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인터뷰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하나의 단어만으로 어느 한 집단을 일반화한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다문화’라는 말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 정의하는 ‘다문화가정’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국제결혼 가정으로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아시아권 저개발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과 결혼한 가정을 지칭하는 말로 프레임이 형성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같은 인식은 결국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에 차별적 인식이 내포되기에 이르렀다. 

<뉴스포스트>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 중 ‘차별’과 관련된 이야기를 짚어본다. 서울시 서남권 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뿐 아니라 역차별 논란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남권 글로벌센터에서 진행됐다.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성’

현재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정책적인 부분은 과거보다 많이 바뀌어 가는 상황이다. 김동훈 센터장에 따르면 과거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규정상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을 해야 했고, 체류 기간을 연장할 때도 배우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연장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출입국에서도 배우자 없이 혼자 오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수상하게 여겼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동훈 센터장은 “과거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배우자는 결혼이주여성의 체류권을 소유하고 있었다”며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들의 체류 자체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법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 제도는 폐지된 상태다.

제도 개선 등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결혼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는 여전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의견이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출입국에서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창구에서 이들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라며 “반말은 기본이고, 기본적인 호칭인 ‘-씨’도 붙이지 않고 이름을 마구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제도를 이행하는 기관 내 사람들의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이런 제도의 문제들이 부정적인 인식으로 확대됐고, 결국 결혼이주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갖는 ‘주체성’을 상실하게 했다는 게 김 센터장의 입장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이런 인식이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출입국의 인원 충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했다. 김 센터장은 “실제로 출입국에 가면 창구에서 응대하는 공무원들이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최근엔 출입국 이용을 위해선 ‘예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이주여성들은 이주노동자들처럼 3년의 범위에서 취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함께 산다는 전제하에 들어오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출입국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이주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 등록을 하거나 체류 비자 연장 등의 업무를 볼 때 비용을 지급한다. 출입국을 이용하는 이들이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을 다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주민들은 출입국 사용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비용부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입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 차별성이 내포된 ‘다문화’라는 단어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차별’이다. 한국에서 10~20년 넘게 살고 있음에도 한국사회의 시민이 아닌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별은 ‘다문화’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라는 말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유럽 등 서양권 사람과의 결혼으로 이뤄진 가정은 ‘글로벌 가족’이라고 포장하면서 동남아시아권 배우자와 이뤄진 가정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규정짓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차별이 돼버린 사회”라고 지적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라는 말을 없애고 대체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차별적 인식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문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뜻하는 것으로 본래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라면서 “그러나 여성가족부(여가부)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국제결혼 가정으로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이라고 정의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에서 외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면 그들은 다문화가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외국인 가정일 뿐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란 저개발국인 동남아시아 등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해 온 여성이 있는 가정을 지칭한다”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따로 모여라’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다문화’라는 단어에 차별성을 넘어 ‘혐오적 표현’으로까지 확대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부터 차별적 인식을 내포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단체 등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 ‘반다문화 현상’ 증폭…역차별 문제 대두

결혼이주여성을 둘러싼 차별 문제 중 ‘반다문화 현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반다문화 현상은 결혼이주여성에서 시작됐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국제결혼피해자가족모임 등 국제결혼으로 피해를 겪은 이들이 속한 단체에서 반다문화 현상을 발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단일민족성’, ‘혈통주의’를 외치며 이주여성에 대한 반감을 표했고 혐오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그들이 국제결혼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도 있다. 외국인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인 배우자와 국제결혼을 한 뒤 도망을 가는 등의 경우다. 김 센터장은 “피해를 본 이들은 돈을 투자해서 외국인 여성을 사 왔는데 도망을 가서 경제적 피해를 봤다고들 말한다”며 “그들은 결혼이주여성을 재산권으로 보는 점을 외부로 발설하지 않은 채, 결혼이주여성 전체로 확대해 혐오의 대상으로 엮는다”고 지적했다.

반다문화 현상은 결혼이주여성이 속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역차별 문제, 중복지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국민보다 더 좋은 지원을 해주고 특별한 혜택을 준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점점 심해졌고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김 센터장은 공평성, 형평성 논란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우선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불공평한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제결혼 과정을 보면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정보는 ‘제로’였다. 반면 한국인 남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99% 알고 있었다. 여성의 외모, 직업, 집안 등 대부분의 정보를 습득한 뒤 만남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그런 상황에서 권력 관계가 동일하게 형성될 수는 없다”며 “정보제공의 비대칭성에 대한 공평성은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 모를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지금은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할 경우 결혼중개업체가 페널티를 받는다. 그러나 페널티를 받는다고 해도 사업주가 본인 명의의 사업자를 없애고 다른 사람 명의의 사업자를 다시 낸 뒤 사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권에서 페널티를 강화함은 물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차별, 중복지원 문제에 대해서 김 센터장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민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행정기관 간의 이기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별로 다문화 관련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중복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게도 ‘다문화가정’이 속해 있다”며 “특히 다문화가정이 ‘배려계층’으로 분류된 점이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 내 소득 격차 역시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문화가정 역시 배려계층으로 분류된 한 부모 가정, 장애인 등에 속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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