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이 육·해·공군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하는 삼정검이 일본산 철로 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극일(克日)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삼정검 수여 대상자들의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삼정검 수여 대상자들의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익명의 제보자는 <뉴스포스트>에 지난 28일 “삼정검을 만드는 철은 일본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방위사업청의 삼정검 제작 입찰 사양서를 입수했다. 확인 결과 방위사업청은 삼정검의 검날을 만드는 철을 ‘SKS-51M’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 입찰 공고를 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정한 ‘SKS-51M’은 합금공구강으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대한민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서 수입해오지만 중국산 ‘SKS-51M’은 질이 좋지 않아 수입하는 경우가 없어, 사실상 일본에서 수입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의 삼정검 입찰에 참가해 삼정검을 납품한 바 있는 제작 업체 H사는 지난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런 사실 없다”고 일축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본지는 ‘SKS-51M’의 생산지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고자 해당 업체에 재차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삼정검의 입찰 공고를 올리는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사실 국방부의 의뢰를 받고 올리는 것이라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해 방위사업청에서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방위사업청이 국방부에 공을 넘긴 상황. 해당 사안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삼정검에 사용되는 철은 전량 국내 P사에서 생산한 철”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2017년 방위사업청에 의뢰한 삼정검의 사양서에 SKS-51M으로 검날을 만들 것이 규정돼 있다. (자료=이상진 기자)
국방부가 2017년 방위사업청에 의뢰한 삼정검의 사양서에 SKS-51M으로 검날을 만들 것이 규정돼 있다. (자료=이상진 기자)

하지만 P사는 SKS-51M 강종을 한 번도 생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P사 관계자는 “쇠를 한번 녹이기 위해선 수백 톤 정도는 해야 작업을 할 수 있는데, SKS-51M은 국내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생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지적하자 국방부는 “오전에 기자님과 통화했던 담당자가 오후부터 며칠간 휴가를 떠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연락 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 관계자는 “확인해 본 결과 제작 업체인 H사 측에서 모 상사로부터 철을 받아 삼정검을 만들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본지는 제작 업체인 H사의 명백한 입장을 듣기 위해 29일 다시 연락을 했다. H사는 “P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상사를 끼고 철을 거래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국방부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상사 이름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잘 알지 못하고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삼정검의 원료에 대해 국방부가 정확히 파악도 하지 않고 제작 업체의 말만 옮긴 셈이다. 국방부가 원제조사로 지목한 P사도 생산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한민국 장군 진급자에게 수여하는 삼정검 제작에 국방부가 안일한 인식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당 사안은 향후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국방부에서 입장을 밝히는 대로 후속 보도를 할 예정이다.

한편, 조선시대 사인검에서 유래한 삼정검은 육·해·공군이 함께 협력해 대한민국 호국과 통일, 번영의 세 가지 정신을 이루라는 뜻이 담겨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매년 초 육·해·공군 준장 진급자 80여 명에게 삼정검을 수여한다.

지난 1983년부터 2006년까지는 외날인 삼정도를 수여했다가 2007년부터 지금의 삼정검으로 바뀌었다.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수여하는 것이 관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지난 2018년과 2019년 1월 직접 수여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