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 컨설턴트
이인권 문화경영 컨설턴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격화되는 갈등이나 미국과 중국의 철저한 대치를 보고 있노라면 2,500여년 전에 기록된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이 새삼 떠오른다.

이 고전이 첨단을 달리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생각나는 것은 국가 간 경제나 안보 분야에서 벌어지는 외교전이 전 방위 백병전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자병법》은 일일이 싸워서 이겨야 하는 서로가 소모적인 레드오션 접근보다 직접 치열하게 싸우지 않고 이기는 블루오션적 전술을 제시했다. 물론 시대 환경은 다르겠지만 《손자병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손자병법》은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는 전법을 강조했다. 또한 ‘최고 병법은 적의 의도를 미리 꺾는 것이요,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上兵我謀, 其下攻城)이라고 했다.

이것은 정치나 경제나 외교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조직의 경영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재원과 자원을 쏟아부으며 힘겹게 싸워 이긴 레드오션의 승리는 최하의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경쟁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얻은 블루오션의 승리가 최선의 정책이다. 그래서 명장일수록 전쟁에서 직접 대적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을 발휘하려고 하며, 유능한 경영자일수록 블루오션에서 이기는 지략을 창안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기업들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시장에서 미래의 새로운 성장을 담보할 신동력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블루오션을 찾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위식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미래 사업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조직의 창의적인 시스템이 풀가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조직의 현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손자가 말한 ‘5기 7계’는 말하자면 다섯 가지의 전략과 일곱 가지의 전술을 의미한다. 그것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그 원래의 뜻을 현대조직의 경영술에 대비해 보면 이렇다.

道 - ‘백성과 군주가 일심동체가 되어 뜻을 같이 한다.’ 이것은 조직의 경영자와 구성원이 하나 되어 공동체 의식을 갖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天 - ‘계절과 시간의 여건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파악한다.’ 이것은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환경(PEST 분석)을 점검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地 - ‘지형의 유리함과 불리함 등 지리적인 조건을 검토한다.’ 이것은 조직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의 요소(SWOT 분석)를 엄정히 점검하여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將 - ‘지모, 신의, 인자, 용기, 위엄 등 장수의 기량을 갖춘다.’ 이것은 조직의 최고경영자는 비전과 사명감, 지적 판단력, 포용력, 추진력, 권위 등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法 - ‘군의 편성, 책임 분담, 군수물자 관리 등 군제를 체계화한다.’ 이것은 조직의 효과적 편성, 인적자원의 생산적 배치, 자원의 효율적인 운용 등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라면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올바로 이해하는 자는 이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는 바로 이 다섯 가지를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설정하여 참되게 이해하고 있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올 한해 기업들이 애자일(Agile) 경영을 내세웠던 것은 이러한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손자가 말하는 7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군주는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곧 조직의 경영철학이나 비전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는가?라는 의미다.

  ‘장수는 어느 쪽이 더 유능한가?’ 경영자나 관리자의 능력과 인성은 탁월한가?

 ‘시기와 지형은 어느 쪽이 더 강한가?’ 시장의 상황과 조직 내외부의 환경은 유리한가?

四  ‘법령은 어느 쪽이 더 철저한가?’ 조직운영의 준거나 기준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어 있는가?

五  ‘군대는 어느 쪽이 더 강한가?’ 조직 구성원이 체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六  ‘병졸은 어느 쪽이 더 잘 훈련되어 있는가?’ 조직 구성원의 교육이나 학습훈련이 잘 되어 있는가?

七  ‘상벌은 어느 쪽이 더 공정하게 행해지고 있는가?’ 조직원들의 동기부여와 평가 보상체계가 갖추어져 있는가?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고대나 현대를 막론하고 “싸워 이기는” 방법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BC 6세기경 중국 춘추시대의 병법서가 21세기 첨단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용어의 표현이 다를 뿐이지 그 정신과 내용은 똑 같다. 그런 점에서 손자가 말한 5기 7계는 현대의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더 안다’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온'(溫)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옛것을 배워 가슴을 따뜻하게 품는 것을 일컫는다. 배움으로써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연구한다는, 현대적으로 말하면 끊임없는 자기계발이다.

이 말이 주는 메시지는 과거와 동시에 현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 보다도 과거를 알아야 현실을 더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길러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와 같은 첨단 복합사회에서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고전을 통해 경쟁의 지혜를 실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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