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문제, 아기 얼굴 필터, 병뚜껑 챌린지 등 ‘인싸 놀이’ 유행
트렌드 함께 한다는 생각에 안정감 얻어...세대간 놀이문화로
“저는 찍히기 싫어요“...무분멸한 인증샷에 초상권 침해 지적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최근 SNS 상에 펭귄 프사(프로필 사진), 아기 얼굴 필터, 병뚜껑 챌린지 등 이른바 ‘인싸 놀이’가 유행하며 ‘인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트렌드에 참여한다’라는 것을 인증하며 너도 나도 ‘인싸’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아싸’(아웃사이더· outsider)의 반대 개념인 신조어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소속된 무리에서 적극적으로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인증을 통한 인싸 놀이는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1020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세대 간을 이어주는 놀이문화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인증으로 인해 주변에 불편함을 주고, 초상권 침해와 같은 피해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펭귄 문제.
펭귄 문제.

인싸 놀이로 세대 간 소통

지난 5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맥주를 들고 있는 펭귄으로 도배됐다. 펭귄이 낸 문제의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3일 동안 SNS의 프로필 사진은 펭귄 사진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지켜 자신의 프로필을 바꾸는 사람들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얼굴 사진을 찍으면 아기 얼굴로 바꿔주는 ‘스냅챗’ 어플의 아기 얼굴 필터도 인기를 끌었다. 스냅챗은 정치권, 연예계 등의 유명 인사들이 아기 얼굴 필터를 적용한 인증샷을 올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오직 발차기만으로 병뚜껑을 여는 ‘병뚜껑 챌린지’도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증을 통한 인싸 놀이는 소셜미디어 안에서 유행할 뿐만 아니라 각 업계에서 주요 마케팅 키워드로 활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싸’의 해시태그는 3일 현재 94만 건이 넘는다. 팔도에서는 ‘야민정음(글자를 비슷한 모양의 다른 글자로 바꿔쓰는 방식)’을 제품에 적용해 얼핏 보면 ‘팔도비빔면’으로 읽힐 수 있는 ‘괄도네넴띤’을 한정판 제품으로 출시해 완판 기록을 세웠다. 각종 쇼핑 사이트에서도 ‘인싸템 기획전’, ‘인싸 여행 상품’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싸' 관련 게시물은 94만건이 넘는다. (사진=인스타그램 페이지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인싸' 관련 게시물은 94만건이 넘는다. (사진=인스타그램 페이지 갈무리)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단순히 과시가 목적이었던 SNS가 인증·인싸 놀이 등을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며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싸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1020 세대들도 이러한 흐름에 공감했다. 스마트학생복이 올해 초 초·중·고교생 1,008명을 대상으로 인싸 문화의 장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43%의 청소년들이 ‘10대부터 그 이상의 연령대가 함께 공감,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택했다.  

직장인 박 모 씨(29·서울 거주)는 여수에 계시는 시부모님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시아버님이 SNS에 농장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걸 좋아하셔서 해당 앱을 깔았다”라며 “사진을 올리시면 ’좋아요‘를 가장 먼저 누르고 댓글도 달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 연락드리지 않아도 SNS를 통해 부모님의 하루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루게릭병 환자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진행됐던 SNS 상의 ‘아이스버킷 챌린지’나 길거리의 쓰레기를 청소한 후 이를 인증하는 ‘트래쉬 태그’ 등이 유행했던 것을 보면 인증 문화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싸’ 트렌드를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연결해 설명했다. 포모 증후군은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소외됐거나 고립됐다고 느끼는 공포감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오연경 씨는 본지에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유행이나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인싸 놀이를 하면서 타인과 감성을 공유하고, 세상에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싸 놀이, 인증 문화가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인 문화 측면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배려 통한 성숙한 인증 문화 ‘숙제’

하지만 이러한 ‘인증’과 ‘인싸’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사진을 올리는 영업형 인증족, 본인의 인생샷 촬영을 위해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민폐형 인증족, 고층 빌딩이나 위험한 장소에서의 촬영도 감수하는 막무가내식 인증족 등이다. 

좋은 사진 구도를 잡는다는 이유로 자연을 훼손하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마포구 하늘공원 억새축제는 인생샷을 건지려는 관람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곳이다. 가을철에 피는 분홍색 억새인 ‘핑크 뮬리’와 멋진 사진을 남기려는 일부 방문객은 출입 경계선을 무시하고 억새밭 사이로 들어가 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위해 자신들만의 포토존을 만들고 이로 인해 축제장 곳곳의 핑크 뮬리를 짓밟기도 한다.

초상권 침해도 사회적 문제다. 인기 카페나 식당 등 일명 ‘힙플레이스‘에서의 인증샷 행렬에 직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로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얼굴이 타인의 SNS에 강제 노출 되도 하소연할 상대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게 내 촬영을 금지하는 ‘노포토존‘을 선언하는 카페와 맛 집들이 생겨난다.

직장인 이 모 씨는(27세) “SNS에서 유명한 전시회를 관람하러 갔는데 여기저기서 찰칵 소리가 나서 정신이 없었다”라며 “다른 사람들의 카메라 앵글에 내가 나올까 봐 고개 숙이고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대중을 위한 휴식 공간인 공공장소가 인싸들의 인증샷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SNS 활성화와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게 주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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