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초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해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에 빠져들던 일본경제와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다. 성장잠재력 약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감소, 내수부진과 디플레이션 조짐, 국가재정 악화 등이 그것이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은지 수년째 된 상황에서 올해는 어쩌면 1%대에로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저성장 속에 취업자수는 급감하고, 내수부진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로 떨어져 장기불황의 전조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정부지출이 세입에 비해 크게 늘어 급격한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채무 급증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220%를 넘어 세게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답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도 1990년대 초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50%대 초반으로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장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함으로써 채무비율이 그 5배 가까운 수준으로까지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680조 7000억원으로 GDP대비 비율이 35.9%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원으로 편성함에 따라 채무비율이 39.8%로 급등하게 됐다. 내년 세수는 경기악화 때문에 1.2% 늘어나는데 그치는 반면 재정지출 증가율은 9.3%로 이보다 월등히 높다.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내년에 GDP 대비 -3.6%로 올해의 -1.9%보다 크게 확대되고, 국민연금 등 공공기금을 합한 통합재정수지도 -1.6%로 사상최초로 적자 전환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는 OECD평균보다 훨씬 낮다”며 재정건전성의 양호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게 못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2017년에 400조 5000억원이었던 정부예산은 3년만에 5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앞으로도 보건, 복지, 노동, 환경 등을 중심으로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최근에는 한일 갈등에 따른 소재부품 국산화 관련 지출도 크게 느는 등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33조 8000억원인 적자국채 발행 한도는 내년에 60조 2000억원으로 급증하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국가채무의 범위를 넓혀 장차 국가가 떠안아야 할지 모르는 공기업의 우발채무까지를 감안하면 이미 GDP의 70%를 넘는다.

국가채무 급증은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등골을 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철저한 예산관리가 필요하다. 국채발행보다는 국민개세주의 확립으로 세수기반을 우선 확충해 미래세대에 채무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며, 불필요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억제하여 재정규율을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퓰리즘 성격의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국가채무, 재정수지, 지출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한 국체적인 목표치를 재정준칙으로 설정하고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해 새로운 의무지출을 도입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대책 또는 다른 의무지출 축소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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