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국 추석 전 임명강행 수순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의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6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사실상 추석 전에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일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 (사진=이상진 기자)
지난 2일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 (사진=이상진 기자)

국회가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나흘. 그러나 청문회가 오는 6일까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증인 출석을 위해 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간만 5일이 걸린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또 여당이 조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장으로 부르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 앞서 여야는 9월 2~3일 청문회 일정을 합의했지만, 조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장으로 부르는 문제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청문회가 무산된 바 있다.

여야가 오는 6일까지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마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자정이 지난 7일부터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7일과 8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해 문 대통령이 9일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 1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조 후보자를 참석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문회 기간이 나흘 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대통령이 6일 오후 늦게 돌아오는데 아마도 저녁때 청와대로 돌아올 예정이다”라며 “청와대로 돌아와서 청문보고서를 다 보고 그때 최종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부득불 나흘의 기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임명강행 수순에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 토론에서 “대통령께서 (증인 출석 요구를 위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5일 주시면 법에 맞는 청문회를 한다고 했는데 3일을 주셔서 임명강행 의지를 강하게 표시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후보자 가족은 물론 조 후보자 본인마저 검찰 수사를 받고 처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국민 배신이 될 것”이라며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법이 정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마저 무시하며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기어이 강행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부적격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추천해서 이 소동을 일으키고 헌정사상 유례없는 ‘셀프청문회’로 국민과 국회를 우롱해 놓고는 어떻게 사흘 안에 인사청문보고서를 내놓으라는 뻔뻔스러운 요구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조직적 방해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산 시켜 놓고는 인사청문보고서를 그것도 사흘 안에 내놓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문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보고서 송부 요구로 분란을 일으킬 게 아니라 대국민 사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의 적격·부적격 여부는 결론내지 못했다. 정의당은 이날 당 전략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에 대한 당론을 정리하려고 시도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숙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앞서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기자간담회의 형식상 조 후보자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것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조국 기자회견 후 여론 완화, 文 결심에 한몫?

당초 문 대통령의 청문회 재송부 요청은 국빈방문중인 미얀마 현지에서 오후 3시께(한국시각 오후 5시 30분)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그보다 1시간여 빠르게 춘추관에서 발표됐다. 이는 지난 2일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 이후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3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51.5%(매우 반대 43.9%+반대하는 편 7.6%), 찬성 응답 46.1%(매우 찬성 29.1%+찬성하는 편 17.0%)로 나타났다. 찬성과 반대 차이는 5.4%p로 오차범위(±4.4%p) 내다.

(그래픽=리얼미터)
(그래픽=리얼미터)

조 후보자의 적격·부적격 여론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대’가 확연히 높은 양상이었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과 질문으로 벌인 지난주 수요일(8월 28일) 조사에서는 반대 54.5% 찬성 39.2%로 찬반 격차가 15.3%p까지 벌어졌다. 금요일(8월 30일)에는 반대 54.3%, 찬성 42.3%로 찬반 격차 12.0%p였다.

이번 조사에서 세부 계층별로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서울, 충청권, 60대 이상과 50대, 20대, 남성, 보수층과 중도층,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층, 무당층에서 반대 응답이 절반을 넘거나 대다수인 반면, 호남, 30대, 진보층,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절반 이상이거나 대다수였다. 경기·인천, 여성, 40대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도 상당한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직접 시청했다는 응답은 60.6%, 직접 시청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8.2%(뉴스로 접함 30.9%, 직접 시청도, 뉴스로도 접하지 않음 7.3%)이었다.

특히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시청 여부별로 찬반 여론이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시간이나 다시보기로 직접 시청한 응답자 층에서는 찬성이 53.4%, 반대가 45.7%로 찬성이 반대보다 7.7%p 높은 반면, 직접 시청하지 않은 미시청 응답자 층은 찬성이 35.6%, 반대가 60.0%로 반대가 찬성보다 24.4%p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876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5.7%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으로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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