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당초 지소미아는 연장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예상 밖 선택에 모두가 경악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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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된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 교류 협정으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들을 담고 있다. 상대국에서 받은 군사비밀 등을 해당 국가에서도 비밀로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인데, 한국은 △군사 Ⅱ급 비밀 △군사 Ⅲ급 비밀로 비밀등급을 표시해 일본에 주고, 일본은 △극비·방위비밀 △비(秘)로 분류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그런데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진보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지소미아 유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국방·외교 당국이 전략적 측면에서 지소미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등 협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밝혔다. 김 1차장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유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안보에 문제를 제기했으니,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내민 ‘대화의 손’을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거부한 것도 이번 지소미가 종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작하자 외교적 해결을 위해 수차례 노력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한일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지만 일본 측이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지난달에도 우리 정부가 일본에 특사를 두 차례 파견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일양국 관계가 악화되자 미국이 나서 ‘스탠드스틸(현상유직 속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일본이 거부했다.

특히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온건한 반응을 보였지만 일본 정부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21일 중국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을 때도 일본 정부의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한미일 안보협력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밝혔지만, 미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 성명은 “한일 간 조속한 이견 해소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었지만, 추가 논평을 내고 지소미아 종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반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좋아지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안보협력을 하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만 강조해서 냉전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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