석이다. 4인석과 단체석, 그리고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창가 쪽 바(Bar) 형태 좌석 등이 마련됐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눈에 띈 것은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대부분의 손님은 젊은이들이다. 이미 자리를 잡고 버거를 먹고 있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손에 휴대폰 카메라나 촬영 장비가 들려 있다. 한 쪽에서는 유명 유튜버인 ‘하얀트리’가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고 시식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쯤 되면 젊은이들의 새로운 ‘성지’로 꼽힐만할 정도다. 노브랜드 버거 관계자들은 줄을 선 손님들에 “주문이 많이 밀려 1시간가량 기다리셔야 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사이드 메뉴인 ‘상하이 핑거 포크’를 내밀었다. 1시간 대기라는 말에도 자리를 뜨는 손님은 없었다.

대기줄에서 맛본 상하이 핑거 포크는 돼지고기 튀김과 감자볼 튀김이 섞인 메뉴다. 비주얼은 오래 튀긴 탕수육. 미심쩍은 마음으로 한입에 털어 넣으니 생각 외로 부드러운 고기가 씹혔다. 짭조름한 맛에 인도 향신료 큐민(커리에 쓰이는 향신료)향이 물신 풍겼다. 가격은 스몰(S) 사이즈 4,400원 라지(L) 사이즈 15,000원으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대기 중 매장에서 나눠준 상하이 핑거 포크. 비주얼은 오래 튀긴 탕수육이지만 생각보다 부드럽다. 카레향이 느껴지는 튀김. (사진=김혜선 기자)
대기 중 매장에서 나눠준 상하이 핑거 포크. 비주얼은 오래 튀긴 탕수육이지만 생각보다 부드럽다. 카레향이 느껴지는 튀김. (사진=김혜선 기자)

주문은 매장 내 마련된 키오스크로 해야 한다. 직원이 안내한 시간만큼 기다리지 않고 약 15분 정도 대기 후 주문할 수 있었다. ‘가성비 버거’답게 최저 1,900원(그릴드 불고기)에서 최고 4,900원(NBB 어메이징) 선에서 버거를 고를 수 있다. 세트로 주문할 경우 최저 3,900원~6500원 선이다. 기존 버거플랜트보다 약 1~2천 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날 고른 메뉴는 노브랜드 버거 대표메뉴인 ‘NBB 시그니처(5300원)’와 ‘스모키 살사(5600원)’다. 소떡롤과 피자바게트 등 기타 메뉴도 주문하고 싶었지만 매장 내 손님이 붐비는 탓인지 모두 품절 처리돼 있었다. 탄산 메뉴는 콜라와 사이다, 미린다(오렌지), 맥스 등이 제공된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약 20여 분이 더 걸렸다.

노브랜드 버거 중 스모키 살사(왼쪽)와 NBB 시그니처. (사진=김혜선 기자)
노브랜드 버거 중 스모키 살사(왼쪽)와 NBB 시그니처. (사진=김혜선 기자)

햄버거 사이즈는 다소 아쉬웠다. 기존 브랜드인 버거킹 햄버거의 주니어 사이즈와 비슷했다. 대신 함께 나온 감자튀김은 여타 브랜드 중 가장 괜찮았다. 두툼한 두께로 포슬포슬한 감자의 맛과 향이 그대로 느껴졌다.

NBB 시그니처는 참깨빵과 양상추, 양파, 토마토, 치즈, 직화 패티, 소스가 들어갔다. 비슷한 가격대의 타사 버거보다 두툼한 패티에 은은하게 직화구이 맛이 감돌았다. 신세계푸드가 직접 개발했다는 감칠맛 나는 소스는 맥도날드의 ‘빅맥’ 소스와 비슷한 느낌. 부드러운 맛과 짭짤한 맛이 섞여 살짝 녹은 치즈와 함께 조화를 이뤘다.

스모키 살사는 참깨빵과 양상추, 양파, 토마토, 치즈, 할라피뇨, 직화 패티에 매콤한 살사 소스가 들어갔다. NBB 시그니처와 비교해 패티 두께는 얇은 느낌이지만 역시 직화구이 맛이 났다. 생각보다 매콤한 살사 소스가 빵, 야채, 고기와 함께 씹힐 때 마요네즈 소스가 부드럽게 마무리해주는 맛이다. 심심할 때마다 숨어있던 할라피뇨가 아삭하게 씹혀 재미를 더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정모씨(24·남)는 “아주 약간이지만 수제버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크기는 다소 아쉽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다른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 푸드는 기존 버거플랜트 매장을 노브랜드 버거 매장으로 전환한 후 점포 확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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